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올해 제주유나이티드는 퇴장으로 자멸하는 경기가 유독 많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그럴 때마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제주는 22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8라운드를 갖고 전북현대에 0-1로 패배했다. 전반 막판이 핵심이었다. 전반 35분 선제결승골의 주인공 로페즈가 퇴장 당했다. 제주는 수적 우세 속에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으나 약 3분 뒤 이찬동이 김신욱의 역습을 저지하려 손으로 잡아챘다가 두 번째 경고를 받고 역시 퇴장 처분을 받았다. 이때부터 역전이 힘들어졌다.

자멸하는 제주의 나쁜 경기 양상이 다시 나왔다. 제주의 가장 큰 약점은 전체적으로 좋은 승률을 유지하다가 중요한 경기에서 유독 약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에서 우라와레즈를 상대로 난투극을 벌이다 3명이 퇴장 당했다. 36라운드에 박진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며 전북현대에 0-4로 대패했고, 전북의 우승이 확정됐다. 올해 ACL 조별리그 광저우헝다 원정에서 퇴장은 나오지 않았으나 허둥거리며 평소보다 내용이 나쁜 경기를 한 끝에 페널티킥을 내주고 패배했다.

퇴장 문제는 이번 시즌 더욱 심해졌다. 벌써 네 번째다. 경남FC를 상대로 조용형이, 광저우헝다와 상주상무를 상대로 김원일이 퇴장을 기록했다. 조용형은 팔꿈치 사용으로 바로 퇴장을 당했고, 나머지 세 건은 경고누적이었다. 제주는 네 경기에서 1무 3패로 부진했다. 제주의 상대팀 선수가 퇴장당한 경우도 3번이나 된다는 점이 특이한데, 제주는 울산현대와 전남드래곤즈 상대로 승리했지만 양팀에서 모두 퇴장 선수가 나온 전북전은 패배했다.

현재 4회 퇴장이 나온 팀은 제주뿐이다. K리그1만 보면 대구FC와 전남이 제주와 마찬가지로 3회 퇴장을 기록했다. 제주는 ACL에서 한 번 더 퇴장을 기록했다.

조 감독은 전반전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감정적인 말을 할까봐 아예 발언을 삼간 것으로 알려졌다. P급 지도자자격증 연수 당시 교육 내용 중 감정을 가누기 힘들 것 같은 시점에는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김한윤 수석코치에게 전술 지시를 맡기고 잠시 떨어져 감정을 추슬렀다. 이찬동의 퇴장 외에는 적극적으로 교정해야 할 장면이 없었다. 퇴장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역효과가 나기 쉽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고와 퇴장에 대해 선수들에게 계속 숙지시켰는데 잘 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진부한 표현처럼 보이지만 최근 퇴장 선수가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에 조 감독은 실제로 경기 중 조심해야 할 필요에 대해 강조해 왔다. 그러나 4월이 채 지나기 전, 상주전 이후 4번째 경기에서 또 퇴장이 나오며 경기를 그르쳤다.

이찬동의 두 번째 경고는 전술적으로 감수할 가치가 없었다. 전북의 역습 상황이긴 했지만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측면으로 침투하며 공을 받고 있었다. 전북의 스트라이커가 측면으로 빠져 있으므로 지연 수비를 하는 편이 나았고, 스스로 수비에 실패하더라도 동료 수비수들에게 2차 방어를 맡기는 편이 경고를 받는 것보다 나은 플레이였다. 이찬동은 이날 경고 2장을 받아 K리그 120경기에서 41번째 경고를 기록했다. 경기당 0.34개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잘 흥분한다는 이미지와 달리, 이찬동은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날도 과격한 플레이가 아니라 카드 관리 실패로 퇴장당한 꼴이었다.

제주는 K리그에서 대표적으로 스리백을 쓰는 팀답게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방어뿐 아니라 빌드업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냉정한 경기 운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지난 시즌 제주에서 K리그1 퇴장은 총 5건이었다. 이번 시즌 현재 추세가 유지된다면 퇴장이 14건이나 나오고, 성적도 그만큼 하락하게 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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