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서울을 많이 이겨봤기 때문에 선수들이 모두 자신 있어했습니다.”

 

이근호와 강원FC는 FC서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강팀은 무형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위압감이다. 상대가 경기 전에 ‘저 팀은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하필 이 시기에 저 팀을 만나다니’라고 말하게 하는 무언가를 말한다. 서울은 세뇰 귀네슈 감독이 팀을 바꿔놓은 이후로 K리그에서 강호 노릇을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오는걸 반기는 팀이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11일, 송경섭 강원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나 “맞불 놓는 것을 좋아하지만, 서울은 대어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가려고 합니다”라고 말하고도 “3월에 하는 3경기에서 승점 6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오늘 비기든지 이기든지 해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계획대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라며 은근한 자신감을 보였다.

 

강원은 원정에서 골을 먼저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었다. 이웅희 자책골과 정조국 역전골을 묶어 2-1로 이겼다. 지난 시즌에도 서울을 2번 잡았던 강원은 다시 한 번 서울 원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돌아갔다. 송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한 인터뷰에서 “계획했던 대로 움직인 게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상대 미드필더 패스 플레이를 잘 차단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계획”이라는 단어는 이근호도 사용했다. 이근호는 “(정)조국이형 (결승)골도 그렇고 계획한대로 나왔어요”라며 “제리치가 제공권이 좋기 때문에 반대로 드리블한 후에 공을 떨어뜨려 적극적으로 공략하자고 했는데 계획대로 된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근호는 이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 서울이 가지고 있지 못한 걸 보여줬다. 이근호는 “서울을 많이 이겨봤기 때문에 선수들이 모두 자신 있어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초반 대진운이 좋아요”라고 했다. 그는 “서울을 포함해서 인가요?”라고 재차 묻자 “네. 좋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했다.

 

서울은 홈에서도 상대가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는 팀이 됐다. 게다가 더 이상 상대에 위압감을 주지 못하는 팀이 되고 있다. 여전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을 맞이하는 게 달갑지 않지만, 예전처럼 ‘저기서 1점이라도 따 갔으면 좋겠다’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상대를 질리게 하는 것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미드필더를 장악하고 빠른 축구로 상대를 급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제주유나이티드와 한 첫 경기에서는 어느 정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번 경기에서는 상대를 제대로 괴롭히지 못했다. 황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한 인터뷰에서 “미드필더 움직임이 좋지 못했습니다. 대형에 변화를 주는 과정이 원활치 않았습니다. 심리적으로 급해졌어요”라고 말했다.

 

경기력이 좋지 않으니 팬들이 상대가 아닌 자신들에게 야유를 쏟는 일까지 나왔다. 서울은 수원삼성과 함께 팬 응원이 좋기로 유명한 팀이다. 팬 기세 때문에 서울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제는 그런 기세를 찾아보기 어렵다. 절대적인 팬 숫자도 줄었고 경기 호응도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서울은 홈에서 가졌던 무형의 자산을 상당부분 잃었다. 이런 현상은 몇 년에 걸쳐 일어났는데, 지난 시즌 급격하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서울은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6강에 오르지 못했고 리그에서도 5위에 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리그를 선도할 정도 수준의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다.

 

서울이 조직력을 끌어올려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여전히 있지만, 김대길 KBSN해설위원이 시즌을 예상하며 한 말이 아직은 더 와 닿는다. 서울은 하루 빨리 경기력과 함께 이 무형의 자산을 복구해야 한다. 

 

 "세뇰 귀네슈 감독이 만들었던 색깔을 언제 서울에서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당시 서울은 전력이나 색깔이 모두 절정기였습니다다. 이후로 조금씩 그 색깔을 잃었죠. 이번 시즌에도 좋은 색깔을 만들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선수 구성이 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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