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벤투스의 곤살로 이과인과 파울로 디발라는 이론상 좋은 짝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선수가 함께 활약하며 유벤투스를 승리로 이끈 건 석 달만의 일이다.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을 가진 유벤투스가 토트넘홋스퍼에 2-1 승리를 거뒀다. 지난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던 유벤투스가 8강에 진출했다.

승부는 후반전에 갈렸다. 전반전을 지배한 토트넘은 전반 39분 손흥민의 골로 앞서갔다. 그러나 유벤투스가 후반 19분 이과인, 후반 22분 디발라의 골로 순식간에 역전했다. 토트넘이 추가시간까지 집요한 공격을 퍼부었으나 유벤투스는 한 번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두 공격수가 동시에 선발로 뛴 건 지난 1월 6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디발라는 부상으로 1월을 대부분 쉬었다. 2월 14일 열린 16강 1차전 역시 디발라 없이 이과인이 전방을 지켰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4일 라치오전에서 디발라를 풀타임 출장시켰고, 디발라가 선제결승골을 넣는 것을 본 뒤 이과인과 짝을 지어 토트넘 원정에 활용했다.

 

시즌 내내 불협화음 냈던 이과인과 디발라

이과인과 디발라의 조화를 이루는 건 시즌 내내 유벤투스의 숙제였다. 이론상 두 선수는 좋은 조합이다. 이과인은 최전방 공격수, 오른발잡이다. 디발라는 2선 공격수, 왼발잡이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룰 수 있다. 둘 다 아르헨티나 대표라서 끈끈한 화학작용도 기대가 됐다.

그러나 실제로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긴 힘들었다. 2차전을 앞두고 이과인은 20골, 디발라는 18골을 넣은 정상급 투톱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가 동시 득점한 경기는 5경기에 불과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뛰는데도 서로에게 제공한 어시스트는 각각 2개씩 총 4개뿐이었다.

도우미보다 해결사에 가까운 두 선수의 플레이스타일, 서로 선호하는 경기 리듬이 다르다는 점이 지적받았다. 이론상 2선에 있는 디발라가 이과인에게 패스를 찔러줘야 하지만, 디발라는 패스보다 직접 마무리하는 능력이 좋은 선수다. 이과인은 어느 정도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결정력이 장점이 스트라이커다. 둘 중 상대를 뒷받침할 선수는 없었다. 여기에 간결한 패스를 선호하는 이과인, 공을 몰고다니는 디발라가 각각 다른 리듬으로 공격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디발라 살리는 방법, 토트넘전 직전에 찾아냈다

이과인과 디발라를 공존시키는 건 유벤투스의 공격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다. 해법은 토트넘전을 앞둔 라치오전에서 먼저 나왔다. 디발라를 2선이 아니라 투톱의 일원으로 두되, 활동반경을 제한하지 않고 자유를 주는 것이다.

유벤투스는 이번 시즌 4-3-3, 4-2-3-1, 4-3-2-1 등 여러 전술을 오갔다. 어느 전술을 쓰든 공통점은 지난 시즌 도입한 원톱 위주 시스템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최전방 공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마리오 만주키치를 왼쪽 윙어로 고집스럽게 기용해가며 원톱 중심 전술을 고수했다. 이때 디발라는 오른쪽 윙어나 4-2-3-1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어야 했다.

라치오전에서 유벤투스는 모처럼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고, 디발라는 만주키치와 투톱으로 배치했다. 디발라의 경기력은 유망주로서 처음 재능이 폭발했던 2014/2015시즌을 연상시켰다. 당시 디발라는 3-5-2 시스템에서 프랑코 바스케스(현 세비야)와 프리롤 투톱을 이뤄 맹활약했다.

라치오전에서 디발라는 명목상 투톱이지만 그라운드 곳곳을 휘저으며 자유롭게 팀을 이끌었다. 드리블 돌파를 혼자 7회나 성공시켰는데 유벤투스 전체 드리블 성공 횟수의 절반이 넘었다. 그리고 무게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골을 터뜨리며 탁월한 득점 능력까지 보여줬다.

 

이과인과 디발라, 투톱에서 공존 성공

토트넘전의 접근법은 라치오전과 조금 달랐다. 디발라는 그대로 투톱에 배치됐고, 파트너는 이과인으로 바뀌었다. 유벤투스는 명목상 4-4-2인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만 돌파력이 좋은 더글라스 코스타를 배치했다. 왼쪽 미드필더는 좀 더 수비적이고 중앙지향적인 블래즈 마튀디가 맡았다. 좌우 비대칭인 선발 라인업이었다.

디발라는 좋아하는 공간인 오른쪽으로 자주 이동했지만, 오른쪽 공격의 중심은 코스타였다. 디발라가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라치오전에 비해 떨어졌다. 투톱이 공을 제대로 만지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유벤투스는 경기 주도권을 잃었다.

알레그리 감독은 후반 초반 두 장의 교체카드를 통해 전술을 바꿨다. 왼쪽과 오른쪽에 전형적인 풀백 콰드워 아사모아, 스테판 리히슈타이너를 투입했다. 유벤투스 전술은 좀 더 평범한 4-4-2로 전환됐다. 측면 공격을 풀백과 미드필더들이 전담하면서 디발라는 더욱 중앙으로 이동해 이과인과 좁은 공간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디발라와 이과인의 전체적인 영향력은 떨어졌지만, 팀 전술이 개선된 뒤에는 두 골을 모두 만들어냈다. 후반 19분 디발라가 평소 버릇대로 오른쪽으로 이동한 뒤 리히슈타이너에게 스루 패스를 제공했고, 크로스에 이어 이과인의 동점골이 터졌다. 후반 22분 이과인이 후방으로 내려가며 토트넘 센터백들을 교란시킨 뒤 멋진 볼 키핑에 이어 스루 패스를 찔렀고, 디발라가 이 공을 받아 침착하게 득점했다.

 

아르헨티나 선후배의 ‘케미’

토트넘 원정 경기라는 만만찮은 상황이었지만 알레그리 감독은 늘 그렇듯 어려운 경기일수록 과감한 수를 뒀고, 성공을 거뒀다. 이 경기는 유벤투스의 남은 시즌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과인과 디발라를 동시에 살리는 투톱 전술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유벤투스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승을 노리기 위해 지난 2016년 이과인을 영입했다. 이과인은 이미 31세다.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디발라는 화려한 공격진 중에서도 가장 재능 넘치는 선수다. 두 선수가 동시에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투톱은 해답이 될 수 있다.

사진=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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