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AS로마는 탈락하고도 ‘뜨거운 명예’를 남겼다.

 

로마는 한국시각으로 3일 새벽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리버풀과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4강 2차전을 했다. 4-2로 이겼으나 1차전 2-5 패배를 뒤집지 못했다. 전반 9분만에 내준 선제골이 치명적이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 로마는 올 시즌 UCL 무패를 달리던 리버풀을 4-2로 격파했다. 리버풀이 조금 수비적으로 나서기는 했으나 로마가 좋은 전술과 경기력을 보인 게 더 크게 작용했다. 로마는 지난 8강 1차전에서 FC바르셀로나에 1-4로 지고도 2차전에 3-0으로 뒤집은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로마 감독은 공격적인 카드를 들고 나왔다. 공격진에 높이와 기술을 겸비한 스테판 엘 샤라위, 에딘 제코, 파트릭 쉬크를 배치하고 측면 풀백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와 알렉산드로 플로렌치를 거의 측면 윙어처럼 썼다. 이들이 공격적으로 나가면 미드필더인 라자 나잉골란과 로렌초 펠레그리니가 수비를 지원했다.

 

전반 9분에 나잉골란이 측면에서 결정적인 패스 미스를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디프란체스코 감독이 준비한 전략과 전술은 잘 먹혔다. 측면에서 콜라로프와 플로렌치가 정교한 크로스를 올리면 페널티 박스 안에 있는 공격수 세 명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비수와 싸우며 기회를 만들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우격다짐만 잘한 게 아니다. 빠른 공격이나 역습을 할 때는 엘 샤라위가 측면에서 적극적인 돌파로 길을 만들었다. 엘 샤라위는 리버풀 중앙 수비수를 측면으로 끌고 나와 몇 차례 무너뜨렸고, 데얀 로브렌에게는 경고까지 얻어냈다. 제코가 2-2를 만드는 동점골을 터뜨릴 때도 엘 샤라위 슈팅이 먼저 있었다.

 

이에 리버풀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4인 역습으로 맞섰으나 큰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전반 9분 상대 패스 미스를 받아 피르미누가 마네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만들어준 것을 제외하면 결정적인 기회는 많지 않았다. 후반 23분에 모하메드 살라가 피르미누에게 패스를 내준 것 정도가 인상적이었다.

 

로마는 리버풀의 역습에 흔들리면서도 골은 내주지 않았다. 나잉골란과 데 로시가 수비적인 역할을 잘 해줬고, 중앙 수비수인 페데리코 파시오와 콘스탄티노스 마놀로스도 리버풀 공격수와 경합에서 밀리지 않았다. 알리송 골키퍼도 잔 실수를 좀 했으나 실점을 내줄 정도는 아니었다.

 

경기력은 좋았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14분 젱기스 윈데르가 날린 결정적인 슈팅은 카리우스 선방에 막혔고, 후반 17분 엘 샤라위가 날린 슈팅이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손에 맞고 나갔으나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느린 장면으로 보면 손에 완벽하게 맞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마는 항의도 길게 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주심에 아쉬움을 표하는데 그쳤다. 로마는 마지막까지 시간을 쪼개 리버풀을 공략하는데 썼다. 후반 막판에 나잉골란이 2골을 뽑아낼 수 있었던 이유다. 1골을 더 넣어 연장으로 가는 데는 실패했으나 팬들을 감동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로마는 기록에서도 리버풀을 압도했다. 접유율 59.9%에 패스 성공률 81.1%(공격진 패스_어택킹 서드_성공률 71.9)슈팅도 24개(유효슈팅 6개)를 기록했다. 크로스 성공률도 34.3%였다. 허용한 슈팅은 11개(유효슈팅 5개)에 그쳤다. 로마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올 시즌 UCL 결산에는 레알마드리드나 리버풀 이름만 남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는 기록 이면에 남을 것이다. 로마는 탈락하면서도 자존심을 지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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