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에삼 엘하다리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장인과 사위가 한 팀으로 출전한 적은 없었다. 올해 그것이 거의 이루어질 뻔한 상황까지 갔지만, 아마도 다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주장이자 골키퍼인 에삼의 딸, 샤다 엘하다리는 ‘카라바’라는 약칭으로 알려진 발빠른 윙어 마흐무드 압델모니엠과 약혼했다. 하지만 이 젊은 선수가 이미 한 여배우와 약혼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불과 48일만에 파혼하는 바람에, 아마 라커룸에서는 유례 없는 민망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다.

하지만 에삼 엘하다리는 러시아에서 그것과는 다른 월드컵 역사를 만든다. 선수 생활 내내 그의 마음 속에는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이번 여름 그 꿈이 이루어진다. 그는 국가대표 데뷔 22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45살이라는 최고령 선수 기록을 경신할 예정이다.

이집트의 유명한 댐의 이름을 따서 하이 댐이라는 별명을 가진 엘하다리가 월드컵에 오기까지 긴 여정이 있었다. 그는 1973년 1월, 이집트 지중해 연안의 카프르 알바티크(수박 마을)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름에도 불구하고, 그 마을은 과일이 아니라 목재 가구의 생산으로 유명하고, 에삼의 아버지는 작은 공방을 소유한 장인이었다. 그는 아들에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거나, 가구를 열심히 만드는 것 중에 선택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아들은 두 가지 선택을 생각해 봤지만, 둘 다 완전히 무시하고 축구를 택했다.

축구를 하는 것이 비밀이었던 탓에, 엘하다리는 부모님이 공부하러 가는 줄 알도록 교과서를 경기장에 가져갔고, 경기 후에 더러워진 옷을 근처 강가에서 씻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부모님은 아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엘하다리가 처음 카프르 알바티크의 지역 팀의 눈에 띈 것은 바로 집 근처의 더러운 경기장 위에서였다. 17세 때 이집트 2부 팀 다미에타가 그를 데려갔다. 아버지에게 새로운 진로에 대해 말씀드릴 용기도 내지 못한 채, 엘하다리는 유스 팀에서 한 시즌 전체를 보냈다. 매일 집에서 7km를 뛰며 훈련했는데, 절친한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함께 따라다녔다.

189cm 골키퍼 엘 하다리는 자신이 강인함과 대담함을 갖춘 건 어린 시절의 불편했던 환경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미에타에 오기 전까지 골키퍼 장갑이란 걸 껴본 적이 없었고, 첫 날에 처음 한 켤레를 받았다. 이튿날, 그는 늘 하던 대로 맨손으로 훈련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장갑 없이 나타났다. 그 결과 손에는 상처와 멍이 생겼지만, 그가 향후 프로 축구 선수로서 불가피하게 겪을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반이 되었다.

1993년, 그는 18세 나이로 다미에타에서 데뷔했다. 인상적인 첫 번째 시즌을 보낸 후 국가대표 팀에 깜짝 발탁되었다. 비록 5순위 골키퍼이긴 했지만. 그는 이때까지도 차가 없어서, 이웃 사람들이 1970년대 푸조를 타고 국가대표 팀의 훈련장으로 데려다 줬다.

두번째 시즌이 끝나고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아 있었지만, 엘하다리는 비밀리에 알아흘리와 사전 계약을 체결했다. 그때까지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였고, 그는 시즌이 끝나서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팀을 찾고 있는 척 해야 했다.

그는 알아흘리에서 12년을 보내며 이집트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대표팀에서도 주전이 되었다. 그는 상대 팀에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 체격, 명성을 모두 활용하면서, 골문 앞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첼시와 코트디브와르의 전설인 디디에 드로그바는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에서 여러 번 그의 손끝에 막혔고, 한번은 엘하다리가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밝혔다.

엘하다리는 고향 마을을 기념하기 위해 수박으로 승리를 축하한다. 중요한 승리 후에는 서포터들이 "오로스 야 하다리" 또는 "댄스 엘하다리" 라는 구호를 외치는 동안, 골대 위에 올라가서 춤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2년 아프리카 슈퍼컵에서 알아흘리가 카이저치프스를 4-1로 이겼을 때도 그랬다. 그 경기에서 커리어 첫 번째이자 팀의 3번째 골을 자신의 진영에서 찬 프리킥으로 성공시켰다(또 다른 골은 작년 사우디팀 알타운 소속으로 알에티파크 전에서, 추가 시간에 넣은 페널티킥이다).

2008년에 그는 논란을 낳으며 알아흘리를 떠나 스위스의 시온으로 이적했다.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지만 알아흘리 관계자들에게 말도 없이 이적을 감행했다. 알아흘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했고, 엘하다리는 4개월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 후에는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2011년 헐 시티에서 받은 입단 테스트는 성공적이었지만, 수단 팀 알메리이크가 이적을 거절했다. 그는 마지못해 아프리카로 복귀할 수 밖에 없었다.

