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X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 키플레이어 : 이승우, 잠재력을 보여줄 기회

서울 광장은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붉은 악마들이 모여 장관을 펼친 것으로 유명한 장소다. 지난 5월 21일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는 행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16년의 시간 동안 변한 것들도 있다. 구청사 위로 신청사가 들어섰고, 슬로건은 ‘Be the Reds’에서 ‘We, the Reds’로 바뀌었으며, 당시 걸음마를 막 뗏을 법한 아이가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이승우는 한때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불렸던 선수다. 이번 행사에서 정장을 쫙 빼입고 무대에 선 선수들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다. 다소 건방져 보이게 했던 금발로 염색한 헤어스타일은 사라졌지만 반짝이는 눈빛과 선배 선수들에 비해 느슨하게 맨 넥타이는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이승우는 대표팀에 뭔가 조금 다른 기운을 가져다주는 선수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어쩌면 그가 이번 여름에 자기 자신의 이름을 크게 떨칠 수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이제 막 10대를 벗어난 선수에 대해 말하면서 지나간 시간을 거론하는건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고작 A매치 3경기 출전에 불과한 이승우는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신인 선수가 아니다. 수 년 동안 이승우는 한국에서 ‘코리안 메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제 더 이상 그렇진 않지만, 새로운 미래가 열려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과 비교되는 것은 불가피했다. 이승우는 열 두 살의 나이에 바르셀로나로 날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의 어린 시절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플레이 스타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승우는 빠르고 날렵하며 수비수들을 향해 돌파를 시도하는걸 사랑하는 선수다. 전성기는 2014년 U16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처음 왔다. 이승우의 활약은 대단했고 득점왕과 MVP를 석권했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 팀이 넣은 2골을 모두 뽑아낸 이승우는 특히 두 번째 골 장면에서 경탄을 자아냈다. 한국 진영에서부터 시작된 질주는 일본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에 따르면 “반칙이 아니면 막을 수 없는” 돌파로 이어졌다. 4강에서는 시리아가 이승우를 막으려 했지만, 그는 1골 4도움으로 맹활약하며 7-1 대승을 견인했다. 북한과 치른 결승전에서는 상대의 심한 견제 속에 별다른 활약이 없었고 결국 우승컵을 놓치고 말았다.

 

한국에서 주목받는 일은 계속됐다. 2015년, 이승우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홈 경기에서 분노에 차 광고판을 걷어차거나 교체될 때 불만을 표하는 등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태도로 논란을 일으켰다. 대표팀 레전드 중 한 명인 이영표 KBS는 자신의 SNS에 이승우를 향한 조언을 남겼다. “실력 못지않게 태도도 중요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승우는 한 인터뷰에서 대선배인 이영표의 이러한 발언에 불만을 표했다.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오셔서 저를 만나 얘기해주셨다면 더 와닿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의 이승우는 구단이 받은 이적 관련 징계에 연루된 것으로 더 많이 거론된 선수였다. 2014년, FIFA는 바르셀로나와 이승우의 계약이 규정 위반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승우는 2016년 만 18세가 될 때까지 그 어떤 공식 경기에도 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바르셀로나는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이승우는 출전 징계가 풀리는 시점이 되자 1군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 되었다. 2017년 8월, 바르셀로나는 이승우를 베로나에 150만 달러의 이적료를 받고 이적시켰다. 바르셀로나는 이숭우를 다시 사올 수 있는 ‘바이백(buy-back)’ 조항을 계약에 삽입했다.

 

이탈리아 이적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KFA 관계자는 이숭우가 많은걸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귀띔했다. 멋진 발리슛으로 만들어낸 첫 골은 지난 달 AC밀란전에서 나왔다. 베로나의 강등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적시에 나온 득점이었다.

