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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캐릭의 특별함, 잉글랜드에서 가장 영리했던 MF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3.13 17:28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마이클 캐릭이 은퇴를 선언했다. 캐릭은 12일(한국시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앞서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캐릭은 맨유 코치로 업종을 바꿀 예정이다.

캐릭은 흔히 ‘가장 과소평가된 잉글랜드 미드필더’라고 불린다. 캐릭은 2000년 이후 맨유가 영입한 모든 미드필더 중 가장 성공적인 투자였고, 최근 잉글랜드 대표 중 가장 지능적인 선수 중 하나였고, 가장 현대적인 스타일을 가진 미드필더이기도 했다. 캐릭을 가진 맨유는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즉시 챔피언으로 복귀했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역시 제패할 수 있었다.

 

캐릭과 스콜스의 미드필드 배치, 맨유 성공의 비결

한때 잉글랜드 축구는 4-4-2로 통했다.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은 대부분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였다. 공격형과 수비형을 구분하지 않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상대 미드필더들과 2 대 2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이 잉글랜드식 미드필더 듀오의 모습이었다. 맨유의 로이 킨, 아스널의 파트리크 비에이라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1986~2013 맨유 감독)은 킨이 나이를 먹은 뒤 대체 선수를 찾기 위해 수많은 미드필더를 영입했다. 2003년부터 에릭 젬바젬바, 클레베르손, 리암 밀러, 오언 하그리브스, 안데르손, 호드리구 포세봉, 닉 포웰 등이 합류했다. 그러나 때론 실력이 부족해서, 때론 부상 악령 때문에 영입하는 족족 실패했다. 결국 맨유는 폴 스콜스, 대런 플레처 등 유소년 출신에게서 답을 찾았다. 영입된 선수 중 성공작은 2006년 여름 토트넘홋스퍼에서 건너온 캐릭 한명 뿐이었다.

맨유의 미드필더 영입 실패는 당시 EPL이 전술적인 격동기였다는 걸 참고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4/2005시즌 주제 무리뉴 당시 첼시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를 세 명 배치하는 새로운 전술을 선보였다. 클로드 마켈렐레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맹활약했다. 첼시의 미드필더 세 명은 상대팀 미드필더 두 명을 쉽게 격파했다. ‘딥 라잉 미드필더’가 필요하다는 걸 EPL 팀들이 깨달은 시기였다. 리버풀은 사비 알론소, 아스널은 지우베르투 시우바를 후방에 배치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해 나갔다.

맨유의 접근법은 그중에서도 독특했다. 맨유는 중앙 미드필더 숫자를 늘리지 않았다. 포메이션은 4-4-2 그대로였다. 대신 경기 운영 방식을 바꿨다. 중원을 캐릭과 스콜스가 담당하기 시작했다. 캐릭과 스콜스는 5년 전만 해도 EPL의 미드필더 듀오를 맡기에는 에너지가 너무 부족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중원 두 자리를 모두 ‘딥 라잉 미드필더’로 채웠다. 맨유는 캐릭과 스콜스가 포백을 보호하는 팀이 됐다.

캐릭과 스콜스의 공통점은 잉글랜드 미드필더들 중에서 전술 이해도, 특히 수비 위치선정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고전적인 잉글랜드 미드필더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보다 앞으로 튀어나가며 태클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제라드가 이 전통을 잘 이어받은 선수다. 반면 캐릭과 스콜스는 상대가 진입하기 힘든 지점을 미리 선점하는 것만으로 수비를 대신했다. 스콜스의 태클 실력은 엉망이었지만 수비 지능은 뛰어났기 때문에 맨유는 늘 EPL 최소실점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캐릭은 무분별하게 튀어나가는 걸 자제할 뿐, 수비력도 갖춘 선수였다. 캐릭은 토트넘 시절인 2004/2005시즌 태클 성공률 72%를 기록해 EPL 미드필더 중 8위에 올랐다. 태클 횟수 118는 스티븐 제라드(당시 113회)보다 많았다.

캐릭과 스콜스는 에너지 대신 위치선정으로 수비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맨유는 다른 팀들에 비해 수비라인을 더 후방에 배치해야 했다. 대신 폭발적인 역습으로 상대를 뚫었다.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스, 루이 사아, 때로는 박지성이 가담해 폭발적인 속공을 펼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캐릭의 차분한 수비 정신이 있었다.

캐릭의 패스 능력도 조용히 빛을 발했다. 캐릭은 한때 알론소, 안드레아 피를로 같은 롱 패스 달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패서에게 중요한 건 킥의 정확도에 앞서 타이밍과 호흡이었다. 맨유가 낮고 빠른 패스로 역습하는 플레이의 비중을 높였기 때문에 캐릭은 킥을 보여줄 기회가 줄어들었다. 대신 공을 따낸 뒤 동료에게 좋은 타이밍에 열어주는 패스로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속공이 무산되고 지공으로 전환되면, 캐릭과 스콜스의 롱 패스가 상대 수비를 흔드는데 도움을 줬다.

변화하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맨유의 전술은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맨유는 차분한 수비와 폭발적인 역습이라는 공식으로 EPL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세 시즌 동안 캐릭과 스콜스의 시즌 평균 득점은 1인당 3.0골에 불과했다. 공격 가담보다는 수비 보호와 패스 공급을 먼저 고려한 결과였다. 맨유는 UCL 결승에 세 번 진출해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새 시대의 축구를 완벽하게 구현한 바르셀로나는 넘을 수 없었다.

캐릭은 잉글랜드 사람들이 열광하는 태클, 중거리 슛, 거친 몸싸움 능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캐릭에겐 두뇌가 있었다. 캐릭은 역사상 모든 잉글랜드 대표를 통틀어 미드필더의 위치선정과 경기 운영에 대한 이해가 가장 뛰어났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캐릭 대체자가 필요한 맨유

캐릭의 가치는 36세 노장이 된 2016/2017시즌에도 잘 드러났다. 맨유는 폴 포그바를 영입한 뒤 미드필드의 균형이 깨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초반 4승 3무 3패로 부진에 빠지자 11라운드부터 캐릭을 선발 기용했고, 이때부터 34라운드까지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캐릭은 포그바 등 동료 선수들이 앞에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후방에서 위치 선정을 하고 기다리는 역할을 수행했다. 소박한 임무지만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임무이기도 했다.

맨유는 다가오는 여름 조르지뉴 등 여러 미드필더를 노리고 있다. 조르지뉴는 캐릭과 비슷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다. 맨유가 세련된 축구를 하려면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할 ‘연출가’가 필요하다. 맨유 역사상 캐릭을 비롯해 극소수 선수만 제대로 소화한 역할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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