엘하다리는 1996년 A매치에 데뷔했다. 이집트에서 가장 어린 선수인, 21살의 스토크시티 소속 윙어 라마단 소비가 태어나기 10개월 전이었다. 이후 150경기 이상 뛰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4차례나 우승했고, 3번이나 최고의 골키퍼로 선정됐다.

그는 2006년과 2010년 사이에 네이션스컵에서 3번 우승한 황금 세대의 마지막 남은 일원이다. 비록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이르렀지만, 그가 뒤에서 플레이하고 있을 때 수비진은 안정감을 가지며, 중요한 경기에서 팀이 한 발짝 더 올라서도록 하는 영웅적인 역할을 해왔다. 올 여름 러시아 월드컵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에게 있어 가장 위대한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의 모든 축구 선수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꿈을 믿고 그것들을 실현시키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전술 분석

이집트는 모하메드 살라라는 세계 최고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거기에 속으면 안 된다. 이 팀은 엑토르 쿠페르 감독 지도 하에 수비적으로 잘 갖추어진 팀이다. 이집트 감독을 맡은 뒤 초반 32경기에서 쿠페르는 단 18골만 실점했다. 5월 중순 이후에는 아직 한 골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의 수비 철학은 팀에 깊이 자리잡았고, 모하메드 엘네니와 타리크 하메드로가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로서 깊숙한 위치에 서는 4-2-3-1 전술로 경기에 임한다.

한편 골문을 지킬 예정인 베테랑 골키퍼 엘하다리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제가 45살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저에게 이것은 단지 종이에 적힌 숫자일 뿐입니다."

엘 하다리 앞에는, 두 명의 웨스트브로미치 소속 중앙 수비수 알리 가브르, 아흐메드 헤가지가 선다. 레프트백에 모하메드 압델샤피, 라이트백에 다재다능한 아흐메디 파티로 수비진이 구성된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이집트의 주요 약점 중 하나는 실점을 허용하는 상황이다. 18골 중 13골이 직접 크로스를 통해 들어온 것인데, 헤가지와 가브르의 중앙 수비 조합이 평균 키가 195cm이고, 수비력도 좋은 상황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쿠페르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3명과 전방에 1명을 배치해서 공격에 나서는 것을 선호한다. 마흐무드 하산 '트레제게', 압둘라 엘사이드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가 공격형 미드필더 라인을 형성하는데, 특히 트레제게가 소속팀 카심파사에서의 활약을 재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트레제게는 “터키에서 했던 활약을 월드컵에서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가능한 많이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당연하게도, 이집트가 그토록 간절히 필요로 하는 속도와 힘, 득점력을 제공하는 살라에게 크게 의존할 것이다. 리버풀 윙어 살라는 소속팀 시즌이 끝나갈 무렵 그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이집트 축구 협회와 초상권 관련 논란이 지나간 뒤, 다시 축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엘사이드는 미드필드 중앙에서 공격을 배후 조종하고, 전방에는 아메드 하산 ‘코카’가 앞장선다. 브라가 소속 공격수 코카는 상대 수비진에 근접해서, 수비수들이 띄워주는 롱 볼을 경합한 후에, 직접 슈팅이 가능한 위치를 선점하거나,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명에게 공을 배급해줘야 한다.

이집트는 득점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다른 팀들은 그들의 수비를 뚫는 것을 까다롭게 생각할 것이다. 최근 포르투갈 및 그리스에 당한 친선전 패배에서, 파라오(이집트 선수들)들은 처음으로 더 강한 팀을 만나서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비록 졌지만, 1-2과 0-1의 결과는 이집트가 세계 수준의 팀을 만나도 투지 있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예상 베스트11

(4-2-3-1) 엘하다리(GK) – 파티, 헤가지, 가브르, 압델사피 – 엘네니, 타레크 – 살라, 엘사이드, 트레제게 – 하산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카심파사의 마흐무드 하산. 프랑스인 공격수 다비 트레제게와 약간 닮았다는 이유로 ‘트레제게’라고 불린다. 안더레흐트에서 터키로 임대돼, 첫 시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윙 플레이어인 그는 5월 중순까지 첫 번째 시즌에서 인상적인 13골과 6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이번 대회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이집트에 단지 모하메드 살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할 것이다.

 

-이집트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이집트 팬들은 모하메드 살라가 이번 시즌에 보여 준 번뜩이는 활약이, 다소 에너지가 떨어지는 다른 선수들에게 조별 예선 통과를 위한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집트 관계자들의 생각은 자신들이 16강에 오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이하의 결과는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루과이는 최고의 팀이지만, 우리가 다른 팀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다면, 감독실에 초청해서 그들의 주장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쿠페르 감독의 최근 발언이다.

글= 아흐메드 유세프(킹풋닷컴)

에디팅= 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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