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꿈의 무대’ 역사상 최초로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감독, 그것도 데뷔한 지 만 세 시즌이 되지 않아 달성한 감독. 축구 역사상 가장 찬란한 경력을 쌓아가는 지네딘 지단 레알마드리드 감독이다.

27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 위치한 올림픽 경기장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을 치른 레알이 리버풀을 3-1로 꺾고 우승했다. 지단은 2015/2016시즌 중간에 레알 지휘봉을 잡으며 1군 감독으로 데뷔한 뒤 매번 UCL에서 우승했다.

앞서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단 감독을 세계 최고 지도자로 부르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자신만의 전술과 축구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단 감독을 대표할 만한 전술적인 색채나 특정 포메이션, 축구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가가 저하됐다. 축구계에서 역사적인 감독으로 불리려면 트로피만 많은 것이 아니라 전술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단 감독이 자신만의 전술로 다른 지도자들에게 영감을 준적이 없다.

대신 지단은 매년 승리하는 승리자다. 감독으로서 지단의 장점은 선수와 코치로서 모두 사사한 ‘스승’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에게서 많이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전술 철학이 아니라 팀에 주어진 자원들을 잘 조합해 최상의 전술을 만들어내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스타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세부적인 지시를 하기보다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를 제공한다. 지단은 안첼로티 감독이 레알에 남기고 간 전술적 모범답안을 잘 승계하며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에 선수로서 레알의 UCL 우승을 이끌었던 스타 선수 출신의 아우라가 더해져 감독 지단이 된다.

지단의 3년을 관통하는 존재는 미드필드에 배치되는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다. 두 미드필더는 경기 흐름에 따라 능동적으로 템포를 조절하고 팀 운영 방식을 바꿀 만한 판단력과 기술을 겸비하고 있다. ‘그라운드의 감독’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존재가 두 명이나 있다는 점이 레알의 강점이다. 상대의 전술 완성도가 더 높아 보일때도 크로스와 모드리치는 완벽한 볼 키핑을 바탕으로 잘 견뎌낸 뒤 공략할 만한 빈틈이 보이길 기다린다. 리버풀을 상대한 UCL 결승도 마찬가지였다.

전술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는 이제 지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2016년 결승전에서는 교체 이후 동점골을 얻어맞고 승부차기까지 끌려갔다. 그러나 그 뒤로 2년 연속 UCL 결승에서 교체 카드를 적중시켰다. 작년에는 마르코 아센시오가 1골을, 올해는 가레스 베일이 2골을 교체 선수로서 터뜨렸다. 시즌 내내 더 중용된 아센시오나 루카스 바스케스가 아니라 베일을 택한 지단의 선택이 절묘했다.

전술적 다양성 측면에서도 지단은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우승 과정에서 이스코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4-3-1-2 포메이션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전술을 만들어냈다. 선수 시절 ‘1’ 자리에 배치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던 지단은 이스코를 전술적 후계자로 간택했고, 그 결과가 지난 시즌 우승이었다. 이 ‘플랜 A’가 한계를 보이는 경기에서는 아센시오와 바스케스를 좌우 측면에 배치하는 4-4-2를 ‘플랜 B로 활용했다. 상대에 따라 중앙을 강화할지, 측면을 강화할지 자유자제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지단이 안첼로티보다 더 진일보한 건 선수단 관리 능력이다. 스타 선수의 기량을 전술적, 정신적으로 온전히 끌어내는 건 두 감독의 공통점이다. 여기에 지단은 안첼로티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선수 기용으로 체력 부담을 분산시켰다. 지단의 선수들은 시즌 막판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두 감독 모두 자국리그에 약하고 UCL에 더 강하다는 같은 특징으로 귀결됐다.

이번 결승전은 전반전에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 레알의 다니 카르바할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변수가 많았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에서 모드리치와 크로스의 지능이 빛을 발했다. 이스코를 선발로 기용해 중원 장악력을 높여 뒀다가 리버풀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베일을 투입해 배후 공간을 지속적으로 노리는 경기 운영은 효과적이었다. 리버풀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의 실수 덕분에 경기를 수월하게 풀었다.

지단은 2000년대 ‘갈락티코 1기’를 상징하는 선수였다. 2010년을 전후해 시작된 ‘갈락티코 2기’가 벌써 10여 년이나 지속되고 있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팀의 한 가지 콘셉트는 붕괴되고 다른 콘셉트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단의 능력은 호날두 중심 레알이 더 오래, 더 화려하게 성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전성기를 연장시키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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