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카잔(러시아)] 김정용 기자= 한국 응원단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분위기를 장악했고, 그동안 우울했던 월드컵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을 상대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을 치른 한국은 2-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의 대회 성적은 1승 2패, 3득점 3실점이다.

애초 알려진 응원단 규모는 한국 1,500명과 독일 8,500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관중 숫자는 더 격차가 컸다. 표를 구매했다 되파는 2차 시장 티켓 등을 감안하면 독일 관중이 경기장 대부분을 채웠다. 한국 관중은 집계보다 조금 많은 수준에 불과했다.

초반부터 경기가 팽팽하게 전개되는 만큼 응원전도 팽팽했다. 독일은 조직적인 응원 구호를 갖기보다 각자 알아서 흥분하며 경기를 보는 팀이다. 한국의 주된 응원단은 한국측 진영 2층에 좁게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곳곳에 흩어진 다른 응원단과 함께 조직적인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했다.

점점 경기장 분위기는 중립 관중들까지 한국의 선전에 흥분하는 방향으로 변해갔다. 경기장은 한때 “러시아” 구호가 나올 정도로 중립 관중이 많았다. 독일의 공격과 한국의 선방이 이어지는 경기 양상은 모든 종류의 관중을 흥분시켰다.

후반 추가시간 한국이 뜻밖에 선제골을 넣자, 경기장 분위기는 폭발했다. 독일 팬들이 많다고 해서 싸늘하게 가라앉거나 하지 않았다. 한국 팬들뿐 아니라 관중 상당수가 동시에 함성을 지르며 한국의 이변에 함께 흥분했다.

독일의 총공세를 틈타 주세종이 손흥민에게 장거리 스루 패스를 날렸을 때, 공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시간 동안 관중들이 점점 더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손흥민이 공을 따라잡아 독일 문전에 밀어넣자 경기장은 놀라움과 흥분으로 더욱 크게 흔들렸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후 주저앉은 뒤 서로 축하와 위로를 나눈 뒤 한참 있다가 관중석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한국 관중 대부분은 그때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여전히 응원가를 부르며 기쁨을 함께 했다.

그동안 한국은 응원단 숫자의 절대 열세 때문에 늘 응원전에서 지고 들어갔다. 그러나 잘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한국이 이기는 경기를 하자 경기장 전체가 한국과 조응했다. 마침내 한국은 홈 팀 같은 분위기로 카잔 아레나를 감염시킬 수 있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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