[풋볼리스트=카잔(러시아)] 김정용 기자= 한국은 수비 진영에 오래 갇혀 있었고, 멕시코는 한국 진영으로 계속 공격했다. 한국은 놀라운 수비 집중력으로 독일의 공세를 차단했다.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2연패로 분위기가 암울해진 뒤 거둔 극적인 승리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김영권, 손흥민의 골로 승리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은 한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승점 3점, 조 3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기록지에 나타난 경기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독일은 점유율 70%를 기록해, 30%에 그친 한국의 두 배가 넘는 시간 동안 공을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90분이 넘는 실제 경기 시간 중 독일이 공을 잡고 있었던 시간은 43분, 한국은 18분이었다.

지역별 점유율을 보면 한국의 열세가 더 잘 보인다. 경기장을 한국 진영, 중앙 지역, 독일 진영으로 3등분했을 때 한국 진영에 공이 머무른 시간은 36%나 됐다. 중앙은 43.9%, 독일 진영은 20.1%였다. 경기장을 격자 모양으로 9등분했을 때 한국 진영 중앙, 즉 한국 골대 근처에 공이 머무른 비율은 15.2%로 높았다.

그러나 세부적인 기록을 보면 한국이 수세에 몰린 가운데 경기를 잘 풀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기록이 슛이다. 독일은 슛 26회 중 유효슛 6회, 한국은 슛 11회 중 유효슛 5회를 기록했다. 한국은 점유율에서 완전히 밀린 팀치고 슈팅 횟수에서 그리 큰 격차를 보이지 않은 편이다. 지난 1차전 스웨덴전에서 슈팅 횟수 5회 대 15회로 절대 열세였던 것에 비하면 선전이다.

슛에 대한 수치 중 중요한 것이 ‘몸에 맞는 슛’이다. 독일은 9회나 되는 반면 한국은 1회에 불과하다. 그만큼 독일 선수들의 슛은 불편한 상황에서 나왔고, 한국 수비수의 적절한 블로킹에 막혔다는 뜻이다. 김영권과 윤영선으로 구성된 중앙 수비는 마르코 로이스, 티모 베르너 등 독일 선수들의 슛을 몸으로 막아냈다. 블로킹은 이번 월드컵에서 특히 중요한 수치다. 한국은 지난 멕시코전을 잘 풀었으나 손흥민의 슛을 멕시코 수비수들이 몸으로 저지해 패배했다. 이번엔 반대로 한국의 블로킹이 승리를 가져다줬다.

한국은 자기 진영에 더 오래 갇혀있을 수도 있었지만 기회가 생길 때마다 독일을 미드필드로 밀어내며 상대의 득점 가능성을 낮추려 했다. 현장에서 본 한국은 공격수 구자철의 헌신적인 수비, 선수들의 많은 활동량과 종종 나오는 거친 플레이로 독일의 리듬을 적절하게 끊는 팀이었다.

한국의 승리는 흥미로운 기록을 여럿 만들었다. 2006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가 2010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2010년 우승팀 스페인이 2014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우승팀 징크스’라는 말이 생겼다. 2014년 우승팀 독일을 한국이 탈락시키면서 징크스는 3회 연속 이어졌다.

독일이 월드컵 1차 단계에서 탈락한 건 1938년 이후 처음이다. ‘1954 스위스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일단 참가한 대회에서 1차 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독일은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전반전에 리드를 잡지 못했다. 이는 1986년 대회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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