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녹색 유니폼이 더 익숙한 태극전사들이 온다. 남자 축구 대표팀 수비진에 전북현대가 통째로 이식됐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12일 국가대표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19일 소집돼 24일 북아일랜드, 28일 폴란드와 친선경기를 치를 멤버다.

신 감독 부임 후 대표팀 최다 멤버 배출 팀인 전북현대는 이번에도 7명이나 뽑혔다. 그중 이재성, 김신욱을 뺀 5명이 모두 수비수다. 센터백 홍정호와 김민재, 레프트백 김진수, 라이트백 최철순과 이용이다. 대부분 신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뽑히던 선수들이다. 여기에 K리그로 돌아온 홍정호, 부상에서 회복한 이용이 대표팀으로 복귀하며 7명 구성이 완성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전북 선수 중심으로 구성된 수비진이다. 이미 김진수, 김민재, 최철순은 기존 대표팀에서도 수비의 중심이었다. 신 감독은 홍정호와 이용을 더했다. 전북 선수만으로 포백을 모두 구성하고도 라이트백 한 명이 남는다.

각 선수가 대표팀에 뽑힐 자격은 충분하다. 기존 멤버들은 충분한 능력을 보여줘 왔다. 한때 대표팀 수비의 중심이었던 홍정호는 지난해 중국에서 꾸준히 뛰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졌으나, 올해 전북으로 이적한 뒤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했다. 이미 공식 경기를 5경기 소화하며 몸 상태와 감각을 모두 끌어올리고 있다.

이용은 지난해 탈장으로 크게 고생했으나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았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좋은 크로스로 어시스트도 기록했다. 특히 이용의 크로스와 김신욱의 헤딩은 울산현대 시절부터 ‘필살기’ 수준이었다. 국내파 공격수 중 가장 입지가 탄탄한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용은 도움이 된다. 이제까지 라이트백 경쟁자였던 고요한이 중앙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맡기 때문에 전문 라이트백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이용의 발탁은 납득할 수 있다. 대표팀 코칭 스태프는 이용의 기량을 현장에서 여러 차례 확인했다.

다만 한 팀에서 많은 선수가 일제히 뽑힌 점에서는 변수가 있다.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팀이다. 이번 시즌 5경기 동안 19득점 8실점으로 4승 1패를 기록했다. 공격력이 확실한 반면 수비 측면에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는 팀이 아니다.

한편 기대를 모으는 측면도 있다. 전북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동시에 대표팀에서 기용된다면 호흡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 점 역시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다. 전북과 대표팀의 수비 전술이 다를 경우 전북 시절의 버릇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신 감독은 일부러 전북 선수를 선발한 것이 아니라,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뽑았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대표급 수비수 중 지금 뽑은 선수들이 가장 좋은 멤버라고 생각한다. 특정 팀을 두고 뽑은 게 아니라, 전북 선수들을 우리 대표급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뽑았다. 수비라인이 계속 바뀌는 것보다는 팀에서 손발을 맞추던 것이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한두 명 보강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거다.”

선수들로선 전북과 대표팀의 상황 차이, 전술 차이에 잘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적극적인 수비를 원하는 편이다. 배후공간을 내줄 위험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가며 끊으라는 것이 최 감독의 요구다. 특히 젊고 빠른 김민재는 최 감독의 주문대로 일단 몸으로 상대 공격수를 덮치며 수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약체 입장인 만큼 차분히 물러나 수비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모험적인 수비 습관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신태용호 3월 소집 명단

GK : 김승규(빗셀고베),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조현우(대구FC)

DF : 홍정호, 김민재, 김진수, 최철순, 이용(이상 전북현대), 장현수(FC도쿄), 윤영선, 김민우(이상 상주상무)

MF : 기성용(스완지시티), 정우영(FC도쿄), 박주호(울산현대), 이창민(제주유나이티드), 권창훈(디종FCO),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전북현대), 염기훈(수원삼성)

FW : 김신욱(전북현대), 손흥민(토트넘홋스퍼), 황희찬(레드불잘츠부르크), 이근호(강원FC)

예비명단 : 정승현(사간도스), 홍철(상주상무), 김승대(포항스틸러스),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지동원(다름슈타트), 석현준(트루아AC)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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