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차범근 전 남자대표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집중 견제를 받을 손흥민에게 “부딪쳐서 이겨내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차 감독은 26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축구상 시상식이 끝난 뒤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화두는 24일 대표팀이 북아일랜드에 1-2로 패배한 경기였다. 현재 대표팀 멤버 중에서도 차범근축구상 출신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손흥민, 이근호, 박주호 등 현재 대표팀 멤버들은 30주년을 맞은 시상식을 축하하기 위해 영상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현역 대표 시절 한국의 절대적인 에이스였던 차 감독은 ‘옛날에는 상대팀들이 차범근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덤비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그랬지”라고 답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손흥민의 상황이 당시의 선수 차범근과 비슷하다. 매 경기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북아일랜드전에서도 손흥민은 평소만큼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차 감독은 손흥민에게 “부딪쳐야 한다”고 말했다. “자꾸 괴롭혀 올 텐데, 내가 개인적으로 볼 땐 부딪쳐서 이겨내야 한다고 본다. 그걸 열번 중 한 번이라도 이겨내서 골을 넣어야 한다. 자꾸 괴롭히는 것이 귀찮다고 아래로 내려가 있기만 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 최전방에서 집중 견제에 시달리는 건 에이스 공격수의 숙명인만큼 손흥민이 그 무게를 이겨내주길 바라는 응원을 담았다.

차 감독은 지금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나 의심보다 응원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이야기했다. “남은 3개월 동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자신감을 갖고 월드컵에 나가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한국의 문제인 수비 불안이 화두에 오르자, 차 감독은 수비수들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김민재가 실점 장면에서 실수를 했다. 국제 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그런데 리그에서 보니 상당히 좋은 수비수였다. 응원을 해서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김민재라는 선수 자체는 좋은 재목이다. 이번 대회도 그렇고, 다음 대회 즈음에는 한국을 짊어지게 될 거다. 장현수는 김민재보다 조금 더 경험이 많지만 역시 국제 대회 경험은 충분하지 않다. 나도 한국 축구의 수비가 조금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이 선수들이 한국에서 제일 잘한다는 선수들인데, 더 잘 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해 줘야만 발전할 수 있다.”

차 전 감독은 월드컵 열기가 생각보다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야구 중계를 봤다. 그 열기를 보며 서러워졌다. 월드컵이 코앞이고 평가전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경기를 하는 줄도 모르더라. 내가 활동할때만 해도 축구장 분위기가 그랬다. (다만) 누구 한 명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차 전 감독은 유소년 축구 육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했다. 현역 은퇴 당시의 일화를 통해 자신이 가진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독일에서 선수 은퇴를 할 때, 거기서 감독 자리를 준다고 했다. 가족들 모두 독일에 남길 원했고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건 내가 독일로 갈때 했던 말,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말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축구교실과 차범근 축구상은 내 사명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다.”

사진= 차범근축구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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