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던 훌렌 로페테기의 직함이 바뀌었다. 전직 스페인 감독, 현직 레알마드리드 감독이 됐다. 마드리드에서 취임식을 가진 로페테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가장 슬픈 날”이었다며 눈물을 흘리다가도 “스페인의 선전을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15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레알의 새 감독 취임식 겸 기자회견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은 로페테기 감독과의 3년 계약을 발표했고, 곧이어 로페테기 감독이 기자회견을 했다.

로페테기 감독의 레알 감독 부임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한 충격적인 발표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레알은 자진 사임한 지네딘 지단 감독의 후임으로 로페테기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뒤 발표된 소식은 더 충격적이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로페테기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이 소식을 트위터에 전하며 “우리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야”라는 글을 남겼을 정도로 모두가 놀랄만한 발표였다.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이 떠난 이후 스페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로페테기 감독은 지난 2년간 무패행진을 달렸다. 탁월한 지도력과 전술적 역량을 보여주며 ‘2014 브라질월드컵’과 ‘유로2016’에서 자존심을 구긴 무적함대를 구할 구세주로 떠올랐다. 스페인 축구협회가 최고의 성적을 냈던 감독을 하루 아침에 경질한 이유는 ‘괘씸죄’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로페테기 감독의 경질을 발표한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라고 로페테기 감독을 꼬집었다. 스페인 현지 보도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레알이 로페테기 감독 선임을 발표하기 5분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로페테기는 완벽한 프로지만 이번 일을 처리하는 모습에서는 신중하지 못했다”라고 섭섭함을 표현했다.

로페테기 감독 역시 섭섭한 마음이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는 레알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어제(14일)는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가장 슬픈 날이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었다”라며 자신을 경질한 스페인축구협회를 향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대회 직전 감독이 바뀌며 팀이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페테기 감독을 선임한 페레스 회장은 “우리 구단은 스페인이 월드컵 우승을 향해 나아갈 수 없도록 만든 부분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로페테기 감독은 “난 여전히 스페인 대표팀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난 스페인의 선전을 응원할 것이다. 스페인은 강한 스쿼드를 구축했고, 팀의 강점이 그들을 월드컵 챔피언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16일 오전 3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월드컵 예선을 함께한 코칭스태프가 떠나가고 디렉터를 맡았던 페르난도 이에로가 감독으로 부임했다. 여러모로 팀 분위기는 어수선할 수 밖에 없다.

경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르히오 라모스는 스페인 대표팀을 향한 우려에 대해 “전혀 문제 없다”라며 일축했다. 그는 “우리의 월드컵 계획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미묘한 순간이지만 이런 문제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새 감독에 대해서는 “이에로는 팀을 이끌어 갈 완벽한 후보 중 한 명”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월드컵 본선을 통해 대표팀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이에로는 기존의 팀 색깔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별리그) 3경기가 모두 결승”이라고 말하며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시간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바뀌는 게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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