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신태용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그동안 가장 성공적인 전술이었던 4-4-2 포메이션을 포기할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 전술을 소화하는데 필요한 선수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21일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을 서울광장에서 가진 뒤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이동해 첫 훈련까지 진행했다. 월드컵으로 가는 길의 첫 단계가 시작됐다.

첫 발을 상쾌하게 떼지는 못했다. 부상자들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뛸 예정이었던 김민재, 권창훈과 핵심 후보 선수가 될 예정이었던 염기훈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주전 레프트백이었던 김진수는 일단 대표팀에 합류해 재활 중이지만 본선 합류가 불투명하다. 그밖에 이근호 등 여러 선수들이 작은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신 감독은 4-4-2를 포기할 뜻을 내비쳤다. 21일 인터뷰에서 “플랜 A였던 4-4-2 포메이션은 수정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초부터 부진에 빠졌던 대표팀은 8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물러나고 신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한동안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11월 평가전에서 4-4-2를 도입한 뒤 경기력이 빠르게 안정됐다. 부상자들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에서 가장 유력한 전술은 4-4-2였다.

일반적으로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술이 통째로 바뀌는 일은 드물다. 해당 포지션의 2순위 선수로 대체하는 경우가 더 많다. 김민재, 권경원이 대표팀에서 이탈하면 그 다음으로 뛰어난 센터백과 오른쪽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것이 더 평범한 해결책이다.

한국이 아예 전반적인 전술 수정을 고려하는 건 4-4-2를 국제 수준에서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4-4-2는 현대 축구의 기본 포메이션으로 흔히 불리지만 팀의 조직력과 각 선수의 전술 소화 능력이 높아야 구현할 수 있다. 한국은 월드컵에 현대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참가한 적이 없다. ‘2002 한일월드컵’까지는 스리백 기반의 전술이었다. ‘2006 독일월드컵’부터 포백 기반 전술이 도입됐지만 4-3-3, 4-5-1, 4-2-3-1 등 원톱을 두는 포메이션이 주로 활용됐다.

4-4-2는 원톱을 두는 포메이션에 비해 공격 숫자가 한 명 더 많고, 미드필더는 더 적다. 선수들이 네 줄로 배치되는 4-2-3-1에 비해 세 줄로 배치되는 4-4-2는 각 선수의 활동량과 간격 조정 능력이 더 뛰어나야 한다. 4-3-3은 중앙 미드필더가 세 명이라서 서로 장단점을 퍼즐처럼 맞추기 쉽지만, 4-4-2는 중앙 미드필더가 두 명이기 때문에 좌우 측면 미드필더까지 네 명이 모두 공수 균형을 갖춰야 한다.

이재성과 권창훈의 등장은 한국이 4-4-2를 도입할 수 있게 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4-4-2의 측면 미드필더들은 공격에만 치중해서 뛰는 측면 공격수가 아니라, 공수를 모두 신경 쓰는 미드필더여야 한다. 이 포메이션으로 대표적인 팀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측면 미드필더로 사울 니게스, 코케 등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수비적인 선수를 배치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재성과 권창훈 역시 중앙 미드필더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공수 균형이 잡힌 선수들이다. 둘 중 더 비중이 컸던 권창훈이 빠진 것만으로도 4-4-2 포메이션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김민재는 개인 기량뿐 아니라 수비 방식 측면에서도 4-4-2에 잘 맞는 수비수였다. 김민재는 스피드가 빠르고, 기본적으로 상대 공격수를 괴롭히기 위해 자주 전진하는 경기 방식을 갖고 있다. 각 선수가 맡아야 하는 공간이 더 넓은 4-4-2 포메이션에 잘 맞는 수비 방식이었다.

신 감독은 권창훈 대신 이청용을 오른쪽 주전으로 시험해볼 수 있다. 이재성을 권창훈의 자리로 옮기고 문선민, 이승우를 왼쪽 미드필더로 투입하는 방안도 시험해 볼 것이 유력하다. 실제로 경기를 했을 때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난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문선민, 이승우 모두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치중할 때 더 위력을 발휘하는 측면 공격수들이지 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는 아니다. 특히 이승우는 ‘2017 U-20 월드컵’에서 4-4-2 포메이션의 측면 미드필더를 억지로 수행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감독도 신 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연령별 대표 감독 시절 4-3-3과 3-4-3을 유연하게 오가는 축구를 지속적으로 추구한 바 있다. 성남일화를 지도하던 시기에는 4-2-3-1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많이 썼다. ‘윙백의 공격 가담’을 강조한 최근 인터뷰를 참고한다면 3-5-2 포메이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시간이 많지 않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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