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구자철은 2014년부터 국민들에게 월드컵 승리를 선사하기 위해 노력해 온 선수다. 그러나 구자철에게 주어졌던 네 번의 기회는 모두 무산됐다. 상승세인 멕시코를 어떻게든 꺾어야 온 국민이 자신에게 건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다.

19일(한국시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한국의 회복 훈련과 인터뷰가 진행됐다. 18일 스웨덴에 0-1로 패배한 뒤 가진 첫 훈련과 인터뷰다. 인터뷰를 하러 등장한 선수는 두 번째 월드컵조차 비극이 되지 않도록 노력 중인 구자철이었다.

구자철은 스웨덴전 패배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4주 동안 쉬는 날 없이 달려왔고 스웨덴전에 초점을 맞췄다. 아쉬운 점이 많다”며 “승리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다. 라커룸에서 굉장히 아쉬운 게 있었다”고 팀 분위기를 밝혔다.

아쉬움에 사로잡혀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한 구자철은 “멕시코전이 우리에게는 16강, 혹은 국민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 누구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끼리 힘든 훈련을 함께한 과정을 보람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멕시코전은 팀으로 다시 뭉쳐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웨덴전 패인에 대한 질문을 받은 구자철은 “볼리비아전(7일 평가전)이 끝나고 나서 4-3-3 형태로 준비하기로 내부적으로 정해졌다. 수비적으로 내려서서 안정적으로 지키며 플레이하기 위해 수비 조직 훈련을 굉장히 많이 했다. 선수들이 90분 동안 경기를 끌고 가야 한다고, 우리끼리 계속 이야기했다. 그러다보면 우리이게 기회가 와서 승리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약속한 대로 수비적으로는 잘 움직였다. 그러나 공격 지역에서 나를 비롯해 골을 넣지 못한 것이 패인인 것 같다”며 수비에 치중하는 가운데 역습으로 골을 넣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지면 비난받는 게 당연한 월드컵, 국민들에게 승리 선물하고 싶다

대표 선수들을 겨냥한 공격적인 기사를 거름 삼아 악성댓글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선수 소셜 미디어에 가해지는 온라인 댓글 테러, 선수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등 축구팬들의 공격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구자철은 선수들도 일부 축구팬의 공격적인 반응을 알고 있다며 장현수를 일단 두둔했다. “현수처럼 이름을 거론하며 기사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안 보진 않는다. 두 경기가 남아 있고 현수가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축구팬들의 비난에 대해 억울하다거나 불만을 제기하진 않았다. 구자철은 월드컵이라면 국민들이 비난을 할 만한 대회고, 국민들의 불만을 희열로 바꿔주는 것이 선수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월드컵이란 큰 대회를 펼칠 때는 모든 국민이 우리를 응원해 주고, 우리가 좋은 성과를 내길 원하고, 그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나도 월드컵을 보고 자라며 목표로 삼아 왔다. 나는 4년 전에도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걸 국민들에게 환희로 바꿔주고 싶었다.”

“첫 경기 결과가 좋지 못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그것(비난)을 받아들이고, 감내한다. 다행인 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멕시코전이 더 중요하다.”

구자철은 ‘2014 브라질월드컵’ 때 1무 2패에 그친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러시아 대회에서는 같은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 더 집중적으로 월드컵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분데스리가 후반기를 준비하면서부터 월드컵 하나만을 바라보면서 누구보다 간절하게, 긍정적인 순간을 꿈꾸고 기다려 왔다. 첫 경기가 틀어지면서, 심적으로 쉬운 상황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멕시코전을 더 이기고 싶다. 더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 선수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그거니까.”

각오를 밝히던 구자철은 역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낀 듯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4년 전 월드컵에서도 이런 걸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준비는 시작됐다

한국은 스웨덴전에 올인하느라 24일 열릴 멕시코전은 등한시한 것처럼 알려져 왔지만, 구자철은 사실 멕시코전 준비도 캠프 초기부터 꾸준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준비는 이미 시작했다. 스웨덴 경기자료를 가장 많이 보긴 했는데, 태블릿PC로 협회에서 준 멕시코 정보도 굉장히 많이봤다. 이동하면서 계속 봤고 한국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올 때도 비행기 안에 모여서 계속 공유를 했다.” 구체적인 멕시코전 대응 방식에 대한 회의는 이날 훈련 이후에 시작될 거라고 했다.

구자철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멕시코와 독일전(18일, 멕시코 승) 멕시코가 달랐다며 상대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멕시코가 독일을 상대로 준비를 굉장히 잘 했다. 치차리토 한 명을 놓고 수비를 하면서 역습을 빠르게 준비했고 벨라나 이런 선수가 측면으로 쭉 올라가면서 공격 전개를 굉장히 빠르게 했다. 그런 패턴이 우리 팀과의 경기에서도 진행될 줄은 모르겠지만 종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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