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무니르 엘하다디(22세, 데포르티보알라베스)와 모로코축구협회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국적변경 관련 건을 제소했다. 스페인 국가대표로 뛰었던 무니르가 모로코 대표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주요 골자다.

지난 11일(한국시간) CAS측 대변인은 “CAS는 축구선수 무니르 엘하다디와 모로코축구협회가 FIFA와 스페인축구협회를 상대로 공동으로 제출한 항소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무니르는 1995년 모로코 출신 아버지와 스페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후부터 줄곧 스페인에서 자랐지만 아버지의 국적 때문에 스페인과 모로코 이중 국적을 보유해왔다.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무니르는 스페인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됐고, 21세 이하(U-21) 대표팀 소속으로 16경기를 출전해 10골을 기록하며 크게 주목 받았다.

2014년 비센테 델보스케 당시 스페인 감독은 무니르를 A대표팀에 발탁했고, 그 해 9월 9일 열린 ‘유로2016’ 조별예선 마케도니아전에 무니르를 데뷔시켰다. 무니르는 후반 32분 코케 대신 투입돼 추가시간 포함 15분 남짓을 뛰었다. 그러나 이 경기 이후에는 A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다.

무니르가 스페인 대표팀에 오랫동안 뽑히지 않자 아버지의 고국인 모로코축구협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로코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아프리카 지역예선을 통과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다. 모로코의 주축으로 뛰고 있는 메흐디 베나티아(프랑스 태생), 하킴 지에크(네덜란드 태생), 유네스 벨랑다(프랑스 태생) 등 많은 선수들이 이중국적자다.

2017년 7월, 포우지 레캬 당시 모로코축구협회 회장은 “무니르는 스페인에서 태어났지만 모로코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뛸 수 있을 것이다. FIFA의 허락을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무니르도 “예전에는 스페인 대표로 뛰는 것을 진심으로 원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로코를 대표해 뛰고 싶다”라는 의사를 드러냈다.

모로코축구협회는 FIFA에 공식적으로 무니르를 선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FIFA 선수지위위원회는 지난 3월 14일 요청을 거절했다. 한 국가대표팀을 위해 공식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다른 국가대표팀으로 국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FIFA 규정이 요청 거절의 근거였다. FIFA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 모로코축구협회와 무니르는 스포츠 분야의 최고 의결 기구인 CAS에 제소를 결정했다.

CAS측은 “현재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며, 항소인으로부터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제출되기 전인 5월 중순까지 중재판정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무니르를 스페인 국가대표로 출전시켰던 델보스케 전 스페인 감독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니르가 모로코 대표로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나 또한 책임을 느낀다”라며 “무니르는 충분히 모로코 대표로 뛸 만한 선수”라며 무니르의 선택을 지지했다.

만약 항소가 받아들여져 무니르가 모로코 대표로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조별리그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이란을 상대하게 된다. 이번 시즌 바르사에서 알라베스로 임대된 무니르는 31경기에서 11골 7도움을 기록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