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류청 기자= “스리백을 섰는데, 이번 소집에서 처음 서보는 포지션이었고 선수들이 잘 이해했나 싶기도 하다.” (손흥민)

 

카드가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다. 확실한 카드가 있는 이가 승리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와 한 국내 출정식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신 감독은 공언대로 3백을 들고나왔으나 조직력과 기량에서 아쉬움을 보이면서 에딘 비슈차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했다. 신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 플랜B는 현 시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게 됐다.

 

경기 후 감독과 선수모두 인정하는 게 하나 있다. 3백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계속 주문을 했는데 선수들이 몸에 벤 습관이 있어서 바로 고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장 기성용도 “(3백) 훈련을 이틀 정도 밖에 하지 않아서 호흡이나 라인 간격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아직 완벽하진 않았”다고 했다.

 

계획이 많은 것도 좋지만, 어디까지나 확실한 계획이 있을 때 이야기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한국은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 한국은 손흥민을 살려서 역습을 하거나 손흥민이 슈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법론도 확실하게 만들지 못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28일 온두라스 경기에서는 골을 터뜨렸으나 보스니아 경기에서는 침묵했다.

 

보스니아 경기에서는 수비가 흔들려 손흥민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수비가 흔들리고 중원에서 밀리다 보니 손흥민이 내려와서 공을 받아야 했다. 신 감독도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지만, 손흥민이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받는 것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서 공을 받는 게 더 좋다고 인정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시작했을 때부터 수비가 불안했다. 수비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역습도 없다. 신 감독이 한때 전북 수비진을 모두 이식하는 방안을 고심했던 이유도 여기 있다. 그런데 월드컵이 가까운 시점에도 두 가지 수비 전술을 병행하면서 무엇 하나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은 “(3백을) 선수들이 잘 이해했나 싶기도 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는 나라는 보스니아보다 전력이 좋다. 한국이 난타전을 벌여 이기기 어려운 상대다. 결과적으로 실점을 줄이는 게 기본 전략이어야 한다. 신 감독은 이런 대전제보다 다양한 카드를 살펴보는데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종엔트리 선발을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2주 뒤에는 경기를 해야 한다.

 

“섣불리 공격적으로 나가면 오늘 같은 경기가 나올 수 있다.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비 조직적인 훈련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 그게 3백이 됐든 4백이 됐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선수들이 위치나 간격을 염두에 두고 훈련할 때 잘 해야 할 것 같다.” (기성용)

 

한국은 남은 시간 동안 가장 잘하는 것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걸 날카롭게 만들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안정적으로 수비하면서 손흥민과 황희찬을 이용해 빠르게 역습하는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상대 공격을 차단했을 때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우리가 득점한 유형을 봤을 때 그런 부분이 가장 많았다. 게다가 손흥민과 파트너 황희찬 사이 호흡은 아직도 덜컹거린다. 

 

축구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고,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하면 된다. 월드컵처럼 큰 무대에서는 더더욱 간결하게 가야 한다. 신 감독은 최종엔트리를 “기량이 아닌 전술을 고려해 뽑겠다”라고 했다. 최종엔트리 선발 뒤, 오스트리아 캠프에서는 큰 길부터 닦아야 한다. 계획이 많으면 팀이 산으로 갈 수 있다.

 

로베르트 프로시네츠키 보스니아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승리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축구를 했다." 한국, 신태용호가 지닌 "우리 축구"를 먼저 완성할 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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