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권경원은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원정팀 자격으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상상조차 힘들었던 낮은 확률을 뚫고 권경원의 드라마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전북과 톈진췐젠(중국)은 6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3차전을 치른다. 일주일 뒤인 14일에 경기장을 톈진으로 바꿔 4차전을 갖는다.

두 팀의 3, 4차전 연속 대결이 E조 선두 싸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앞선 두 경기에서 전북은 2승, 톈진은 1승 1무를 기록했다. 전북이 톈진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최상의 경우 4차전이 끝났을 때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할 수도 있다. 톈진 역시 전북의 발목을 잡는다면 조 1위 등극이 가능한 상황이다.

전북은 묘한 조편성으로 매번 홈 경기마다 ‘홈 커밍 데이’ 분위기로 경기를 치른다. 지난 2월 13일 홈 경기 당시 가시와레이솔 소속 김보경이 전주로 돌아왔다. 지난해 여름 가시와로 이적했던 김보경이 약 반년 만에 전북 홈 팬들과 다시 인사했다. 김보경은 단짝이었던 이재성과 따로 만나 정겨운 선전포고를 주고받기도 했다.

권경원은 3년 반 만에 전주에서 경기를 갖는다. 권경원은 전북 유소년팀인 영생고 출신으로, 2013년 프로로 데뷔하자마자 20경기를 소화하며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전북 유소년의 첫 작품이 되길 바랐던 서포터들은 ‘권씨앗’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권경원은 전북 전지훈련 중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구단 알아흘리의 눈에 띄어 2015년 초 뜻밖의 중동 진출을 했다. 이후 아시아에서 인정받는 수준급 수비수로 성장했고 지난해부터 톈진에서 활약 중이다. 국가대표로 데뷔해 5경기를 치렀다. 엘리트 코스와 거리가 멀었던 권경원 자신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성공 스토리다.

지난 2014년 8월 전북 소속으로 마지막 출장을 기록했던 권경원이 전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팀을 지키고 있는 박원재, 최철순, 최보경 등 선배 선수들과 전주에서 잠깐 만나 회포를 풀었다. 특히 최보경은 초등학교 선배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 가장 친했던 이주용은 아산무궁화에서 군 복무 중이고 레오나르도 등 외국인 선수들은 다른 팀으로 이적했지만 여전히 정든 얼굴들이 남아 있다.

권경원은 지난해부터 계속 위기 상황을 맞았지만 모두 극복하고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슈퍼리그(CSL)가 지난해부터 외국인 출장 제한을 강화했고, 자신을 영입했던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 대신 올해 파울루 수자 감독이 부임했다. 그 와중에도 권경원은 이번 시즌 ACL 3경기(플레이오프 포함)는 물론 슈퍼리그 개막전에서도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북전 역시 권경원의 출장이 유력하다.

중국 팀의 멤버로서 전주에 돌아올 거라고 상상한 적은 없었다. 알아흘리가 ACL 결승에 진출했던 2015년에는 “전북도 결승에 올라와 맞붙었으면 좋겠다”며 친정 팀을 응원한 바 있지만 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톈진은 지난 시즌 승격팀이었기 때문에 ACL 진출 이후까지 상상하긴 힘들었다. 지난 시즌 과감한 투자로 돌풍을 일으킨 톈진은 묘하게도 전북과 같은 조에 편성됐고, 권경원은 전주로 돌아왔다. 아들 뒷바라지에 힘을 쏟았던 부모님, 늘 가까이에서 권경원을 지원하는 형 권운영 씨에게도 뜻 깊은 경기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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