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무난한 무실점 무승부를 통해 이익을 취했다. 유럽대항전에서 클롭 감독이 무실점으로 2차전을 마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을 치른 리버풀이 포르투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2월 열린 1차전에서 5-0으로 이겼던 리버풀은 1, 2차전 합계 1승 1무로 8강에 올랐다.

클롭 감독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경기에서 1차전을 승리한 뒤 2차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건 감독 경력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클롭 감독은 UCL 준우승(2012/2013, 당시 보루시아도르트문트)과 UEFA 유로파리그 준우승(2015/2016, 리버풀)을 모두 경험하며 길지 않은 경력 동안 유럽대항전 토너먼트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두 번이나 결승에 오른만큼 토너먼트 승률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클롭 감독이 지휘하는 팀은 UCL, 유로파리그 모두 홈 1차전을 잡은 뒤에는 2차전에서 늘 실점을 해 왔다. 1승 1패로 아슬아슬하게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2015/2016시즌 유로파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6강 1차전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2-0으로 잡았으나, 2차전에서 선제실점을 하고 잠시 위기를 맞았다가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는데 성공했다.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2차전에서 무실점을 거뒀다는 건 경기 운영 능력 측면에서 과거보다 한층 나아진 클롭 감독의 모습을 보여준다.

8강 진출은 2008/2009시즌 이후 9년 만이다. 9년 전 감독은 유럽대항전의 강자였던 라파 베니테스였다. 이후 로이 호지슨, 케니 달글리시, 브렌든 로저스 감독 모두 UCL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클롭 감독이 부임한지 세 번 째 시즌이 되어서야 겨우 8강으로 복귀했다.

리버풀이 포르투를 상대로 안정적으로 지키는 운영을 한 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리버풀은 앞선 7경기에서 모두 2득점 이상을 올렸으나 포르투전은 특유의 빠른 공격 축구 대신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포르투전 점유율은 리버풀이 EPL에서 기록 중인 평균 점유율보다 약 8% 높았고(56.9%, 65.2%) 패스 성공률은 평균보다 약 4.5% 더 높았다(83.5%, 88%). 안정적인 경기 운영의 결과 유효 슈팅을 단 한 개 허용했다. 특히 전반전은 리버풀이 미드필드에서 공을 잡고 돌리는 시간이 길었고, 두 팀 모두 결정적인 공격 상황이 나오지 않자 유효슈팅이 단 하나도 없었다.

사디오 마네의 아슬아슬한 슛 두 개가 전반전 하이라이트의 전부였다. 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올리베르 토레스에게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내줬으나 라그나르 클라반과 데얀 로브렌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결국 리버풀은 유효슈팅 횟수에서 5 대 1로 우세한 기록을 남긴 채 경기를 마쳤다.

리버풀은 체력 안배까지 성공했다. 주전 선수 중 모하메드 살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피르힌 판다이크가 휴식을 취했다. 레프트백 알베르토 모레노, 라이트백 조 고메스, 센터백 데얀 로브렌, 윙어 아담 랄라나가 선발로 들어왔다. 대니 잉스와 라그나르 클라반도 교체로 투입돼 체력 안배에 도움을 줬다.

클롭 감독은 그동안 출장 경험이 부족했던 선수들의 감각을 살리고 팀 전체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발 명단을 바꿨다고 말했다. 빠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아니라, 투입된 선수들의 경기 감각 향상을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날 뛴 선수들을 후보 취급하지 않는 현명한 인터뷰였다. “4경기 연속으로 뛰어 온 알렉산더아놀드는 아주 치열하고 좋은 경기를 해 왔다. 그러나 고메스의 컨디션이 돌아왔고, 고메스도 환상적인 선수다. 이건 로테이션이 아니다. 조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려놓고 절정의 동기부여를 해 주기 위한 것이다.“

클롭 감독의 설명대로 이날 투입된 선수들의 경기력 회복은 앞으로 리버풀의 시즌 운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랄라나는 미드필드와 공격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이번 시즌은 부상 때문에 고생이 심했지만, 지난 시즌까지 핵심 멤버로 활약한 선수기도 하다.

클롭 감독은 8강 진출에 대해 “솔직히 기분이 정말 좋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의 심정을 똑같이 느끼긴 힘들지만 알 수는 있다. 8강에 진출한 건 멋진 일이다. 만족스럽다”

아울러 리버풀은 사흘 뒤에 열리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전까지 대비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맨유 원정 경기는 10일에 열린다. 전통적으로 꼭 이겨야 하는 라이벌일 뿐 아니라, 리버풀(3위) 바로 위에 맨유(2위)가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를 통해 2위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

사진=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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