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말컹은 지옥훈련을 방불케 하던 올해 초 동계훈련 도중 에이전트에게 내기를 하나 걸었다. “내가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하면 맥북프로(노트북) 사줘.” 경남FC가 개막전을 마치자마자 에이전트는 맥북 가격을 검색해야 했다.

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라우드, 말컹이 해트트릭을 달성한 경남은 상주상무를 3-1로 꺾었다. 경남은 승격하자마자 승리를 거두며 이번 시즌 잔류 전망을 밝혔다.

말컹은 유효 슛 단 3개로 3골을 터뜨렸다. 전반 10분 혼전 상황에서 재빨리 공에 달려들어 차 넣는 기민함이 돋보였다. 후반 6분 최영준의 속공 패스를 받아 수비 한 명을 앞에 두고 절묘한 각도로 깔아 찬 슛이 골로 연결됐다. 후반 16분 권용현의 패스를 받아 골대가 잘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도 낮고 빠른 강슛으로 득점했다. 그리고 후반 33분 임채민과 공중볼을 다투다 팔꿈치를 휘둘러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당했다. 여러모로 강렬한 데뷔전이다.

말컹의 에이전트인 신지호 추즈스포츠 대표는 말컹이 자신의 해트트릭에 ‘베팅’을 했다고 말했다. “말컹이 작년 목표 4개 중 딱 하나를 못 이뤘다. 득점왕, 팀의 우승, 올해까지 K리그에 남는 것, 그리고 해트트릭이었다. 작년에 해트트릭을 못했다. 그런데 동계훈련 도중, 그 해트트릭을 개막전에서 해보이겠다며 내기를 제안하더라. 그땐 설마 해트트릭을 하겠냐 싶어서 수락했는데, 지금 노트북 살 곳을 알아보고 있다.”

지난해 K리그에 합류한 무명 공격수였던 말컹은 22골을 넣어 K리그2(당시 K리그 챌린지, 2부) 득점왕과 MVP를 모두 차지했다. 올해 K리그1으로 승격한 경남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다. 개막전 해트트릭으로 자신이 1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말컹은 앞선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골 세리머니를 공약한 선수 중 유일하게 첫 경기에서 약속을 지켰다. 골을 넣고 트와이스의 노래 'TT'에 등장하는 핵심 안무를 췄다.

긍정적인 성격인 말컹은 앞선 인터뷰에서 "K리그1 득점왕이 목표"라고 말했다. 1부 무대를 처음 밟는 선수가 밝히기엔 쉽지 않은 목표지만 말컹의 표정은 태연했다. 말컹은 발전해나가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는 편이다. 브라질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말컹은 지난해 한국에서 온전한 시즌을 처음 소화했고, 바로 득점왕이 됐다. 본격적인 프로 경력이 시작된 뒤 아직까지 승리한 경험뿐이다. K리그1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하다.

말컹은 프로축구 사상 해트트릭과 퇴장을 한 경기에서 기록한 첫 선수다. 역대 개막전 해트트릭은 2002년 샤샤(성남일화), 2005년 노나또(FC서울) 이후 세 번째다. 당시 시즌 초반은 컵대회로 진행됐기 때문에 팀의 시즌 첫 경기가 정규리그인 상황에서 첫 경기 해트트릭을 한 건 말컹이 최초다. 물론 2부에서 뛰던 선수가 1부로 올라오자마자 개막전에서 3골을 넣은 것도 처음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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