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블라디미르 스토이코비치, 세르비아 골키퍼 기록 보유자

톱사이더(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유명한 공원)의 붉은색, 흰색 유니폼을 입는 사람들은 블라디미르 스토이코비치를 격렬하게 혐오한다. 검은색, 흰색 유니폼을 입는 사람들은 그를 열렬히 사랑한다. 스토이코비치는 세르비아가 가진 가장 뛰어난 수문장이다.

 

8년 전에 일어났지만 스토이코비치가 바로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건이 있다. 그럴 만한 사건이었다. 분노에 찬 레드스타베오그라드 팬들이 저지른 일이었다. 그들은 스토이코비치를 가격하기 위해 세르비아 대표팀 버스를 습격했고, 거의 성공할 뻔했던 것이다.

 

스토이코비치는 이렇게 회상한다. “양쪽에서 버스를 흔들어대더군요. 동료들은 저에게 버스 가운데에 서 있으라고 해 줬어요. 그러나 팬들은 문을 부수고 거의 들어올 뻔했죠. 자욱한 연기의 벽을 뚫고 그들은 저를 주시하고 있었어요. 손에는 횃불을 든 채로. 그러나 동료들이 저를 구해줬죠. 데얀 스탄코비치가 제 앞으로 뛰어나갔고, 니콜라 지기치가 그 뒤를 따랐죠. 팬들은 그 선수들을 존중하거든요. 그들이 레드스타의 전설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사건은 끝났어요. 그러나 팬들 중 한 명은 제게서 겨우 몇 센티미터 앞까지 도달했었죠.”

 

이 사건은 세르비아가 2010년 10월 ‘유로 2012’ 예선을 위해 이탈리아의 제노아로 가기 전 일어났다. 서포터들이 분노한 이유는 간단했다. 스토이코비치가 그들의 가장 큰 라이벌 파르티잔베오그라드로 그 시기에 이적했기 때문이었다.

 

스토이코비치는 레드스타에서 데뷔했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5/2006시즌 팀의 넘버원 골키퍼가 됐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자 낭트로 이적했다. 또한 어린 시절엔 TV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세상의 모든 돈을 준다고 해도 파르티잔으로 이적하진 않겠습니다. 싫어하니까요. 간단한 거죠. 저의 피는 빨강과 흰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런 발언과, 스토이코비치가 레드스타의 명예 멤버이자 사랑 받는 존재였다는 점을 아울러 생각할 때, ‘델리예(영웅)’가 파르티잔으로 이적했다는 건 팬들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서포터들이 버스 공격을 하며 스토이코비치가 세르비아 대표를 그만두게 할 생각이었다면, 그들은 잘못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내가 다시는 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더군요. 그러나 그 뒤로 나는 더욱 확실하게 결심했습니다. 그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그래서 티셔츠를 입을 생각이 들었던 거죠.”

 

스토이코비치가 말한 티셔츠란 “내 못난 과거를 용서해 주시길”이라고 쓰여 있는 티셔츠를 더비 경기에서 입었던 일을 말한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더비 경기 복귀였다. 이 티셔츠로 레드스타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제노아에서 레드스타 팬들의 습격을 당한지 2주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국가대표로서 그의 꿈은 2006년 시작됐다. 프랑스 구단 낭트에서 몇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비테세에서는 금세 경기력이 떨어지며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CP가 2007년 여름 그를 5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스포르팅에서는 부상으로 유망주 후이 파트리시우에게 자리를 내줬고, 다시는 되찾지 못했다. 헤타페와 위건에서 보낸 일련의 임대 생활을 통해 스토이코비치는 총 9차례의 정규리그 출장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스토이코비치는 파르티잔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앞두고 팀에 합류하며 세르비아 무대로 복귀했다. 처음엔 임대였고 1년 뒤 완전 이적했다. 스토이코비치는 그때 자신만의 임무가 있었다. 경기력이 떨어지고 출장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는 ‘일시적으로 대표팀에서 떨어져 지내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세르비아가 ‘유로 2012’ 예선을 시작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기에는 때가 나빴다. 그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대표팀으로 돌아와야 했다.

 

상처는 시간이 치유한다. 스토이코비치는 곧 어쩔 수 없이 세르비아가 지닌 가장 뛰어난 골키퍼로 인정받았다. 그는 톱사이더를 떠나 에르고텔리스, 마카비하이파, 노팅엄포레스트에서 뛰는 동안에도 최고로 인정받았다. 2017년 파르티잔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가장 크게 인정받았다.

 

스토이코비치는 2017년 세르비아 올해의 선수를 수상했다. 네마냐 마티치, 두산 타디치를 앞지른 결과였다. 통산 79경기(역주 : 6월 10일 현재 81경기)를 치르며 스토이코비치는 세르비아 시대를 넘어, 1920년대 시작된 유고슬라비아 시절까지 통틀어 가장 많은 경기를 뛴 골키퍼가 됐다.

 

스토이코비치는 혼자 산다. 혼자 꿋꿋이 서 있다. 그는 친구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다. 축구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찬가지다.

 

“우리 골키퍼들은 다른 포지션보다 80% 더 어렵습니다. 골대가 유일한 친구죠. 한 명의 머리를 막아내면 다른 선수의 발이 날아옵니다. 당신의 뒤를 지켜 줄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골대가 있을 뿐이죠.”