 

대표팀 골키퍼 출신의 레전드 김병지는 “신태용 감독은 이승우를 기다려왔다”면서 “이탈리아에서 보낸 마지막 몇 주 동안 이승우는 몸 상태가 좋았다. 자신이 준비된 선수라는걸 보여줄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승우의 월드컵 최종 엔트리 포함은 의외다. 권창훈과 이근호가 부상으로 이탈한 덕택인데, 어느새 그의 입지는 첫 경기인 스웨덴 전에서 손흥민의 공격 파트너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올라와 있다. “빠르고 수비 뒷공간을 잘 노리는 선수다. 상대로부터 좋은 위치에서 파울을 얻어낼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2017년 U20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부터 이승우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많이 뛰진 않았지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신태용 감독이 믿는 이승우의 잠재력은 수 년 동안 대한민국 축구팬들을 들썩이게 해왔다. 이번 월드컵은, 이승우가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두에게 확인시켜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 전술 분석

공격 옵션이 부족한데다 전술 구상도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겐 손흥민과 기성용의 활약이 절실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최종 예선의 대부분을 4-2-3-1 포메이션으로 치렀다. 하지만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신태용 감독은 본선 맞춤형 전술을 찾기 위해 꾸준히 실험을 계속해 왔다. 신 감독은 변형 스리백과 투톱을 쓰는걸 선호하는 지도자지만 이 역할을 맡을 선수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은 2선에 선 3인의 공격 콤비가 최대 장점인 팀이었다.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 권창훈, 이재성, 황희찬 같은 선수들이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는게 믿을 구석이었다. 하지만 권창훈과 이근호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청용마저 제외되면서 신태용 감독의 구상에는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신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전진시켜 그가 소속팀 토트넘에서 해리 캐인이 했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격진에 부상이 많아 모든 구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재 신태용 감독은 자신이 선호했던 공격적인 3-5-2가 보스니아 평가전에서 실패를 맛본 뒤 4-4-2로 좀 더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 전훈 도중 생각에 변화가 온 것으로 보이지만, ‘보안’을 이유로 자세한 말은 아끼고 있다. 특히, 보스니아전에서 기성용을 최후방으로 내려 스리백의 중심으로 활용한 뒤론 더 그렇다.

 

손흥민과 기성용은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들이다. 기성용은 대표팀의 엔진으로 다크호스들에게 필요한 경험과 축구 지능을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다. 다소 느린 선수일지 모르지만 시야가 넓고 패스가 정확해 기여도가 높다. 처진 플레이메이커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대표팀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기성용이 심장이라면 손흥민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올 시즌 토트넘에서 자신의 기량을 만방에 떨친 그는 대표팀에서도 종종 중요한 골들을 터뜨려왔다. 믿을만한 스트라이커가 없는 대표팀에서 손흥민은 공격과 득점의 짐을 홀로 짊어진 채 러시아로 향한다.

# 예상 라인업

(4-4-2) 김승규(GK) - 이용, 장현수, 김영권, 박주호 – 이재성, 기성용, 정우영, 구자철 – 황희찬, 손흥민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이재성은 중원의 대부분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선수로 지난 두 시즌 동안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17년 K리그 MVP이기도 한 이재성은 머지 않아 유럽행이 유력한 선수 중 한명인데 이번 대회를 통해 그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를 겸비한 이재성은 양쪽 측면과 중앙에서 모두 팀에 기여할 공격 자원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활약을 펼칠 것 같은 선수는?

손흥민이 어깨에 짊어진 부담은 엄청나다. 지난 시즌 EPL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친 것은 월드컵에서 그의 활약에 대한 전국민적 기대를 부풀렸다. 소속팀에서와 달리 대표팀에서는 다소 기복이 있는 플레이를 펼쳐온 손흥민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에게 가장 적합한 포지션을 찾아 주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답은 얻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16강 진출이 목표인 팀이다. 대부분이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데, 현실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을 예상하는 게 당연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격 조합이 나쁘지 않고 대표팀과 클럽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여럿이라 본선에서 가진 것을 다 쏟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버릴 수 없다. 약간의 운이 더해진다면, 첫 경기에서 스웨덴을 꺾는 것은 과한 기대가 아닌데, 이 경우 16강 진출도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

 

글=존 듀어든(축구전문기자, 키플레이어 부분), 서형욱 (풋볼리스트 대표, 전술분석-베스트11-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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