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산] 김완주 기자= 학창시절에 축구선수 생활을 했고 프로 무대까지 경험해본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축구계에 몸담는 경우가 많다. 지도자, 에이전트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민재원씨(36세)는 남들과 다른 케이스다. 축구와 떨어져 지내다 다시 돌아왔다.

민 씨는 지난 1일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부산가야점 옥상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마트 옥상에 ‘HM풋살파크’를 개점하면서 축구교실도 함께 열었다. 축구선수 생활을 하다가 2007년 부산교통공사에서 은퇴한 지 11년 만에 다시 축구를 업으로 삼은 것이다.

민 씨는 학창시절부터 꽤나 이름을 알리던 유망주였다. 고교 무대에서 중앙수비수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2000년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수원삼성에 입단했다. 조재진이 입단 동기다. 당시 수원에는 올리, 양종후, 김영선 등 쟁쟁한 수비수들이 있었고, 신인이었던 그는 기회를 받지 못했다.

1년 뒤 그는 해외 진출에 도전했다. 친한 동료에게 독일 프로팀 입단테스트를 받으러 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는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러 팀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FC쾰른 U-20팀은 그를 높이 평가해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독일 생활은 길지 않았다. 군 문제가 겹치며 채 일년도 안돼 귀국하게 됐다. 귀국 후 입대를 연기하기 위해 인제대학교에 입학한 부산아이파크와 부산교통공사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잦은 부상으로 일찍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은퇴 후 축구와 떨어진 삶을 살았다. 창원에 있는 LG전자 공장에 들어가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일했다. 결혼 후에는 장인에게 기술을 배워 쇠제품을 가공하는 일을 했다. 2012년부터 3년간 대학에 출강하며 축구수업을 진행하긴 했으나 본업은 축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축구와 떨어져 지내던 그가 풋살장을 열게 된 건 친형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는 “형도 축구를 했다. 지금은 강원FC 스카우트로 있다. 어느 날 나에게 풋살장을 해보지 않겠냐고 추천하더라”라고 말했다. 뜬금 없는 제안이었지만 고민을 시작했다. 평소 작은 운동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에 있을 때 그는 동네 풋살장에서 공을 자주 찼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팀 훈련 시간이 짧다. 그래서 동네 체육관이나 운동장에 나가 따로 운동을 했다. 당시 최성용, 이동국, 강철 형과 독일에서 같이 지냈던 적이 있는데 공 하나 들고 우루루 나가 풋살을 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작은 운동장을 바랐던 건 단순히 독일에서 풋살을 즐겼던 경험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독일에서 느낀 운동장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축구장이 있으면 그 옆에 매점이 있고, 큰 스크린이 있다. 아이들은 뛰어 놀고, 어른들은 맥주를 마시며 스크린으로 스포츠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즐기는 문화가 있다”라며 축구를 좋아하는 처남과 한국에 그런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옥상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이 매력적이었다. 엄마가 장을 보는 동안 아빠와 아들이 공을 차며 뛰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대형마트에 입점해 주변 상권이 좋고 유동 인구가 많은 것도 긍정적인 요소였다. 다른 지역에 먼저 자리잡은 ‘HM풋살파크’를 둘러본 결과 깨끗하고 안전한 시설도 마음에 들었다.

풋살장 오픈과 함께 ‘M.K 풋살&풋볼클럽’이라는 이름을 걸고 축구교실도 열었다. 원래는 다른 축구교실에 장소를 대관해줄 계획이었으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며 직접 축구교실을 열었다. 졸업 후 곧바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대학 후배와 함께였다.

‘M.K 풋살&풋볼클럽’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장군 코치는 현역 풋살 선수다. 과거에는 풋살국가대표로 활약했고, 현재는 FK리그 최강 전주매그풋살클럽에서 뛰고 있다. 김 코치는 대구 청구고 재학시절 2년간 브라질 유학을 다녀왔다. 훈련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풋살에 매력을 느꼈 고, 풋살 선수로 뛰며 풋살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풋살교실과 축구교실을 모두 운영하고 있지만 비중이 높은 쪽은 풋살이다. 두 사람 모두 풋살이 기본기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에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민 씨가 독일에 있을 당시 쾰른의 훈련 프로그램도 풋살이 들어있었다. 최근 축구 대신 적은 인원으로 하는 풋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풋살 레슨을 받으러 오는 성인들도 꽤 있다.

김 코치는 대중에 풋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풋살인 중 한 명이다. 풋살 코칭 영상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올려 일반인들이 풋살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재능기부를 했다. 최근에는 대상을 아이들로 넓혔다. 현재 30여 명 정도가 풋살 수업을 받고 있다. 전문적으로 풋살을 가르치며 엘리트반을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