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벤투스가 우세한 시간은 90분 중 단 12분뿐이었지만, 그 12분 동안 승패가 갈렸다. 나머지 약 80분 동안 몰아쳤던 토트넘홋스퍼는 손흥민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놓쳤다. 교체 싸움에서 유벤투스가 승리했다.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ㅣ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을 치른 유벤투스가 토트넘홋스퍼를 2-1로 꺾었다. 앞선 1차전에서 2-2로 무승부를 거뒀던 유벤투스는 1, 2차전 합산 1승 1무로 8강에 진출했다.

경기 초반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전반 3분, 전반 37분 왼발로 결정적인 슛을 날렸으나 두 번 모두 빗나갔다. 전반 38분 선제골이 나왔다. 델레 알리의 슛이 막히자 키에런 트리피어가 공을 다시 따내 문전으로 연결했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헛발질에 이어 손흥민의 슛이 나왔다. 복잡한 과정 속에서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가 이미 넘어져 있었기 때문에 손흥민의 슛을 막을 사람은 없었다.

토트넘이 경기 중반까지 필드를 장악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늘 쓰던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웸블리를 지배했다.

유벤투스가 가지고 나온 비대칭 전형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유벤투스는 변형 4-4-2로 볼 수 있는 선발 라인업을 가동했다. 포백 중 라이트백이 원래 센터백인 안드레아 바르찰리였기 때문에 오른쪽 미드필더는 측면 공격력이 좋은 더글라스 코스타가 배치됐다. 반면 왼쪽에는 오버래핑이 좋은 레프트백 알렉스 산드루, 중원 장악력이 좋은 미드필더 블래즈 마튀디가 조합을 이뤘다.

제대로 경기가 돌아가지 않자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교체카드 두 장을 통해 포메이션을 미세하게 수정했다. 후반 15분 마튀디 대신 레프트백 콰드워 아사모아가 투입됐다. 후반 16분 센터백 메흐디 베나티아가 빠지고 라인트백 스테판 리히슈타이너가 들어갔다. 유벤투스는 아사모아와 리히슈타이너가 좌우를 맡는 평범한 포백에 가까워졌다. 유벤투스는 전반전 동안 약점이었던 측면을 보강했다.

이때부터 후반 27분까지 단 12분 동안 유벤투스가 순간적인 우위를 잡았다. 아사모아가 투입되자마자 산드루와 호흡을 맞추며 왼쪽 측면 공격을 성공시킨 것이 신호탄이었다. 12분 동안 유벤투스가 슛 5개를 날린 반면 토트넘은 1회에 그쳤다. 그 5개 슛 가운데 두 개가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유벤투스의 첫 골은 교체 투입된 리히슈타이너에게서 시작됐다. 후반 19분 리히슈타이너의 크로스를 자미 케디라가 헤딩 패스로 연결했고, 이과인이 수비 뒤로 빠져들어가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후반 22분 나온 역전골은 포메이션을 바꾸고 공수 간격을 좁힌 것이 전술적 요인이었다. 알레그리 감독이 선수들을 좌우로 넓게 벌리는 동시에 공수 간격을 좁혔기 때문에 역습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에 더해 이과인의 지능적인 움직임이 역전의 중요한 요소였다. 이과인은 최전방에 서 있다가 뒤로 내려가는 움직임을 통해 공을 받았다. 이과인을 견제하기 위해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가 끌려 내려가며 수비진이 흔들렸다. 이과인은 공을 받자마자 짧은 볼 키핑 후 스루 패스를 했고, 공의 진로에는 디발라가 있었다. 노마크 찬스를 잡은 디발라는 강력한 왼발슛으로 공격을 마무리했다.

다급해진 토트넘은 역전을 위해 공격 속도를 올렸고, 막판에 다시 몰아쳤다. 유벤투스는 후반 39분 이과인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스테파노 스투라로를 넣으며 수비를 굳혔다.

경기 기록은 여러모로 토트넘이 앞선 경기였다. 토트넘은 슛 횟수에서 23 대 9로 압도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단 12분 동안의 우세를 2골로 연결했고, 토트넘은 80분 동안 한 골에 그친 것이 문제였다. 손흥민이 7개, 에릭센이 6개, 해리 케인이 4개 등 많은 슛이 나왔으나 골망을 흔든 건 하나에 불과했다. 손흥민의 날카로운 슛이 아슬아슬하게 유벤투스 골문을 빗나갔고 케인은 골대를 한 번 맞혔다.

유벤투스는 여전히 ‘플랜 A’ 없이 시즌을 진행하고 있는 팀이다. 팀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토트넘보다 뒤쳐졌다. 그러나 문제를 파악하고 경기 중 재빨리 개선한 알레그리 감독의 대처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보다 빨랐다. 유벤투스는 공격수를 한 명도 늘리지 않고 풀백을 두 명 투입하며 두 골을 터뜨리는 묘수를 뒀다.

리히슈타이너는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이번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린 리히슈타이너는 UCL 조별리그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한물 간 선수 취급을 받았다. 이날 교체 투입이 이번 시즌 UCL 첫 경기였지만, 전술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