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비공개로 진행된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0-2로 패배했다. 경기 내용을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은 결과를 보고 전보다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하나같이 세네갈전이 좋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문선민은 스웨덴을 잡는데 필요한 힌트를 얻었다고까지 이야기했다.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첫 개최국 현지 훈련을 가졌다. 대표팀은 12일 마지막 전지훈련지였던 오스트리아를 떠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첫날 휴식을 취한 뒤 13일, 현지시간 오후 4시경 첫 현지 훈련을 시작했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A매치를 4경기나 잡았다. 그중 마지막 경기였던 11일 세네갈전은 선수 명단, 득점자와 득점 시간 등 기본적인 정보만 공개하고 경기 영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의 전략을 최대한 숨기기 위한 방법이라고 신태용 감독은 설명했다. 이 경기에서 0-2로 패배하면서 한국은 더 큰 비판과 비관론에 직면했다.

경기 이틀 뒤 취재진과 만난 선수들은 세네갈전에 대해 퍽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가장 선명한 표현으로 세네갈전의 성과를 밝힌 선수는 문선민이었다. 문선민은 세네갈전 경기력을 볼 때 충분히 스웨덴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문선민은 타박상 때문에 세네갈전을 아예 거르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봤다. 높은 곳에서 경기장 전체를 조망했기 때문에 한국의 경기력이 개선됐다는 걸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페널티킥으로 골은 먹었지만 수비적인 면을 비롯한 플레이 자체와 경기력은 괜찮았다고 본다. 나아지고 있는 과정이다. 페널티킥은 심판이 결정하는 거니까, 그 외에는 경기력이 좋았고 수비적으로도 좋았다. 골만 잘 넣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선민은 스웨덴을 잡기 위한 힌트를 얻었냐는 질문에 “세네갈전에서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며 스웨덴을 상대로 경기를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장 기성용은 최근 조심스런 인터뷰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신중한 어조에도 세네갈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담겨 있었다. “전반전까지 수비적으로, 조직적으로 잘했다. 경기를 주도하진 않았지만 후반 실점 전까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첫 실점은 아쉬운 상황이었다. 세네갈 정도의 팀은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 성과 낼 수 있다. 세네갈 공격은 출중하다. 선수들이 그에 대한 대비를 했다. 조직적으로 더 좋아진 건 사실이다. 공격에서 찬스가 왔을 때 골을 넣어줘야 하고, 흐름은 아쉬웠지만 전보다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100% 컨디션 되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기성용은 세네갈이 수준 높은 팀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경기가 더 많았다면 좋았겠지만, 세네갈전에서 분명 배운 게 있다”라고 했을 정도였다. 세네갈을 월드컵 전 만난 평가전 상대 중 가장 강팀으로 분류했다. 조직력을 떠나 세네갈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월드컵 수준을 미리 경험하기에 충분히 강력했다. 세계적인 윙어 사디오 마네를 중심으로 빅 리그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인 경험이 있는 디아프라 사코, 음바예 니앙 등 수준급 공격진이 나왔다. 이탈리아세리에A 최고 센터백 칼리두 쿨리발리, 독일분데스리가 중하위권에서 가장 각광받는 센터백 살리프 사네가 형성한 중앙 수비 역시 어느 참가국 못지않은 라인업이었다.

이승우 역시 세네갈전에서는 앞선 평가전들과 달리 긍정적인 경기 내용이 나왔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우리가 준비한 것을 해볼 수 있는 경기였고, 준비한 것을 잘했던 것 같다.”

한국 축구팬들은 대표팀이 소집한 뒤 1승 1무 1패에 그치는 모습을 봤다. 지난 5월 28일 온두라스전에서 2-0으로 유일한 승리를 거둔 뒤 이달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1-3으로 패배했고, 오스트리아에서 가진 볼리비아전은 0-0 무승부에 그쳤다.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데다 그다지 의욕도 없어 보였던 볼리비아조차 압도하지 못하는 경기력은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였다. 선수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사람들이 보지 못한 세네갈전 경기 내용은 볼리비아전과 달리 시스템 안에서 활기를 띠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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