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X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 키플레이어 : 살렘 알 도사리, 사우디 축구의 새로운 혈통을 대표하는 윙어

유행에 민감한 알 도사리는 사우디 선수들이 나래를 펴기 시작한 비야레알(스페인)에서의 임대를 마치고 월드컵 본선 무대로 향한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축구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늘 미스테리 같은 존재다. 이변을 일으키는 팀에는 잘 알려진 선수가 한 명 정도는 있기 마련이지만 –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의 콜롬비아에는 발데라마가, 1994년 미국 월드컵의 불가리아에는 스토이치코프가 있었다 – 축구팬들에게 사우디 스타 선수 이름을 대보라고 물어보면 제 아무리 축구에 통달한 ‘덕후’라한들 이름 하나 대지 못할 것이다. 2000년에 EPL 울버햄턴에서 뛰었던 사우디 영웅 사미 알 자베르, 1994년 월드컵에서 엄청난 골을 뽑아냈던 ‘사우디의 마라도나’ 사에드 알 오와이란 정도가 언급되면 다행. 아마 대부분은 꿀먹은 벙어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축구 선수들이 서서히 나래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초, 사우디 아라비아 축구협회는 스페인의 라 리가와 사우디 선수 9명을 스페인 클럽으로 임대 보내는 계약을 체결했다. 9명 중 하나인 살렘 알-도사리는 아마도 사우디 축구계에 일어난 변화를 온몸으로 상징하는 인물일 것이다.

 

알 도사리는 최신 유행 헤어스타일을 따라하길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다. 구찌 백팩을 매고 다니는 알-도사리는 EPL 팀 버스에 올라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는 패션 피플이다. 알 도사리는 사우디 축구가 낳은 새로운 혈통을 대표하는 선수이면서, 대표팀 감독 후안 안토니오 피치가 러시아 월드컵 기간 중 가장 의지해야 할 에이스이기도 하다.

 

볼 컨트롤 능력이 뛰어난 윙어인 알 도사리는 자신을 마크하는 수비수를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돌파 실력도 갖춘 윙 플레이어다. 사우디가 1994년 알 오와이란 세대의 뒤를 잇는 업적을 내길 원한다면 알-도사리의 이런 능력들을 최대한 끌어낼 필요가 있다. (1994년, 사우디는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야레알에서 보낸 스페인 리그 임대 생활로 그가 얻은 것은 두 가지다.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는 바람에 자국 리그에 남았다면 유지됐을 경기 체력과 실전 감각을 잃어버리면서 깊어진 생각이 그 첫 번째다. (레반테로 임대를 떠난 파하드 알 무왈라드, 레가네스로 임대를 간 야히아 알 셰흐리도 비슷한 경우다.) 다음은 유럽 최상위 클럽의 선수들을 만나고 유럽의 훈련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사우디 대표팀이 얻게 된 긍정적인 상승 효과가 꼽힌다. 이런 노력이 어떤 변화를 사우디 축구에 가져올 지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소속팀 비야레알의 반전 카드로 제 몫을 해낸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당시 그는 임대 이적 후 단 1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선수였지만, 후반 12분께 출전해 비야레알이 베일과 호날두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0-2으로 뒤지던 경기를 2-2로 마무리하는 데에 기여했다. 이 시합이 있기 전 그리스와의 A매치에서 팀이 2-0으로 이길 때 골을 넣었던 알-도사리는 후반 25분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잡은 뒤 로드리, 프로날스와 공을 주고 받으며 마르티네스의 만회골을 도왔고, 또다른 교체 멤버인 카스티예호가 종료 5분을 남겨놓고 동점골을 넣어 비야레알의 5위 자리를 확고히 하는 데에 역할을 했다.

 

이런 잠깐의 카메오 활약이 알 도사리를 스타덤에 올려주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게 하는 요소는 될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월드컵 무대에 도착했을 때 느끼게 될 문제점 중 하나는 선수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팀과 선수들에 대한 경험을 별로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 도사리가 라 리가에서 경험한 짧은 출전이 그가 러시아, 우루과이, 이집트를 상대할 때 자신감을 갖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면 사우디의 16강행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지지 않을까.

 

경기장 밖에서 알 도사리는 스페인에 잘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 감독은 스페인으로 임대를 떠난 세 선수 가운데 알 도사리의 스페인어가 가장 낫다고 평가했다. 3년전 알 도사리는 알나스르와의 리야드 더비매치 도중 주심을 머리로 들이받아 소속팀 알힐랄로부터 월급을 반납하는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스페인에서의 경험을 비롯해 당시에 비해 더 성숙해진 알 도사리가 러시아에서 좋은 활약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면 그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닐 것 같다. 사우디 축구의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되는 알 도사리의 활약이 기대된다.

