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수비수 3명은 온두라스를 상대로 비교적 쉬운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제 남은 두 명은 권경원과 윤영선이다.

한국은 6월 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를 상대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 전 마지막 국내 평가전이자 출정식이다. 앞선 28일 온두라스를 2-0으로 꺾으며 월드컵 준비 1단계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뒤였다.

주전 경쟁이 가장 극심한 포지션은 센터백이다. 센터백은 6명이 선발됐다. 본선행이 확실시되는 장현수를 제외하고 김영권, 정승현, 오반석, 권경원, 윤영선이 모두 경쟁 중이다. 신 감독이 윤영선을 비교적 신뢰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들 중 안전한 선수는 없다.

온두라스전을 통해 세 명이 1차 오디션을 치렀다. 선발로 경기를 시작해 71분을 소화한 정승현, 풀타임을 소화한 김영권은 무실점 수비에 일조하며 1차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오반석은 정승현과 교체돼 들어가 후반 막판을 책임졌다. 온두라스 공격이 약했기 때문에 결정적인 평가를 하긴 어렵지만 큰 실수도 없었다.

오반석의 경우 후반 스리백 전환을 위해 투입했다는 점에서 신태용 감독이 왜 선발했는지, 어떻게 활용할 건지 짐작하게 하는 선수였다. 오반석은 스리백과 포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스리백일 때 세 자리 중 어느 위치를 맡겨도 자연스럽게 수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경기 중 스리백 전환을 고려한다면 오반석 역시 다른 센터백들에 비해 활용도가 높다.

장현수의 입지가 비교적 탄탄하다고 볼 때 남은 오디션 대상은 권경원과 윤영선이다. 두 선수가 나란히 보스니아전에 선발 출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선수가 걸어온 길과 플레이 스타일은 대조적이다. 권경원은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해외 진출로 경력이 잘 풀렸다. 왼발잡이이고, 몸싸움보다 위치선정과 지능으로 수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대로 윤영선은 K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했고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가 메디컬 테스트 문제로 좌절된 경험이 있다. 오른발을 쓰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도 권경원과 대조적이다.

현재 기량과 경기 감각은 두 선수 모두 문제가 없다. 올해 들어 큰 부상 없이 정상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려 왔다. 보스니아전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마지막 숙제다.

센터백 6명 중 몇 명이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될지도 변수다. 포백을 쓰는 팀이라면 센터백 4명을 선발하고, 스리백을 병행한다면 5명까지도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센터백 중 한 명이 낙마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신 감독은 예상을 깨고 온두라스전에서 스리백을 쓸 때 중앙 미드필더인 정우영을 스위퍼로 기용했다. 정우영은 소속팀 비셀고베에서 스리백, 포백 전술을 가리지 않고 중앙 수비수로 뛴 경험이 있다.

정우영을 스리백의 한 자리에 활용한다면 한국이 전문 센터백을 5명씩 보유할 필요가 없다. 한국이 선발한 센터백들은 대부분 다른 포지션을 겸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기보다 전문 센터백에 가깝다. 장현수, 권경원이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활용할 만큼 경쟁력이 있는 역할은 아니다. 결국 정우영이 스리백으로 내려올 경우 한국은 센터백을 4명만 선발하게 되고, 낙마하는 선수는 1명이 아니라 2명이 된다.

센터백들이 벌이는 최종 오디션은 더 치열해졌다. 특히 보스니아는 세계 최고장신 공격수 중 하나인 에딘 제코가 있는 팀이다. 제코는 193cm나 되는 신장과 이를 완벽하게 이용하는 포스트 플레이 기술을 겸비한 선수다. 제코의 대체자 혹은 파트너로 뛰는 공격수 리야드 바이치 역시 189cm 장신이다. 이들은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이 만날 스웨덴의 대역 역할을 하게 된다.

보스니아전에서 유독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센터백이 나온다면, 그 선수는 본선에서 ‘스웨덴전 담당’을 맡을 적임자로 발탁돼 최종 오디션을 통과할 수 있다. 한국 수비의 중심 장현수가 그리 제공권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장신 공격수를 상대로 경쟁력 있는 센터백은 필요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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