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관중이 많은 경기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약점을 드러냈다.

제주는 6일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G조 3차전에서 광저우헝다에 3-5로 패배했다. 전반에 일찌감치 2골을 넣었는데도 역전패를 당했다.

초반은 제주가 유리했으나 갈수록 흐름을 빼앗겼다. 제주는 전반 20분 진성욱의 골, 9분 뒤 진성욱의 어시스트를 받은 마그노의 골로 앞서갔다. 전반 종료 직전 알란 카르발류에게 추격골을 내줬을 때까지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후반에 히카르두 굴라트가 4골을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제주는 후반 추가시간 이창민의 골로 따라갔으나 두 골이나 남은 점수차를 더 좁히지는 못했다.

제주는 지난해를 통해 오랜 고질병을 두 개 고쳤다. 여름에 급속하게 팀이 무너지는 문제, 홈에서 강한 대신 원정에서 약하다는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 좀 더 꾸준하게 승점을 벌어올 수 있는 팀이 됐기 때문에 7년 만에 K리그1(당시 K리그 클래식)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ACL도 조별리그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제주는 정상을 다투는 팀으로서 더 경쟁력을 보이기 위해 아직 갖춰야 할 덕목이 남아 있다. 강팀과의 대결, 특히 원정경기에서 심하게 무너지곤 하는 양상을 버려야 한다. 제주는 지난해 ACL 16강에서 1차전을 잘 잡아놓고 우라와레즈 원정으로 열린 2차전에서 0-3으로 크게 졌다. K리그에서도 전반기에는 전북현대를 4-0으로 대파하며 잘 나갔으나 우승컵이 걸린 마지막 맞대결에서 0-3으로 대패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제주의 문제다.

특히 상대 팀 관중 숫자가 많고 경기가 과열되면, 제주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에서 오히려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대패는 퇴장에서 나오곤 했다. 우라와레즈, 전북에 대패할 때 모두 퇴장 선수가 발생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였다.

조성환 감독은 올해 1월 전지훈련을 떠나며 가진 인터뷰에서 “경험을 했으니 선수들이 알아서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지만 올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광저우헝다전에서 퇴장은 없었지만 제주가 유리한 상황을 지속시키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약점이 또 나왔다.

광저우헝다 원정에서 제주는 공격적인 라인업을 썼다. 3-5-2에 비해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 명 적은 3-4-2-1 포메이션으로 승부를 걸었다. 승부수는 잘 통했다. 마그노, 류승우의 이중 지원을 받는 진성욱은 전방에 고립됐을 때에 비해 득점하기 수월했다. 제주는 일찍 두 골을 넣고 앞서갔다. 한 골을 내줄 때까지도 큰 문제는 없었다.

제주는 한 골 앞선 상황에서 맞은 후반전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류승우의 중거리 슛이 광저우헝다 골대에 맞는 불운도 있었지만, 문제는 제주 선수들의 수비 조직력과 경기 흐름에 대한 이해력이었다. 기본적으로 스리백으로 나온 제주는 경기 속도를 늦추고 광저우헝다가 단순한 크로스 위주 공격을 하게 유도한다면 충분히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애매한 압박의 강도로 애매한 공격 축구를 하면서 자꾸 빈틈을 허용했다.

제주 선수 중 일부는 흥분해 상대 선수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갔고, 일부는 뜨거운 경기장 분위기에 평소만큼 판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공을 흘렸다. 제주가 지난해 대패한 경기에서 보였던 고질적인 모습과 비슷했다. 후반 17분 김원일이 위험한 태클로 상대 공격을 저지한 뒤 경고를 받았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진성욱이 파울 선언 이후 공을 멀리 차냈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심에게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보이기 충분한 행동이었다.

제주는 역전을 허용한 후반 12분 불안한 수비 때문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후반 추가시간 마지막 골을 실점할 때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허술한 수비로 굴라트의 침투를 허용했다. 오프사이드 트랩에 완전히 실패했고, 아무도 굴라트를 견제하지 않는 수비는 제주가 막판에 집중력을 잃었다는 걸 잘 보여줬다.

제주는 지난 시즌 K리그1 2위, ACL 16강 진출을 달성하며 어엿한 한국 축구 강호 반열에 올랐다. 이제 강호에 만족하지 않고 우승을 노리려면 강팀을 상대로 벌이는 중요한 승부에서 승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큰 경기, 낯선 환경에서도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G조에서 1승 2패를 거둔 제주는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다만 조 선두 광저우헝다와 승점차가 2점에 불과하기에 낙담할 상황은 아니다. 14일 서귀포에서 열릴 광저우헝다와의 리턴 매치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충분히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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