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역사상 가장 강렬한 초반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3경기 15골은 현재 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ACL G조 3차전을 가진 전북은 톈진췐젠을 6-3으로 대파했다. 과감한 경기 운영의 대가로 3골을 실점했지만, 대신 6득점이라는 더 큰 이득을 취했다. 전북 출신 권경원은 많은 실점을 내주며 썩 즐겁지 않은 전주성 복귀전을 가졌다. 김신욱의 해트트릭과 한교원, 로페즈, 최보경의 골이 나왔다.

전북의 닥공 브랜드를 만드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최 감독 특유의 교체 전략도 여전했다. 전북은 2011년 이기고 있을 때도 늘 공격수를 교체 투입하는 강공 전략으로 화제를 모았다. 톈진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골 차로 이기고 있던 후반 13분 로페즈 대신 이동국을 넣었고, 8분 뒤에는 김신욱 대신 아드리아노를 투입했다. 어깨 부상을 당해 교체된 이용을 제외하면 두 장의 교체 카드 모두 공격수를 투입하는데 썼다. 공격의 고삐를 더욱 죄며 승리를 확실하게 굳혔다.

전북은 가시와레이솔을 3-2로 꺾고, 킷치를 6-0으로 잡은 데 이어 한 번 더 다득점 승리를 거뒀다. 초반 3연승은 의미가 크다. 전북은 1승만 추가하면 16강 진출이 확정된다. 킷치와 가질 6차전 홈 경기(4월 18일)만 승리해 4승을 따낸다면 나머지 두 경기 결과가 어찌되든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물론 14일 톈진에서 열리는 4차전도, 4월 4일 가시와에서 열리는 5차전도 승리하는 즉시 16강행이 확정되는 건 마찬가지다.

전북의 조 편성이 다소 수월했던 건 사실이다. 동아시아 최약체라고 볼 수 있는 홍콩의 킷치가 G조에 편성됐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각각 자국리그 4위, 3위였던 가시와레이솔과 톈진이 편성됐다. 톈진의 경우 전력이 막강하지만 ACL 경험이 없고, 가시와도 황금기를 보낸 뒤 흔들리던 팀이다. 그러나 킷치를 상대로 몰아넣은 것이 아니라 일본, 중국 팀을 상대로도 고루 다득점을 올렸다는 점에서 전북의 공격력은 더 높게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현재와 같은 32강 조별리그 시스템이 시작된 시기는 2009년이다. 이후 2017년까지 조별리그 최다골 기록은 18골이었다. 2012년 알자지라, 2017년 우라와레즈와 광저우항다가 각각 18골을 득점했다. 전북은 세 경기 만에 15골을 넣었고, 남은 세 경기에서 4골 이상을 넣으면 조별리그 최다득점 기록을 세우게 된다.

골이 여러 선수의 발에서 고루 터지고 있다. 킷치전 아드리아노, 톈진전 김신욱이 각각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이동국이 총 3골, 김진수가 2골을 기록했다. 한교원, 로페즈, 최보경, 티아고가 각각 1골씩 보탰다. 앞으로도 폭넓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득점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 감독은 시즌 초반 ACL 일정으로 버거울 때 경기력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공개적으로 “지금은 경기력보다 결과를 추구할 때”라며 다소 답답하게 이기더라도 승점을 따내겠다는 생각을 말하곤 했다.

전북의 멤버는 1진과 2진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졌고, 지금은 완성도가 다소 부족한 상태에서도 일본과 중국의 강호들을 마구 두들길 능력이 생겼다. 오히려 ACL 조별리그의 버거운 경기 일정을 잘 활용해 20명 넘는 선수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한다면 후반기에 2관왕 이상을 노릴 힘이 붙게 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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