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가 3경기 만에 10실점을 한 건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전술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전북은 14일 중국 톈진의 올림픽 센터 경기장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4차전을 치렀다. 톈진췐젠에 2-4로 패배한 전북은 3승 1패로 여전히 조 선두를 지켰다. 승리했다면 그 순간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전북은 ‘많이 넣고 많이 먹는’ 경기를 해 왔다. 지난 6일 톈진과의 홈 경기에서 6-3으로 승리했을 때는 3실점보다 6득점에 더 초점이 맞았다. 그러나 10일 K리그1(1부) 인천유나이티드전에서 2-3으로 지고, 톈진 원정에서 2-4로 또 지면서 점점 수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날 전북 수비는 조직력이 붕괴된 채 90분을 치렀다. 스리백의 중앙에 최보경, 왼쪽에 김민재, 오른쪽에 이재성이 섰다. 셋 중 완벽하게 기대에 부응한 수비수는 없었다. 전술적인 조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기응변식 수비를 하느라 여러 번 빈틈을 노출했다.

김민재의 모험적인 수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김민재는 원래 탁월한 몸싸움과 속도를 활용해 상대 공격수에게 덤벼드는 수비 스타일을 갖고 있다. 전북 센터백들에게 요구되는 플레이와 잘 맞는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김민재 앞에 공간이 너무 넓기 때문에 상대 공격수와의 거리가 그만큼 멀고, 기껏 올라갔다가 견제에 실패하며 배후 공간만 내주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이재성, 조성환 등 센터백 파트너들이 김민재를 잘 받쳐줬다. 이재성은 센터백으로서 지능적인 플레이를 잘 한다. 김민재가 남긴 배후 공간을 능숙하게 커버했다. 조성환은 지난해 이미 35세 노장이었기 때문에 수비 능력이 떨어졌지만, 대신 경기장에서 큰 소리로 동료들의 위치를 조정하는 플레이스타일을 갖고 있어 김민재에게도 도움이 됐다.

정규적으로 출장하지 못하고 있는 최보경과 이재성도 톈진전 수비력이 부족했다. 최보경은 스위퍼 자리에서 여러 차례 김민재의 배후 공간 수비를 도와주려 했으나 오히려 뚫리는 장면이 더 많이 나왔다.

이 점에서 김민재와 홍정호의 호흡은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홍정호는 원래 경기장에서 말이 많지 않은 스타일이다. 고함을 좀처럼 지르지 않고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곤 한다. 그러나 전북처럼 전술 완성도가 잘 올라오지 않고, 포메이션이 자주 바뀌는 팀에서는 말로 소통할 필요가 더 커진다. 전북은 큰 소리로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해 줄 수비진의 리더가 필요하다. 골키퍼가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누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 헷갈리게 만든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선수들의 위치와 부분전술을 세세하게 지도하지 않는 편이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자체 연습경기를 통해 스스로 호흡을 맞추고 답을 찾아내도록 유도한다. 이런 지도법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부진은 당장 팀에 타격을입힐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스리백 기반 전술이 자기 진영에만 웅크려있지 않고 상대를 적극 공략하려면 전술적으로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재 전북에 스리백이 안 어울리는 건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비진 앞에서 미드필더들이 1차 저지선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여파도 컸다. 전북은 신형민, 이재성, 이승기를 역삼각형 형태로 배치했다. 구성만 보면 충분히 수비력이 좋아 보이지만 문제는 대형이었다. 이승기과 이재성이 너무 올라가서 활동했기 때문에 수비진 바로 앞을 지키는 건 신형민 한명 뿐이었다.

최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내용보다 결과”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내용이 좋아져야 승률도 올라간다. 전북은 무너진 선수 배치도를 바로잡고, 선수 사이마다 존재하는 구멍을 없애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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