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개인방송 신대륙’은 ‘K리그 신 소통창구’가 됐다. 축구 선수들은 어린 축구팬들과 ‘랜선 서포터’ 관계를 맺는다. 인터넷 개인방송의 시대를 K리그가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K리그는 2018년 홍보대사로 감스트를 위촉했다. 인터넷 1인 미디어 ‘아프리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인기 BJ(인터넷 방송인)다. 축구 게임 방송에서 축구 방송으로 내용을 확장, 최근에는 유럽 축구 중계를 해 오고 있었다. 지난 2월 27일 열린 K리그 개막 기자회견 자리에서 위촉식을 가진 감스트는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에게 홍보대사 전용 미디어카드를 전달 받았다. “믿어지지 않는다. 몰카 아니냐”고 말하던 감스트는 진행자의 요구에 특유의 리액션인 ‘관제탑’ 춤을 선보였다.

1일, 감스트의 중계에 ‘풋볼리스트’가 얼떨결에 합류했다. 포항스틸러스와 대구FC의 개막전을 중계 중인 경기도 부천의 감스트 스튜디오에 찾아갔다. 이주헌 축구해설위원 겸 BJ의 ‘이스타 TV’와 함께하는 ‘합방(합동방송)’이었다. 감스트는 기자에게 문을 열어주더니 그대로 카메라 앞에 의자를 하나 더 두고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얼떨결에 앉은 기자는 객원 해설위원이 되어 버렸다.

K리그 초보 BJ인 감스트는 해외축구를 중계할 때만큼 거침없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막말은 선수들이 아니라 시청자들과 거친 애정을 주고받을 때 주로 나왔다. 이주헌 위원에게 K리그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며 ‘공부하는 홍보대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해병대 출신이라 스틸야드에서 K리그를 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해병들이 카메라에 잡히면 특유의 목소리로 “메끼야(몇 기야)!”를 연발했다. 채팅창에는 시청자들의 “ㅋㅋㅋㅋㅋㅋㅋ”가 올라왔다.

실시간 소통은 인터넷 중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주헌 위원이 경기에 대한 설명을 하다가 선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잠시 멈추면 시청자들이 어림짐작으로 10여 명의 선수 이름을 쏟아내며 ‘지식 배틀’을 벌였다. 진행자들의 예능감은 시청자들에게 실시간 평가를 받는다. 감스트가 재미없는 농담을 하면 바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데)” 혹은 “감스트 정신차려라” 등 질책이 날아들었다. 경기 상황 공유하랴, 웃고 떠들랴 쉴 새 없이 이야기하다보면 금방 45분이 지나간다.

방구석 스타, K리그를 통해 ‘메이저’로

감스트 중계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된 포항의 새 공격수 레오가말류는 이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2위까지 올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확실하진 않지만, 감스트 때문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기 때문이다. BJ들은 한국형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 있는 개인을 부르는 신조어)다. 2015년 즈음 아이돌 그룹의 아프리카 방송 출연이 유행처럼 번졌다. 최근에는 아이돌 스스로 방송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브이앱 등 새로운 창구가 인기를 끈다. 인터넷 방송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 위한 대표적 방법이 됐다.

이미 인터넷 스타인 감스트는 왜 유럽축구에 비해 인기가 적은 K리그 홍보대사를 원했을까. 김차돌 아프리카TV 스포츠인터랙티브팀장은 감스트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감스트 같은 친구들은 일명 방구석 스타다. 2016년 아프리카 대상도 수상한 친구다. 여기선 더 올라갈 곳이 없다. 감스트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영역이 필요했다.”

감스트와 같은 스타 BJ들은 ‘마이너’ 이미지가 강하고, 시청자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지만 3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인지도가 뚝 떨어진다. 아프리카는 유명 BJ들의 ‘메이저’화를 돕고 있다. 감스트 방송에 박문성, 김동완 등 유명 축구해설위원 출연을 돕고 ‘슛 포 러브’와 함께 하는 리버풀 홍보대사 위촉 몰카를 제작했던 것도 감스트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과정이었다.

역대 가장 의욕적인 홍보대사의 등장이다. 프로연맹의 젊은 직원들은 큰 효과가 없었던 유명 연예인 홍보대사보다 젊은 BJ들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프로연맹 내부에서도 적절성과 효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결국 감스트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로 했다.

감스트는 10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인천유나이티드와 전북현대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들어오기 전 라커룸에서 아프리카 생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를 관전한 뒤에는 믹스드존 인터뷰 역시 생방송으로 갖는다.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전국 모든 구장을 방문해 ‘직관’ 방송을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이디어가 많고 실행력이 좋다는 점은 인터넷 방송인들의 장점이다. 감스트는 선수 체험, 각종 구장 스태프 체험, 구단 클럽 하우스에 가서 1박 2일 방송 진행하기, 선수의 BJ 체험 등 다양한 아이템을 갖고 있다.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갖고 있지만 아프리카와 프로연맹 역시 감스트와 함께 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 중이다.

