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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설자가 된 이근호 “부상, 성용이에게 미안하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6.04 16:40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근호는 결국 러시아로 간다. 다만 뛸 수 없을 뿐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중용될 것이 확실시됐던 이근호는 갑작스런 부상으로 대회에서 빠졌다. 대신 KBS 객원 해설자 자격으로 러시아를 찾기로 했다.

3일 오후 ‘포카리스웨트와 함께하는 풋살히어로즈 2018’ 현장에서 이근호를 만났다. 이근호가 부상 이후 처음 등장한 공식 행사다. 이근호는 지난 5월 22일 대표팀 1차 엔트리에 소집됐다. 그러나 소집 직전 당한 부상 때문에 이튿날 조기 낙마했다. 이근호는 약 열흘이 지난 3일에도 오른쪽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 절뚝거렸다. 지난해부터 스포츠 브랜드 미즈노와 함께 대회 참가 학생들에게 물품 지원을 해주는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첫 공식 행사가 됐다. 그리고 월드컵 현지에서 객원 해설자로 중계도 하게 된다.

 

다음은 이근호와 한 인터뷰 전문. 

- 다리가 아직 불편해 보인다. 처음 대표팀이 소집될 때는 별 것 아닌 부상처럼 알려졌는데 이튿날 바로 짐을 싸서 놀란 사람이 많았다.

나는 처음부터 별거라고 생각했다. 다치는 순간부터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처음 간 병원은 응급실이다보니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도 희망이 있었다. 회복 기간이 1, 2주에 불과하다면 본선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역시나였다. 부상 부위는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다. (김)진수와 비슷하다. 수술을 요하는 큰 부상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8월에 그라운드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월드컵은 선택받은 자만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아쉽다.

 

- 8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8년 전에는 마지막 전지훈련지에서 탈락했다.

그래도 4년 전에 월드컵 본선을 한 번 겪어봐서 그런가, 8년 전보다는 충격이 덜하다. 그때는 탈락했던 거고 지금은 아파서 못 가는 거라는 차이도 있다. 나이를 더 먹기도 했다. 나보다 진수가 안타깝다. 두 번 연속으로 비슷한 시기에 부상을 당했으니까. 진수나 (염)기훈이 형은 어쩌면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타이밍에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나보다 더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진수에겐 기회가 더 있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으면 한다. 진수는 다음 대회에 당당히 참가한 뒤에 마지막에 책 한 권 쓸 수 있을 거다. 시련을 넘어 월드컵에 나간 이야기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 최종명단이 발표됐다. 탈락한 선수, 남은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줬나.

명단이 나온 뒤론 진수와 연락을 안 했다. 그 전부터 진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건 안다. 그동안 대표 선수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는 카톡으로 나눠 왔지만 축구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말하기 애매하다. 그래서 말을 아낀다. 원래 국내 평가전 끝나면 선수들에게 연락해 줄 생각이었는데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서 안 했다.

 

- 이근호 자신도 아쉽지만, 신태용 감독에게도 아쉬울 거다.

난 어차피 공격진의 1옵션은 아니니까 (손)흥민이, (황)희찬이, (김)신욱이가 잘 해줄 거다. 그보다는 (권)창훈이나 진수처럼 자기 포지션의 1옵션이었던 친구들의 공백은 있다. 대신 합류한 선수들이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고참으로서 역할을 못 하게 됐다는 건 감독님과 (기)성용이에게 미안하다. 내가 이번 대회 최고참이었다. 그래서 분위기도 잡아주고, 후배들도 도와주면서 팀 전체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젠 (이)용을 비롯한 고참 선수들이 잘 해줄 역할이다. 요즘 성용이 이야기하는 것 보면 리더십이 아주 강하다. 그런 짐을 내가 나눠서 질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대신 해설로서 러시아에 가게 된다.

11일에 러시아로 떠날 거다. 개막전은 (이)영표 형과 함께 할 것 같은데 그 뒤로 어떻게 되는지는 하나도 못 들었다. 내가 해설을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선수 입장에서 조금 돕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표 형이 해설하시는데 나처럼 경험도 없는 현역 선수가 말을 많이 하면 안 되지. 지금 대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해봤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이 있을 거고, 응원을 해줄 수도 있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대표 선수들과 가깝게 지낼 생각은 없다. 본선에 간 선수들은 아주 예민하다. 나는 벌써 떨어졌으니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늘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을 잘 생각해야 한다. 어렵다.

