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수원삼성이 강원FC를 잡으며 원정 3연승을 이어갔다. 승리 뒤에는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건희가 있었다.

수원은 11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6라운드 경기에서 강원에 3-2로 승리했다. 강지훈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에는 김건희가, 후반 초반 제리치에게 다시 실점한 후에는 맥고완의 자책골로 균형을 맞춘 수원은 경기종료 직전 염기훈의 프리킥 골이 터지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치러진 주중 리그 경기에 양 팀 모두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변화의 폭이 더 큰 쪽은 수원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데얀, 염기훈, 신화용, 조성진, 신화용, 최성근, 이기제 등 주전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김건희, 조지훈, 박형진 등을 투입했다. 서 감독 스스로 “모험적인 라인업”이라고 했을 만큼 많은 변화를 준 선발 명단이었다.

특히 데얀과 염기훈이 모두 빠진 공격진의 무게감은 크게 떨어졌다. 측면 공격수로 나선 바그닝요와 임상협은 아직까지 팬들이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이었고, 데얀 대신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김건희는 지난 2년간 기대에 크게 못 미친 만년 유망주였다. 김건희는 경기 초반 슈팅 타이밍이 한 박자 늦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거친 태클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건희는 전반 종료 직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이전 경기들에서 보인 실망스러운 모습을 만회했다.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김건희는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크리스토밤의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으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만들었다. 경험 많은 김오규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따낸 헤딩골이었다.

1-1로 전반을 마친 수원은 후반 시작과 함께 제리치에게 실점하며 다시 끌려갔다. 강원의 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수원은 2분 만에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 때도 김건희의 활약이 빛났다. 김건희는 크리스토밤이 건넨 공을 뒤로 돌며 잡아놓은 후 발렌티노스를 속이고 왼발 슈팅을 때렸다. 김건희의 발을 떠난 공은 맥고완을 맞고 굴절돼 그대로 동점골로 연결됐다. 맥고완의 자책골로 기록됐지만 김건희가 만든 거나 다름 없는 득점이었다.

김건희는 지난해 10월 8일 포항스틸러스전 이후 처음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2골에 관여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임상협과 함께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개의 슈팅을 때렸고, 3개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됐다. 서 감독도 승리를 위해 골이 필요하던 순간에 데얀이 아닌 염기훈을 투입하며 김건희에게 신뢰를 보냈다.

 

김건희는 2016년 고려대 2학년을 마친 뒤 큰 기대를 받고 수원에 입단했다. 수원 유스 매탄고에 다니던 시절부터 탁월한 신체조건에 기술까지 갖춘 공격수로 큰 주목을 받았다. 권창훈, 김종우를 이어 매탄고 10번을 달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데뷔 후 부진과 부상이 이어지며 쉽게 자리잡지 못했다. 2016년에는 20경기에 출전하며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1골 밖에 넣지 못했다. 지난 해에는 조나탄, 박기동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7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 23세로 U-23(23세 이하) 의무출전 규정의 혜택을 받는 나이지만 매탄고 후배인 유주안, 윤용호에 비해 시즌 초 기회를 덜 받았다. 박기동의 부상으로 데얀을 제외하면 마땅한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에서도 서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김건희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기장에서 실력을 보여줬다. 김건희의 입단 동기 중 현재 수원에 남아있는 선수는 골키퍼 김선우뿐이다. 고승범, 문준호, 은성수, 김진래 등은 모두 임대와 완전이적으로 팀을 떠났다. 수원이 김건희를 남긴 건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서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는 말로 김건희를 위로함과 동시에 “충실하게 준비를 잘해줬다. 테크닉을 갖춘 선수다. 오늘 골을 계기로 자신감이 많이 생겼을 것”이라며 그를 칭찬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수원 입장에서 김건희의 활약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수원은 5월 5일까지 평일과 주말을 오가며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 예정돼있다. 모든 경기를 올해 36세인 데얀에게 맡기기는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김건희가 이날 보인 활약을 다음에도 이어간다면 선수단 운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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