K리그 팬덤에서는 ‘K리그를 비하한 인물을 홍보대사로 쓰는 건 잘못됐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감스트는 K리그뿐 아니라 방송 중 거론되는 팀이나 인물에 대해 심한 표현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점에 대해 감스트는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국내 축구인에 대한 표현은 순화하겠다고 했다. 감스트가 비하한 것으로 알려진 FC서울 미드필더 고요한은 중계방에 들어와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해외축구만 중계했지 K리그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던 인물을 왜 홍보대사로 쓰냐’는 문제제기에 대해 프로연맹 관계자는 “오히려 그래서 홍보대사로 적합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해외축구 팬들은 K리그의 새로운 팬으로 끌어들이기 가장 쉬운 대상이다. 또한 K리그는 젊은 남성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감스트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감스트의 고정 시청자 중에는 10대에서 20대에 걸친 해외축구 팬들이 많다. 이들이 감스트 방송을 통해 K리그에도관심을 가질 거라 기대하는 것이다. 김차돌 팀장 역시 ”아프리카 주된 시청층은 10대에서 20대다. K리그가 팬덤을 어린 시청자들까지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수와 게임 내기, 직관 공약… K리그와 만나는 인터넷 방송

축구 선수가 팬과 직접 만날 기회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BJ들과 K리그 스타 선수들의 풋살 대결이 열렸다. 축구선수 출신 BJ 이강의 주선으로 열린 경기였다. 선수는 김진수, 김신욱, 장윤호, 박원재 등이 참석했다. BJ 철구, 감스트, 이주헌 등이 나섰다. 이 경기 역시 생중계됐다.

풋살을 통해 축구와 인연을 맺은 BJ ‘와꾸대장봉준’은 1일 열린 전북현대 홈 개막전을 관전하며 팬 200명을 동행했다. 지난해 방송에서 전북 공격수 김신욱과 스타크래프트 내기를 했고, 내기 조건대로 개막전을 찾았다. 고속버스를 빌리고 팬들의 도시락까지 마련한 이벤트였다.

감스트 방송에 이근호가 출연해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풀어놓는 등, 개인방송은 선수들이 팬과 직접 만날 기회다. 스포츠 팬의 연령이 자꾸 높아지는 건 K리그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 다양한 종목이 갖고 있는 공통 고민이다. 한국 축구는 인터넷 개인방송과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더 많은 대중과 만날 기회를 찾아다니고 있다.

#개막전_중계하다_갑자기_진행한_감스트_미니_인터뷰

풋볼리스트 : 홍보대사는 왜 하는 건가요? 이미 지금 하고 있는 방송으로 잘 나가고 계신데요.

감스트 : 사람들이 돈 받고 하는 것 아니냐고들 하시는데, 하나도 받는 것 없고요. 저는 축구로 뭔가 하나 해보고 싶어요. 제가 더 높이 가기 위해서 그런 것도 있고, 제가 축구선수 출신이 아니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이런 걸로라도 한국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시청자들 : 감스트 저거 어버버버 하고 있네~

감스트 : 저도 알아요! 제가 말을 뭣같이 하고 있는 거.

풋볼리스트 : K리그 관련 방송을 하실 때는 다른 방송보다 좀 더 예의를 갖추겠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그러면 감스트가 아니지 않나요? 하다보면 원래 스타일이 나올 것 같다는 약간의 우려도 있고요.

감스트 : 한국축구라는 게… 그러니까… 음, 인터뷰라는 게 쉽지 않네.

시청자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스트 : 일단 과거에 고요한 선수, 김병지 형님 같은 일도 있었으니까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원래 스타일이 나오긴 나올 거예요. 어느 정도는 하겠죠. 아예 안하면 노잼(재미가 없음)이니까. 그런데 제가 선을 알고 지켜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비하는 안 할 거고, 비판은 할 거예요. 아닌 건 아닌 거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비판할 순 없죠. 또 홍보대사라는 자리도 있는데 너무 그렇게 (비하를)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풋볼리스트 : 김병지, 고요한이 먼저 쿨하게 나오면서 용서해주셨는데.

감스트 : 그건 김병지 형님 덕분. 김병지 형님이 처음에 고소를 하셨다면 저는 지금 방송 못 하고 있죠. 대선배 김병지 형님이 먼저 하셨으니까 후배들에게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저도 홍보대사가 됐으니까 비하는 그만 해야죠.

풋볼리스트 : 직관할 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아이디어 있나요?

감스트 : 음... 따로 생각해 본 건 없고요. 그냥 같이 즐기는 게 재밌는 것 아닐까요? 같이 본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시청자들 : 아까 현장에서 볼보이 체험 할 거라며? 그 얘기를 해라 답답아….

감스트 : 볼보이! 시켜주세요. 아프리카 생방으로 하고 싶어요. 경기 중에 시청자들이 시킬걸요. “야, 별풍 쏠 테니까 골키퍼 한 번 만지고 튀어라.” 그럼 제가 “아 그건 안된다니까!”라고 말씀드리겠죠. 혼자 중얼거리는 제 모습을 보고 관계자가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하겠죠. 이런 그림이 나오면 정말 레전드죠.

사진= 풋볼리스트, 아프리카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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