# 전술 분석

후안 안토니오 피치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휘봉을 처음 잡은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하지만 그 뒤 평가전만 치러왔을 뿐, 공식 경기는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인 러시아전에서 치러진다. 7개월의 재임 기간 동안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치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는 월드컵 개막전 이전까지 최대한 많은 평가전을 갖는 데에 집중해왔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이끈 아시아 지역 예선 기간 동안 사우디는 주로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강팀들을 상대로는 뒤로 물러 앉아 경기했다. 역습과 속공을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피치 감독은 후방에서 길게 볼을 넘겨주는 축구를 선수들에게 강조해왔다. 이런 스타일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지난 3월 벨기에를 상대로 0-4로 패한 사우디는 이후 알제리, 그리스 같은 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전에 비해 공을 더 잘 소유하고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경기 템포를 떨어뜨려 상대가 리듬을 놓쳐 페이스를 잃게 하는 데에도 수완을 발휘한다.

칠레 대표팀 감독 출신의 피치는 컴팩트한 4-2-3-1 포메이션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중원 싸움의 숫자를 늘리도록 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골을 많이 넣기 보다는 단단하게 지켜내는 축구가 목적인 팀이 되고 있다. 수비진은 경험이 많은 편이지만 스피드가 느리고 수준급 공격수를 상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게 흠이다. 오사마 하우사위는 수비진의 리더로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지만 점점 스피드가 느려지고 있다. 좋은 소식은 그의 수비 파트너인 (아무 친척 관계가 아닌) 오마르 하우사위가 올 시즌부터 뛰어난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풀백 야세르 알 샤라니는 양쪽 측면을 모두 커버하며 피치 감독이 더 많은 미드필더 옵션을 갖게 만드는 오버래핑이 뛰어난 선수다.

 

경험많은 미드필더 타시이르 알 자심은 과소평가된 압둘라 오타이프와 함께 중원을 지킨다. 두 선수 모두 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데 오타이프는 평소처럼 앞으로 전진하지 못할 수 있다. 공격 2선의 세 선수들은 단연 돋보인다. 살렘 알-도사리, 야히아 알 셰흐리, 파하드 알 무왈라드는 사우디 대표팀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선수들이다. 강호들과의 경기에선 어떨지 모르지만, 아시아 팀들과의 대결에서는 매번 상대 수비를 무장해제 시키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 3인조는 지난 시즌의 후반기를 라 리가 클럽에서 임대 선수로 보냈는데 출전 경기 수가 다 합쳐 2경기에 불과하다.

 

러시아에서 사우디가 얼마나 날카로운 면모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들의 성과도 결정될 것이다.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는 두 윙어들의 능력은 믿을만한데, 만일 중앙의 셰흐리가 스트라이커 뒷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보하게 된다면 사우디는 상대를 큰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

 

골을 넣을 줄 아는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건 문제다. 최전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스트라이커는 모하마드 알 샤라위지만, 무한나드 아시리처럼 제공권이 뛰어나고 볼 간수 능력이 좋은 대체자도 주목할만하다.

 

# 예상 베스트11

(4-2-3-1) 모사일렘(GK) - 브레이크, 오마르 하우사위, 오사마 하우사위, 샤흐라니 – 오타이프, 알 자심 – 알 무왈라드, 알 셰흐리, 알 도사리 – 알 샤라위.

 

 

# Q & A

-이번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 선수는 누구?

파하드 알 무왈라드는 흥미로운 재능이다.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로 적절한 위치에 침투하여 볼을 받아내는 능력이 있다. 감독이 자유롭게 플레이하도록 허용해주기만 한다면, 뭔가를 만들어내 팬들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게 만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가장 실망스러울 듯한 선수는?

모하마드 알 샤라위는 대표팀에서 경기당 1골씩 득점하는 뛰어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수준의 수비수들을 상대해서도 골을 넣을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게 사실이다.

 

-사우디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12년만에 본선에 오른 사우디는 기대치를 높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다. 러시아, 이집트, 우루과이와 함께 가장 손쉬운 그룹에 속한 덕택에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16강 여부와 상관없이 조별리그 최하위만 면해도 괜찮을 것 같다.

 

글=그렉 윌콕스 (아랍 뉴스 스포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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