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세비야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승리한 건 두 감독의 교체 전략 싸움에서 세비야가 이긴 결과였다.

1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을 치른 세비야가 맨유를 2-1로 꺾었다. 앞선 1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뒀던 세비야가 8강에 진출했다. 세비야는 UCL이 출범한 뒤 8강 진출이 처음이다.

부상 여파로 선발 라인업이 1차전과 달라진 가운데, 맨유는 기술보다 힘에 초점을 맞췄다. 맨유 미드필더 폴 포그바, 세비야 라이트백 헤수스 나바스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맨유는 최근 주전으로 좋은 플레이를 했던 스콧 맥토미나이 대신 마루앙 펠라이니를 투입해 포그바의 공백을 메우려 했다. 세비야는 그동안 센터백을 봤던 가브리엘 메르카도를 라이트백으로 옮기고, 장신 수비수 지몬 키예르를 센터백으로 투입해 공백에 대처했다. 수비진 신장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절묘하게 맨유의 승부수를 막아내는 선발이었다.

경기 초반 많은 슛이 오가는듯 보였으나 곧 소강 상태로 들어갔다. 두 팀 모두 슛 기회가 많지 않았다. 맨유는 로멜로 루카쿠 중심으로 공격했고, 세비야는 공격진 선수들의 짜여진 플레이로 맨유를 공략하려 했으나 어느 쪽도 완벽한 슛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승부가 흔들린 건 교체 카드를 쓴 순간부터였다. 맨유는 후반 15분 부상으로 못 뛸 줄 알았던 포그바를 기어코 경기장에 들여보냈다. 후반 27분 세비야는 경기 내내 슛이 부정확하고 공을 많이 잡지 못했던 공격수 루이스 무리엘을 빼고 위삼 벤예데르를 투입했다.

세비야가 교체를 하자마자 골이 터졌다. 후반 29분 에베르 바네가, 파블로 사라비아, 예데르로 이어지는 전진 패스가 맨유 수비를 뚫었다. 벤예데르는 에릭 바이를 앞에 두고 타이밍을 살짝 빼앗아 날린 오른발 강슛으로 다비드 데헤아 골키퍼를 뚫었다.

이때 맨유의 수비 실수가 심각했다. 맨유는 오른쪽 측면에서 빌드업을 하다가 세비야 레프트백 세르히오 에스쿠데로의 압박에 공을 빼앗겼다. 이 공을 프랑코 바스케스가 따내 바네가에게 건넸다. 문제는 바네가가 전진 패스를 할 때 포그바, 레프트백 애슐리 영의 위치 선정이었다. 공격을 생각하고 왼쪽으로 벌린 채 위로 올라가 있던 포그바와 영 때문에 맨유 수비는 좌우 간격이 너무 넓고 위치도 너무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특히 아무도 견제할 수 없는 곳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포그바가 실점의 빌미를 만들었다. 세비야는 측면을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맨유 중앙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패스를 연결하며 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이때부터 경기 양상은 갑자기 난타전이 됐다. 맨유가 수비 숫자를 줄여가면서 후안 마타, 앙토니 마르샬을 투입하자 경기 흐름은 조금의 조심성도 없이 양쪽 선수들이 마구 공격을 몰아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서로 수비에 구멍이 많이 뚫렸다. 여기서 이득을 본 쪽도 세비야였다.

후반 33분 바네가가 올린 코너킥을 호아킨 코레아가 머리로 돌려놓은 뒤, 파포스트에서 벤예데르가 마무리했다. 이때도 맨유의 수비 실수가 나왔다. 세트 피스 수비의 중심인 장신 선수 5명이 좁은 지역에 뭉쳐 있었다. 코레아의 기습적인 헤딩 패스가 좋기도 했지만 맨유 수비수들의 지역방어 수행 능력이 떨어졌다. 비교적 작은 영을 벤예데르의 전담마크로 붙인 건 일반적인 세트피스 수비 방법이지만 영의 수비도 아쉬웠다.

추가골을 내줄 때 포그바는 상대 선수와 경합을 꺼리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다리를 약간 절뚝거리며 컨디션이 나쁜 모습을 보였다. 이때도 포그바와 영의 수비력이 떨어져 있다는 게 노출된 장면이었다.

맨유는 난타전 속에서 후반 39분 만회골을 넣었다. 루카쿠는 득점뿐 아니라 패스 드리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맨유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한 골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포그바는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고 적극적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할 시점에 패스 미스를 연거푸 저질렀다. 포그바의 패스가 빗나갈 때마다 맨유는 소중한 공격권을 잃어버렸다. 포그바 교체 투입은 실패였다. 최근 맨유 상승세의 주역으로 평가받았던 맥토미나이는 결국 투입되지 못했다.

세비야는바네가와 스티븐 은존지의 중원 조합을 제외하면 개인 기량 자체가 최고라고는 볼 수 없는 팀이다. 맨유는 거액에 영입한 스타 선수들로 라인업을 채운 팀이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은 활용법을 찾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이 빈첸조 몬텔라 세비야 감독고의 경기 운영 싸움에서 패배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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