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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용의 러시아 기행] 술을 들이부으며, 스웨덴 팬들이 들이닥친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6.18 13:00

[풋볼리스트=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김정용 기자= 니즈니노브고로드 시내 술집에 앉아 있는데 스웨덴 유니폼을 입은 사람 한 명이 팔을 쑥 내밀었다. 그의 왼팔에는 애정(愛情), 오른팔에는 존경(尊敬)이라는 한자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가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다. 우리 일행은 “러브 앤드 리스펙트”라고 말해줬다. 그는 행복한 표정을 짓더니 밖에 앉아 있는 여성(아마도 여자친구)을 끌고와서 유난을 떨었다. “친구놈들 모두 내가 이 한자의 뜻을 모른다고 하더라고! 야, 내가 뭐랬어? 사랑과 존경이랬잖아. 이 사람들이 맞대잖아!”

수염을 리오넬 메시만큼 길러서 나이가 많아 보이지만 사실 스물일곱에 불과한 남자는 시몬이었다. 우리에게는 영어식 발음인 사이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스웨덴 팬인 그는 우리와 술잔을 부딪치며 “스웨덴과 한국의 실력이 비슷하다고? 아닐걸? 스웨덴 실력은 똥이거든” 등등 유쾌한 말을 쏟아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술집 안팎으로 술취한 스웨덴 사람들이 오갔다.

니즈니 시내는 작은 스웨덴이 되어 있었다. 스웨덴 팬들은 번화가의 술집마다 들어찼다. 한 술집은 아예 스피커와 DJ 부스를 거리로 뺐다. 길거리를 EDM 음악이 채우자 스웨덴 사람과 러시아 사람들이 뒤섞여 둠칫둠칫 춤을 췄다. 저 쪽엔 맥주병을 집어던져 깨는 스웨덴 팬, 버스킹을 하는 기타리스트 옆에 앉아 듀엣곡을 부르는 감성파 스웨덴 팬 등 온갖 부류가 보였다. 택시를 타고 유흥, 퇴폐업소가 몰려 있는 거리를 지나갈 때도 노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잔뜩 보였다. 스웨덴 축구팬들은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당당하게 스트립 바로 몰려들었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사람, 최소한 축구팬인 스웨덴 사람들이 술고래라는 건 니즈니에서 귀납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한 스웨덴 팬은 모스크바에서 니즈니로 향하는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토를 했다고 한다. 기자가 묵는 숙소의 집주인은 “아내와 시내를 거닐어봤는데, 스웨덴 사람들이 알코올을 엄청 먹더라고. 걔네는 왜 그러지? 북쪽에 사니까 추워서 그런가?”라고 말했다.

니즈니는 술을 마시고 놀기 적당한 도시다. 6월에는 해가 2시에 뜨기 때문이다. 백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밤이 엄청나게 짧은 것이다. 10시가 넘어야 본격적으로 어두워지고, 그때부터 3시간 정도 지나면 동이 트기 시작한다. 새벽 3시 정도 되면 한국의 아침 6시 정도로 밝아진다. 술을 1차만 마셔도 5차 정도 마시고 밤을 지새운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니즈니에서 가장 고급 나이트 클럽에 속하는 한 클럽은 축구팬들을 위한 특별 파티를 연다며 초대권을 뿌렸다.

시몬은 "우린 술 마시고 소리지르는 걸 좋아하지! 한국 사람들도 내일 경기장에서 소리지를 거잖아? 우리도 고래고래 소리지를 거라고!"라고 말했다. 한시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건 월드컵과 같은 축제의 매력이다. 스웨덴 사람 상당수는 니즈니에 오는 길부터 이미 정신을 약간 빼놓았고, 니즈니에서는 본격적으로 나사가 풀린 채 일탈을 즐기고 있다.

한국과 스웨덴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1차전을 12시간 앞둔 18일 새벽 3시(현지시간), 이미 날은 밝았고 갈매기들이 끼룩거리며 경기장 위를 돈다. 술을 들이부은 스웨덴 팬들은 숙소로 들어가 눈을 붙인 뒤 다시 경기장으로 몰려들 것이다. 경기장 바로 앞 숙소를 잡은 한 스웨덴 사람은 고성방가 때문인지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힘겹게 자신을 변호하고 있었다. 그들은 술을 마시며 끌어올린 흥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다시 뿜어낼 것이다. 한국은 스웨덴의 홈이나 다름없는 분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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