#전력 분석

월드컵에서 늘 실패자였던 세르비아지만,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가 믈라덴 크르스타이치 신임 감독 아래서 대표팀의 일원으로 등장했다는 건 희망적이다. 어쩌면 그들 특유의 정신적 나약함을 이번엔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르비아는 오랜 공백을 끝내고 월드컵 본선에 돌아왔다. 세르비아 사람들의 시선은 크르스타이치의 화려한 선수단에 머물러 있다. 이제까지 세르비아의 발목을 잡아왔던 정신적인 나약함을 이번엔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세르비아는 ‘2010 남아공월드컵’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러시아로 향했다. 2010년 당시 라도미르 안티치 감독이 이끌던 세르비아는 예선에서 프랑스를 넘어 조 1위를 차지해 본선에 직행했다. 그러나 조별리그에서 떨어졌다. 당시 D조에서 최하위에 그쳤던 건 정신적으로 엉망이었기 때문이었다. 투지와 의지력이 결여돼 있었고 경기력이 실망스러웠다.

 

8년이 지나, 세르비아는 2010년의 실패와는 달라졌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번에도 세르비아는 예선에서 조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러시아에선 한결 정신적으로 강하고 전술적으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기대할 만한 요소가 많지 않았다. 세르비아는 월드컵 예선에서 웨일스, 아일랜드를 꺾고 유럽 D조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예선이 끝나가면서 부진한 경기력이 반복됐다. 선수 선발 문제가 되풀이됐고 전술적으로 다양성이 없었다. 슬라볼리우브 무슬린 감독은 경질됐고, 그의 코치였던 크르스타이치가 감독직에 올랐다. 세르비아가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는데도 감독을 바꾼 것이다.

 

세르비아축구협회의 호의 속에서 출발한 크르스타이치는 자신의 은사인 무슬린의 방식과 거리를 두려 노력했다. 크르스타이치는 베르더브레멘 수비수 출신이다. 그는 몇 가지 전술적 변화를 도입했고, 곧바로 라치오의 스타 밀린코비치사비치를 선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밀린코비치사비치의 길들여지지 않은 면모는 무슬린 시절의 온순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크르스타이치는 밀린코비치사비치를 선발하고 23세에 불과한 그를 대표팀의 핵심으로 기용하는걸 그리 어려워하지 않았다. “우리 팀의 최고 선수는 언제나 뛸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밀린코비치사비치는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우리 팀의 척추를 이룰 것이다.”

 

밀린코비치사비치는 이탈리아에서 ‘병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미드필드에서 중심 역할을 맡았다. 크르스타이치는 2017년 11월 아시아 투어를 통해 밀린코비치사비치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네마냐 마티치, 크리스털팰리스의 루카 밀리보예비치와 함께 신뢰 받는 선수로서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밀린코비치사비치의 어시스트가 아뎀 랴이치(랴이치 역시 무슬린 시절 선발 논란이 있던 선수다)에게 전달되며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 어시스트는 그가 러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증거였다.

 

무슬린은 예선 대부분을 3-4-3 포메이션으로 보냈다. 크르스타이치는 여기서 벗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수비에서 일어났다. 세르비아의 가장 강력한 부분이라고 여겨져 온 수비는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 알렉산다르 콜라로프가 최종 수비라인을 돕는 형태였다. 그러나 크르스타이치는 포백 수비를 도입해 4-2-3-1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콜라로프를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했다. 이바노비치에게서 주장 완장을 벗겼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움찔했다.

 

크르스타이치는 공격수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를 다른 선수로 교체하지 않았다. 미트로비치는 풀럼으로 임대돼 다소 과장된 기록(20경기 12골)을 남겼다. 뉴캐슬에서 자리 잡지 못한 미트로비치는 런던에서 활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러시아에서 세르비아의 가장 큰 위협요소가 될 것이다. 그는 세르비아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 최전방에서 미트로비치가 어느 정도 용감한 모습을 보인다면 말이다.

 

#예상 베스트11

(4-2-3-1) 스토이코비치 - 루카비나, 이바노비치, 나스타시치(부상에서 회복할 경우 토시치), 콜라로프 - 마티치, 밀리보예비치 - 타디치, 밀린코비치사비치, 랴이치(코스티치) - 미트로비치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밀린코비치사비치는 이번 시즌 이탈리아세리에A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좋은 컨디션을 월드컵에서도 보여줄 거란 기대를 받는다. 23세인 그는 폴 포그바와 비슷하게 경기를 독점하는 스타일이다. 또한 포그바처럼 맨유 이적설도 있다. 그러나 그는 더 전방에서도 뛸 수 있다. 거의 공격수 같은 역할도 가능하다. 아직 국제대회에서는 경력이 부족한데, 그가 세르비아 미드필드의 중심으로 들어가며 보여주는 모습은 마치 뜯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세르비아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세르비아 사람들은 대표팀의 현실에 비해 과도한 기대를 갖는다. 세르비아는 뛰어난 수준의 선수들이 응집력 없이 국제대회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곤 했던 팀이다. 이 점 때문에 세르비아의 현실적 목표를 말하는 건 쉽지 않다. 선수와 팬들은 브라질에 이어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걸 최소한의 목표로 생각할 것이다. 16강에서 탈락하는 것도 대중들은 부진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이처럼 현실 인식이 똑바로 안 되기 때문에, 8강이나 나아가 4강 정도는 돼야 잘 했다거나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 밀로스 마르코비치(스포츠케)

에디팅= 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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