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벤투스와 레알마드리드의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플레이를 한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그러나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건 유벤투스의 분업 체계 속에서 활약한 마리오 만주키치와 더글라스 코스타였다.

12일(한국시간) 스페인의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이 열렸다. 레알이 1-3으로 패배했으나 앞선 1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합계 전적 4-3으로 아슬아슬하게 4강에 진출했다.

극적인 경기였다.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가 전반 2분, 전반 37분 나온 마리오 만주키치의 두 골로 앞서갔다. 후반 15분 블래즈 마튀디까지 골을 터뜨리며 유벤투스가 3-0으로 앞섰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연장전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시간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유벤투스의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가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 당했다. 호날두가 이 킥을 차 넣으며 경기가 끝났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호날두와 부폰이었다. 호날두는 이번 UCL에서 무려 14골을 몰아치며 득점왕 수상이 확실시되는 선수다. 경기 내내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으나 슛 5개가 모두 무산됐던 호날두는 막판 득점으로 팀을 살렸다. 부폰은 은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경기가 마지막 UCL일수도 있었다. 퇴장을 당하며 불명예 은퇴를 하게 됐다.

최후의 승자는 레알이지만 유벤투스의 3골 추격전을 주도한 선수들이 경기를 재미있게 만들었다. 유벤투스의 좌우에 배치된 만주키치와 코스타였다. 만주키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강력한 제공권과 문전 침투를 통해 2골을 터뜨렸다. 190cm 키와 탄탄한 체격을 가진 공격수지만 지난 시즌부터 유벤투스의 윙어를 맡고 있는 만주키치는 이날 득점 외 상황에서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공중볼을 다 따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두 개는 완벽하게 처리했다.

유벤투스의 측면 공격은 오른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 공격을 담당한 선수는 코스타였다. 코스타는 탁월한 윙어답게 레알 수비를 계속 헤집었다. 유벤투스에서 개인 능력으로 레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옵션이었다. 코스타의 드리블 성공 기록은 7회였다. 그 다음으로 많았던 레알마드리드 이스코의 4회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코스타는 활동량과 드리블을 통해 빌드업부터 득점 생산까지 폭넓게 관여했다.

코스타는 도움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세 골에 모두 간접적인 기여를 했다. 만주키치의 두 골이 터질 때 코스타가 상대 수비를 중앙 쪽으로 몰고 간 뒤 측면으로 다시 공을 빼줬고, 이 공을 자미 케디라와 스테판 리히슈타이너가 크로스해 만주키치의 헤딩골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득점 상황에서 코스타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 공을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마튀디에게 득점 기회가 왔다.

유벤투스가 전력상 열세로 평가받았고, 지난 1차전에서 파울로 디발라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2차전에 뛸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만주키치와 코스타에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맡겨 결국 경기 종료 직전까지 3-0 리드를 만들어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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