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김정용 기자= 한국이 러시아에서 치른 첫 경기를 패배로 마쳤다. 한국이 준비한 깜짝 전략은 상대를 속였을 수 있으나 좋은 경기력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느렸고 자주 흔들렸다.

18일(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1차전에서 한국이 스웨덴에 0-1로 패배했다. 모든 팀이 1차전을 치른 F조는 멕시코와 스웨덴이 각각 승점 3점으로 앞서나갔고, 한국과 독일이 승점 0점으로 뒤쳐졌다.

한국은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첫 경기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치른 네 번의 월드컵에서 첫 경기는 3승 1무로 좋은 성적을 내 왔다.

 

깜짝 놀래키긴 했으나, 내용은 좋지 않았다

한국은 기존에 쓰던 4-4-2, 3-5-2가 아닌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신태용 감독은 선발 라인업과 전술을 숨기는 데 성공했으나, 정작 깜짝 카드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슈팅 횟수에서 1 대 8로 큰 열세를 보였다. 실제 경기력도 밀렸다.

경기 초반에는 공을 오래 쥐고 스웨덴을 공략하는 것처럼 보였다. 킥오프할 때 김신욱을 오른쪽으로 보내는 깜짝 포지션 체인지를 준비했을 정도로 세부 사항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황희찬의 측면 돌파, 연속으로 얻어낸 코너킥과 프리킥 등 한국이 우세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스웨덴은 한국의 흐름을 연속 파울로 끊은 뒤 서서히 경기 흐름을 늦추고 그들이 선호하는 느린 공중전 양상으로 경기를 끌고갔다. 한국은 스웨덴이 빌드업할 때 압박으로 방해하지 못했다. 스웨덴은 좌우 미드필더까지 한국 문전으로 파고들어 최전방 공격수가 4명인 것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그 다음 크로스나 롱 패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한국은 여러 번 흔들렸다.

스웨덴 특유의 공격 방식은 전반 13분 처음으로 제대로 된 크로스를 올렸을 때부터 위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 18분에는 중앙 수비수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가 공격수 마르쿠스 베리와 기습적인 월 패스를 하며 한국 문전으로 파고들었으나 김영권의 멋진 태클이 한국을 위기에서 구했다. 전반 21분 스웨덴의 집요한 공 투입 중 하나를 한국 수비진이 놓쳤고, 베리가 결정적인 슛을 날렸으나 조현우가 허벅지로 간신히 막아냈다.

전반 27분 부정확한 롱 패스를 잡으려다 박주호가 다리 부상을 당하고 김민우로 교체됐다. 한국은 그 뒤로도 전반 내내 밀리다 종종 역습을 했다. 전반 37분 거친 수비로 따낸 공을 속고으로 이어간 뒤 이재성이 날린 슛이 한국의 전반전 유일한 슈팅 장면이었다. 이 슛은 수비수 몸에 맞았다.

한국은 좌우 윙어로 배치된 손흥민, 황희찬이 공격 전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두 선수는 역시 한국 진영부터 시작하는 공격을 어색해 했다. 공격수에 가까운 손흥민, 황희찬에게 전방에서 공을 배급하기에는 한국 전체가 후방으로 매우 내려가 있었고, 공격은 역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두 선수는 전반에 각각 한두 차례 드리블 돌파로 기회를 만드는데 그쳤다.

 

실수 늘어난 후반, VAR로 당한 실점

후반전이 시작되자 한국은 약간 경기 주도권을 되찾았다. 큰 틀에서는 전반전과 같은 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쪽 모두 전반전보다 틈이 벌어지면서 슛을 할 각도가 열렸다. 스웨덴은 전반 4분 에밀 포르스베리가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 6분 김민우의 기습적인 크로스를 구자철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가며 이날 가장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서로 실수가 늘어나는 경기 양상은 결코 한국에 좋을 것이 없었다. 실수 중 한국 진영에서 벌어지는 것이 더 많았다는 점, 스웨덴이 원래 무실점 축구에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랬다.

후반 18분 장현수의 패스 미스가 한국의 실점 위기로 이어졌다. 스웨덴이 한국 문전으로 공을 투입했을 때, 김민우가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걷어내려다 빅토르 클라에손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경기는 일단 속행됐다가 VAR(비디오 판독)을 위해 다시 중단됐다. 주심이 장면을 확인한 뒤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후반 20분 경기가 재개되고, 키커 그랑크비스트가 한국 골대 앞 페널티 스팟에 섰다. 그랑크비스트는 조현우를 속이고 오른쪽 아래로 공을 살짝 깔아찼다. 스웨덴의 선제골에 경기장이 요동쳤다. 기성용은 고개 숙인 김민우를 격려했다.

한국은 실점 직후 김신욱을 미드필더 정우영으로 교체한 뒤 구자철, 이재성, 황희찬에게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기는 4-2-3-1로 변화를 꾀했다. 이어 후반 27분에는 구자철을 빼고 이승우를 마지막으로 투입했다. 한국이 스웨덴보다 더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이승우의 패스연결 능력이 종종 빛을 발했지만 전체적인 패스워크가 너무 느리고 부정확한 건 여전했다. 스웨덴은 알빈 에크달을 오스카르 힐리에마르크로, 올라 토이보넨을 이사크 텔린으로 교체하면서 4-4-2 포메이션을 유지한 채 차분한 경기 운영을 유지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이재성의 헤딩 패스를 받아 황희찬이 결정적인 헤딩슛을 날렸으나 이 시도가 빗나가면서 동점을 만들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경기 운영은 느리고, 지나치게 후방으로 내려가 있었다. 스웨덴이 여유 있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한국의 속공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에 위협적인 반격은 스스로 포기한 꼴이었다. 한국의 플랜 A에 필요한 여러 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고 부상당했다는 점이 경기 내내 뼈아프게 다가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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