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스타가 많은 모로코에서 최전방 공격수는 유독 명성이 떨어진다. 주전급 선수 중 유일한 ‘국내파’ 아유브 엘카비다. 엘카비의 국제 경쟁력에 모로코 성적이 달렸다.

모로코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할 최종 엔트리 23명을 일찌감치 발표했다. 사우샘프턴 소속 미드필더 소피앙 부팔이 빠진 것을 제외하면 모로코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모두 포함됐다. 30대 선수 5명, 23세 이하 선수 5명이 포함돼 세대별 균형이 이상적인 선수단이다.

가장 큰 문제는 득점 루트의 부재다. 모로코는 지난 10여 년 동안 수준급 공격 자원을 다수 배출한 나라지만 그중 최전방 공격수는 없었다. 이번 대회 명단에 포함된 칼리드 부타이브, 아지즈 부하두즈 모두 유럽에서 커리어를 쌓아 온 선수들이다. 주로 빅 리그의 2부에서 뛰었다. 스타 반열로 올라가지 못했다.

세 번째 공격수 엘카비는 이번 모로코 명단에서 3명뿐인 국내파 선수 중 하나다. 엘카비는 올해 25세 나이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늦깎이 대표다. 지난 2016/2017시즌 모로코 2부 구단 라싱데카사블랑카에서 프로 데뷔를 하자마자 득점왕에 올랐다. 1부 구단 RS베르칸으로 이적해 득점을 이어갔다.

엘카비는 올해 1월 ‘2018 아프리카네이션스챔피언십(이하 챔피언십)’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데뷔전 2골을 비롯해 대회에서 9골을 쏟아 부어 득점왕과 MVP를 차지했다. 챔피언십은 아프리카 구단에서 뛰는 선수만 참가할 수 있는 ‘국내파’들만의 대회다. 아프리카네이션스컵과 번갈아 격년으로 열린다. 2009년 출범했지만 2014년 대회 전까지 A매치로 인정을 받지도 못했다. 동아시아로 치면 E-1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과 비슷한 위상을 가진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유럽파가 배제된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고 해서 높은 평가를 받긴 힘들다. 엘카비는 아직 국제적인 지명도가 부족한 선수다. 챔피언십 이후 3월에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도 골을 추가해 A매치 8경기 10골로 뛰어난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수비수들과 상대해 본 경험이 전혀 없다.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엘카비는 월드컵 본선에서 어느 정도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A매치 최다 득점자기 때문이다. 모로코에 A매치 1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엘카비뿐이다. 그 뒤를 8골을 넣은 하킴 지에크, 7골을 넣은 음바라크 부수파 등이 잇는다.

엘카비는 챔피언십 득점왕을 차지한 뒤 아틀레티코마드리드 이적설에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본선에서 활약을 이어간다면 더 많은 유럽 구단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동안 챔피언십을 통해 유럽에 진출한 선수는 드물었다. 그러나 엘카비가 보여준 엄청난 득점력을 과거 득점왕들보다 더 큰 인상을 남겼다.

엘카비를 도와줄 테크니션이 모로코에 많다는 건 긍정적이다. 모로코는 지난해 한국을 상대한 평가전에서도 2진급 공격진으로 한국 수비수들을 흔들어놓으며 3-1 승리를 거둔 바 있다. 2선 자원의 기술과 창의성이 뛰어나다. 지에크는 네덜란드 청소년 대표, 유네스 벨랑다는 프랑스 청소년 대표를 이끌었던 기대주였다. 한때 벨기에 리그 최고 선수였던 플레이메이커 음바르크 부수파, 네덜란드에서 알아주는 선수였던 노르딘 암라바트 등 베테랑 선수들도 있다. 샬케04에서 좋은 활약 중인 아민 하리트, 페예노르트에서 기대를 받고 있는 노르딘 암라바트의 동생 소피앙 암라바트 등 유망주들도 강력하다.

모로코는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본선 진출에 열광하고 있다. 모로코 정부는 보건부, 외교부, 내무부가 협조해 러시아월드컵을 찾는 국민들을 지원한다. 보건부는 모로코 경기가 열리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칼리닌그라드에 의료진을 배치한다. 외교부는 러시아 현지에서 모로코국민들이 겪을 불편을 해결할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모로코 정부수반 중 최초로 방한한 사드 에딘 엘 오트마니 모로코 정부수반은 지난 20일 한국으로 오는 길에 모스크바를 들렀다. 모로코 대사를 만나 월드컵에서 팬들을 지원할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한편 모로코 항공사 로열에어마로크는 경기가 열리는 세 도시로 가는 직항편을 마련할 예정이다.

 

#모로코 월드컵 엔트리 23명

골키퍼 : 무니르 모하메디(누만시아), 야신 부누(지로나), 아흐메드 레다 타그누티(탕헤르)

수비수 : 메드히 베나티아(유벤투스), 나빌 디라르(페네르바체), 마누엘 다코스타(바삭세히르), 로맹 사이스(울버햄턴원더러스), 함자 멘딜(릴), 바드르 바눈(라자카사블랑카), 아크라프 하키미(레알마드리드)

미드필더 : 음바라크 부수파(알자지라), 카림 엘아흐마디, 소피앙 암라바트(이상 페예노르트), 유네스 벨랑다(갈라타사라이), 노르딘 암라바트(레가녜스), 파이살 파이르(헤타페), 하킴 지에크(아약스), 유세프 아이트 베나세르(캉), 메흐디 카르셀라(스탕다르리에주), 아민 하리트(샬케04)

공격수 : 칼리드 부타이브(말라티아스포르), 아지즈 부하두즈(장크트파울리), 아유브 엘카비(RS베르칸)

사진= 스페인 일간지 'AS' 인터넷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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