- 용감한 결정이다. 월드컵이 상처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사람들이 날 만나면 다들 ‘괜찮냐’고 물어봐주더라. 난 진짜 괜찮거든. 그렇게 물어보니까 오히려 우울해지더라. 그래서 해설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러시아는 처음 가 본다.

 

- 차두리 코치도 현역 선수로서 월드컵 현지 중계를 했다. 더 잘할 자신이 있나.

아우, 다른 사람보다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그게 다 독이다. 영표 형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게 내 목표다. 영표 형이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주시더라. 편하지 않은 게 문제지.

 

- 해설 준비는 좀 하고 있나.

한국 경기도 보고, 다른 나라 경기도 보면서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선수 정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옆에 캐스터가 있어야 제대로 연습이 될 것 같은데 방에서 혼자 연습하는 걸론 한계가 있다. 녹음한 걸 들어보진 않았다. 어우, 내 목소리 듣고 있으면 손발이 다 사라질 것 같은데.

 

- 다들 이근호는 해설을 잘 할 거라고 기대하던데.

그게 문제다. 부담되잖아. 못 할 거라고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어, 이것봐라. 생각보다 잘 하네’라고 반응해주면 안 될까.

 

- 이제 해설자 모드로 16강 전망을 말해달라.

쉽지 않다. 솔직히 현실적으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 조에서 2위 이내에 드는 전력은 아니다. 그건 당연한 거다. 다만 올라갈 확률은 있으니까 그걸 노려야 한다. 스웨덴과의 경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고, 선수로서 준비할 때부터 생각해 왔다. 그 경기가 잘못되면 확률은 훨씬 떨어진다. 멕시코는 전력이 워낙 좋으니까 스웨덴이 먼저다.

 

- 스웨덴이 비교적 해볼 만한 나라라는 점에 다들 공감한다.

그렇지만 스웨덴 같은 나라가 까다롭다. 월드컵에 겨우겨우 올라온 건 맞는데 그게 무섭다. 너무 조직적인 팀이다. 팀으로서 잘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화려한 개인은 없지만. 같은 멤버를 예선부터 돌리면서 조직력을 만들었다. 밑에부터 수비에 치중한 4-4-2를 한다.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한 전술인데 다만 더 뒤로 웅크린다. 일부러 크로스를 내주고, 덩치 큰 수비수들이 안정적으로 걷어낸다. 공략하기 힘들다.

 

- 첫 경기를 잡지 못하면 힘들다는 말은 4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 러시아에 질 수도 있었는데 이근호의 골로 1-1 무승부를 거뒀고, 그게 대회에서 유일한 승점이 됐다.

러시아와 비겼을 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알제리가 그렇게 강할 줄은... 우리가 아프리카 팀에 강하니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제리가 벨기에전과 전술, 멤버를 완전히 바꿔서 나올 줄은 몰랐지.

 

- 멕시코도 상대해 본 경험이 있지 않나.

있다. 4년 전 월드컵 준비할 때 0-4로 졌다. 멕시코는 워낙 강한 팀이다. 까다롭다. 기술 좋고, 빠르고, 우릴 힘들게 한다.

 

- 강원FC에서는 해설자로 다녀오는 걸 허락해줬나?

물론 허락받았다. 어차피 부상자라서 훈련에 참여할 수 없다. 구단 홍보도 된다. 러시아 현지에서도 동행한 트레이너와 함께 계속 재활할 거다.

 

-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강원에서 울산현대로 이적할 거라는 보도가 있었다.

나는 이미 의사표현을 했다. 이제 내가 할 말은 없다. 구단에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나도 구단 사이에 오간 이야기에 대해서는 기사로 봤다. 선수 트레이드 등 여러 방안이 오고간 것 같던데. 아직 여름 이적시장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말씀드릴 수 없다.

나는 강원 소속이다. 강원이 먼저 만족스런 조건을 받아야 하고, 강원이 허락을 해 준다면 그때 팀을 옮길 수 있다. 오늘 저녁 강원의 선수단 소집에 합류한다. 어차피 부상 중이라서 함께 훈련은 할 수 없다. 그러나 강원 선수로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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