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모스크바(러시아)] 김동환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이 펼쳐지는 러시아는 축제 분위기다. 각 팀들의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을 제외하고, 가장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단연 ‘팬페스트(FAN FEST)’의 현장이다. 

팬페스트는 FIFA가 마련한 거리 응원의 현장이다. 러시아를 찾은 각국 팬들이 함께 어우러져 경기를 관전하고 축제를 즐기는 광장이다. 각 개최 도시마다 팬페스트가 마련되었다. 모스크바에서는 유명 관광지인 ‘참새언덕’이 팬페스트 장소다. 모스크바의 가장 높은 장소로, 루즈니키스타디움을 포함한 도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러시아와 우루과이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 26일(현지시간)에도 참새언덕의 팬페스트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수 만여 명의 팬들이 근처 지하철 역인 바야비요고리 역에서부터 참새언덕까지의 숲길을 가득 채웠다. 팬페스트에 입장하기 위해 검문검색을 거치는 과정만 30분 이상이 소요될 정도였다. 팬페스트를 찾은 것은 러시아와 우루과이의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자국 경기가 아니더라도 축제를 함께 즐기고 싶은 팬이라면 누구나 환영받는 현장이다.

검문검색을 마치면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팬샵이 팬들을 맞이한다. 팬페스트 현장을 오고가는 팬들이 월드컵의 추억을 담아낼 수 있도록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에 관련된 다양한 상품이 진열되었다. 32개국의 유니폼은 물론 국기의 디자인을 활용해 모자, 응원 머플러, 티셔츠 등이 전시, 판매되었다.

단연 개최국인 러시아 관련 상품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본선 32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의 관련 상품은 단 한 개도 진열되거나 판매되지 않았다. ‘풋볼리스트’가 직접 확인한 결과 한국이 유일했다. 유니폼도, 머플러도, 모자도 없었다. 입구에 전시된 비매품 기념 티셔츠 한 벌이 전부였다. 

러시아와 우루과이의 경기가 펼쳐지는 현장이었지만 한국을 비롯해 일본, 페루, 브라질, 프랑스, 잉글랜드 등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있었고, 각자 자국의 기념품을 사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팬샵은 가득했다. 오직 한국 팬들만이 울상을 지었다. 

부산에서 경기를 보기 위해 러시아를 찾은 이민재씨는 “기념품을 사기 위해 가장 규모가 큰 팬샵이 있는 참새언덕을 찾았는데, 오직 한국 관련 상품만 없어 실망스럽다”며 “페루나 파나마도 상품이 있는데, 오직 한국만 없는 것이 말이 되나 ‘코리아 패싱’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모스크바 팬페스트의 팬샵은 32개국의 상품들이 조별, 각국별로 동일한 공간이 할당,진열되어 있다. F조가 진열된 공간은 멕시코, 스웨덴, 독일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팬페스트 팬샵 관계자에게 오직 한국 상품이 없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팬샵 관계자의 대답은 ‘패싱’이 아닌 ‘열풍’이었다. 관계자는 “각국별로 동일 수량의 재고가 입고되었는데, 한국 관련 상품은 조별예선 2차전을 기점으로 완판되었다”며 “기존 한국 상품의 공간에 태극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품이 없어 스티커로 가려 놓았다. 관광객들이 상당한 양을 구매해 더 이상 추가입고 계획이 불투명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대부분의 구매자는 한국인이었다. 팬샵 관계자는 “개최국 러시아의 상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팬들은 자국 상품을 구매한다. 예상보다 많은 한국 팬들이 매일 팬페스트를 찾고 있다. 경기가 열리지 않아도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대회 초반에는 한국 상품이 진열된 공간이 있었지만, 재고가 떨어진 후 한국 관련 상품의 공간을 독일 등의 관련 상품이 빈자리를 채웠다. 팬샵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재고가 남은 독일의 상품이 한국 공간을 차지했다"며  "모스크바에서 경기를 펼치는 팀들의 상품은 더 많은 양이 입고되었다. 모스크바에서 찾지 못한 한국 관련 상품은 카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루과이의 경기가 펼쳐지는 순간 200여 평 남짓한 팬샵을 찾은 한국 팬들은 얼핏 봐도 백여 명이 넘었다. 물론 대부분 팬들은 카잔으로 향한다.모스크바의 팬샵에 헛걸음을 한  한국 팬은 “카잔에서 기념품을 사는 것도 좋지만, 선수들이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충분할 것 같다”며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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