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다비데 아스토리는 향년 31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의지하고 있던 피오렌티나 동료들에게도,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온 축구계 동료들 모두에게도, 신뢰를 보내 온 서포터들에게도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피오렌티나는 4일(한국시간) 우디네세를 상대하기 위해 우디네에 위치한 호텔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사망 당일 아침, 평소 같으면 1등으로 내려와 밥을 먹었을 아스토리가 보이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아 동료들이 호텔 방으로 올라가보니 아스토리가 자던 모습 그대로 숨을 거둔 상태였다. 지난밤 골키퍼 마르코 스포르티엘로와 함께 게임을 할 때까지만 해도 아스토리는 이상이 없어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르티엘로는 경찰 조사에 응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로는 “자연사다. 건강을 자주 검사해 온 프로 선수가 아무런 징조 없이 자연사한 건 드문 일”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아스토리는 지난 1월 31번째 생일을 기념했다.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 젊은 나이였다. 고작 몇 주 전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아스토리는 피오렌티나의 가장 믿음직한 선수였다. 피오렌티나에서 겨우 세 시즌 째 뛰는데도 구단을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원래 AC밀란 유소년팀 소속이었던 아스토리는 임대 생활을 거쳐 21세가 된 2008년 칼리아리에 정착했다. 이때부터 주전 센터백으로 경력을 쌓으며 이탈리아 대표팀에도 꾸준히 선발됐다. 2014/2015시즌은 AS로마에서 뛰었고, 2015년 여름 임대 신분으로 피오렌티나에 합류한 뒤 나중에 완전 영입됐다.

피오렌티나는 모든 포지션에서 큰 폭으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중심을 잡을 베테랑이 필요했다. 그 역할을 아스토리가 맡았다. 피오렌티나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믿음직한 수비 스타일과 성격으로 후배 선수들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다.

안드레아 델라 발레 피오렌티나 구단주는 아스토리와 재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이었다고 밝혔다. 피오렌티나 훈련장을 방문했다가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가진 델라 발레 구단주는 “여기 서 있는 것도 힘들다. 너무 큰 비극이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델라 발레 구단주는 우디네세전을 마치고 아스토리와 재계약을 체결하기로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다. 원래 지난주에 이미 재계약을 맺으려 했지만 날씨가 나빠서 경기 이후로 미룬 상태였다. 재계약은 이스토리가 피오렌티나에서 은퇴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했다. 그만큼 큰 신뢰를 받았다. 델라 발레 구단주는 “아스토리는 모든 동료들에게 좋은 귀감이었다. 볼로냐 전(2월 4일)을 마치고 30분 정도 좋은 대화를 나눴는데, 그가 내게 구단의 새 프로젝트와 젊은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줬다. 그는 이미 감독이나 단장 같은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피오렌티나를 잠시 떠나 있는 카를로스 산체스(에스파뇰 임대)는 레반테와의 경기 도중 벤치에서 부고를 들었고, 충격에 잔디 위로 쓰러졌다. 에스파뇰 주장인 빅토르 산체스가 “카를로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기분이 나아지게 도와주고 싶은데 힘들다”고 밝힐 정도로 큰 슬픔에 빠졌다. 산체스는 에스파뇰에 양해를 구하고 최대한 빨리 피렌체로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토리보다 앞서 피오렌티나의 주장이었던 전 동료 마누엘 파스콸(엠폴리)은 겨우 며칠 전 함께 외식을 했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아침에 소식을 들었을 때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그 무엇도 의미가 없어졌다. 화가 나고 슬프고 정말 고통스럽다. 설명하기가 힘들다. 당신의 친구가 될 수 있어 그 무엇보다 행운이었다. 경기장에서 함께 싸운 날이 많았지만 그것보다도 경기장 안팎에서 모든 걸 공유할 수 있었던 믿음직한 친구가 당신이었다.” 파스콸은 아스토리와 저녁을 먹으며 언제나처럼 수다를 떨었기에 빈자리를 더 크게 느낀다고 했다.

아스토리가 지난 2012년 후배의 갑작스런 죽음 당시 남겼던 추모 메시지도 다시 조명 받았다. 그해 4월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 출신 미드필더 피에르마리오 모로시니가 세리에B(2부)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했다. 당시 아스토리는 트위터를 통해 “일정 연기는 지금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경건하게 마리오를 추억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은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 레오나르도 보누치(AC밀란), 라자 나잉골란(로마), 체사레 프란델리와 안토니오 콘테 전 이탈리아 감독 등 수많은 축구계 동료들이 아스토리를 추모하고 있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현지시간 4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7경기를 모두 연기했다.

피오렌티나의 홈 구장 아르테미오 프란키에 간접적으로나마 주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내려는 서포터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서포터들은 머플러를 경기장 외벽 창살에 걸어두기도 하고, 아스토리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를 적어 와 벽에 붙이기도 했다. 아스토리에게 “고마웠다(Caio)”고 말하는 걸개가 외벽 곳곳에 걸렸다.

기자는 지난 2월 10일 휴가 중 아르테미오 프란키에서 열린 피오렌티나와 유벤투스의 경기를 찾았다. 아스토리는 풀타임을 소화했는데, 경기 내내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유벤투스는 피오렌티나의 수비를 뚫지 못해 애를 많이 먹었다. 아스토리는 그런 종류의 선수였다. 스스로 화려하게 빛나진 않지만 깔끔하고 믿음직한 수비로 동료들에게 신뢰를 받아 왔다. 누구나 추모를 받을 자격이 있다. 아스토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안타까워할 사람이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피오렌티나 공식 홈페이지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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