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한국의 4-3-3은 명백하게 스웨덴전 맞춤 전술이었다. 이 전술을 멕시코전에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 다른 전략,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한국은 18일(한국시간) 가진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1차전 스웨덴전에서 0-1로 패배했다. 24일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른다. 현지시간으로 5일 간격으로 열리는 경기다. 월드컵 본선치고 간격이 넉넉한 편이지만, 그래도 두 경기 사이에 단 4일뿐이다. 경기 이튿날인 19일 회복에 전념했기 때문에 멕시코를 상대로 맞춤 준비를 할 시간은 3일에 불과하다.

 

멕시코 공략의 조건, 기성용과 공격진의 정상적 가동

한국은 스웨덴을 상대로 장점을 포기하면서까지 두 가지 수비적인 카드를 썼다. 한국에서 가장 신장이 큰 기성용과 김신욱을 모두 상대 장신 공격수들에 대한 수비 카드로 쓴 것이다. 기성용을 미드필드 최후방에 배치해 수시로 센터백들의 공중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구성하고 아래쪽 꼭지점에 기성용을 배치했다.

가장 키가 큰 기성용이 올라 토이보넨을 향한 스웨덴의 롱 패스를 처리한다는 것이 신태용식 수비 전략의 핵심 중 하나였다. 이 수비법은 효과가 있었다. 스웨덴의 롱 패스는 여러 번 한국 수비에 저지당했다. 오히려 낮은 패스에 여러 번 공략 당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김신욱을 최전방에 배치한 것 역시 수비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신 감독이 밝힌 바 있다. 애초 조커 투입이 유력했던 김신욱은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스웨덴의 장신 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한 용도로 선발 투입됐다. 신 감독은 후반전에 김신욱을 빼고 황희찬을 공격수로 올려 공격 속도를 높였다. 준비한 전술대로였다고 설명했다.

멕시코는 신장이 크지 않은 팀이다. 멕시코가 지난 17일 독일을 1-0으로 꺾을 때 선발 필드 플레이어 평균 신장이 179.2cm였다. 한국의 스웨덴전 선발 필드 플레이어 평균 신장은 183cm였고, 김신욱을 뺀 9명의 평균은 약 181.4cm였다. 김신욱을 뺀 최장신은 프로필상 187cm인 장현수, 186cm인 기성용이다. 멕시코도 190cm 이상인 선수가 없다. 신장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멕시코전에서는 기성용을 지나치게 후방에 배치할 필요도, 김신욱을 선발로 쓸 필요도 없다는 뜻이 된다. 기성용이 너무 수비적인 위치에 있었던 건 한국이 첫 경기에서 공격을 잘 풀지 못한 원인이었다. 기성용은 스웨덴전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41회 패스를 91% 성공률로 기록했다. 공격 지역으로 투입한 패스도 12회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12회라는 절대치 자체가 너무 적다. 상당수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을 연결하다 나온 수치고, 기성용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전진 패스를 성공시킨 기록은 한 번도 없었다.

기성용은 공격 전개 능력을 희생한 대신 수비적으로 매우 헌신적이었다. 가로채기가 5회(팀내 1위), 직접 공을 빼앗은 횟수가 3회(팀내 2위), 상대 공격을 차단한 횟수가 2회(팀내 1위), 공을 걷어낸 횟수가 4회(팀내 2위), 헤딩 클리어 4회(팀내 2위), 상대 선수와 경합해 공중볼을 따낸 횟수는 3회(팀내 1위)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역할에 충실했다. 결국 한국 공격은 가장 패스가 뛰어난 기성용을 거의 활용하지 못했다.

김신욱을 선발 기용했을 때 한국이 겪은 부작용은 손흥민과 황희찬이 지나치게 후방까지 내려온다는 점이다. 한국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부터 손흥민의 득점력을 활용하지 못해 고전했다. 신 감독은 한때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이동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으나, 스웨덴전에서 다시 윙어로 회귀한 손흥민은 역시나 득점과 거리가 멀었다.

기성용이 스루 패스를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손흥민이 슛을 한 번도 하지 못하는 팀이 승리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멕시코전에서는 기성용과 손흥민의 위치를 조정하고 역할을 바꿀 필요가 절실하다. 구자철은 인터뷰에서 “스웨덴전 4-3-3이 잘 돼서 승리했다면 멕시코전에서도 그대로 갔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감독님께서 변화를 줄지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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