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한때 국내 축구 팬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축구 감독 중 한 명이었다. 그의 팀이 망가진 모습, 그가 조롱의 대상이 된 모습을 보는 건 슬픈 일이다. 이스널을 떠날 거라는 이야기가 진지하게 나오고, 이번엔 진짜일지도 모른다. 작별의 예감이 드는 지금, 아스널이 아직 멋졌던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보려 한다. 벵거의 행복한 시간, 일명 벵행시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03/2004시즌의 아스널보다 더 무시무시한 팀은 많지만, 어느 팀도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무패우승의 위업을 달성하진 못했다. 이번 시즌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맨체스터시티도 이미 1패를 당했다. 무패우승이 그만큼 어렵다. 벵거의 전성기 멤버들이 만들어낸 위업이다.

 

#EPL에서 가장 세련된 축구로 달성한 무패 우승

아스널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옌스 레만을 영입해 데이비드 시먼에 이어 골문을 맡겼다. 미래 아스널의 중심이 될 세스크 파브레가스, 로빈 판페르시도 시즌 중 영입됐지만 아직 주전은 아니었다. 아스널은 기존 멤버들의 한층 물오른 호흡으로 정상에 올랐다. 벵거식 축구의 완성도가 최고로 높아진 시기였다.

아스널은 상대 최전방과 2선을 자유롭게 공략할 수 있는 티에리 앙리, 데니스 베르캄프, 로베르 피레, 프레데릭 륭베리의 호흡으로 막강한 경기 장악력을 발휘했다. 좌우 미드필더인 피레와 륭베리가 프리롤처럼 움직이면 측면에 공백이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애슐리 콜과 로렌의 오버래핑이 공간을 메웠다. 파트리크 비에이라와 지우베르투 시우바의 미드필드 장악력, 콜로 투레와 솔 켐벨의 넓은 수비 범위는 과감한 공격 축구를 뒷받침했다.

무패 우승의 첫 고비는 6라운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원정이었다. 아스널은 켐벨이 빠지고 피레가 벤치로 물러난 가운데 올드 트래포드로 향했다. 경기 막판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뤼트 판니스텔로이의 킥이 골대를 맞히며 아스널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후 아스널 선수들이 판니스텔로이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 징계를 받았다.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이 최고조에 오른 시기였다.

이듬해 3월 열린 후반기 맨유전 역시 쉽지 않았다. 아스널과 맨유는 각각 겨울 이적시장에 영입한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루이 사하를 기용했다. 앙리가 선제골을 넣었으나 사하의 동점골로 경기는 다시 무승부로 끝났다. 무패우승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던 시즌 막판, 아스널은 34라운드부터 3경기 연속으로 무승부를 거두며 패배 위기를 모면해 나갔다.

앙리는 30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득점 2위 시어러, 맨유의 라이벌 뤼트 판니스텔로이와 루이 사하 등을 모두 앞질렀다. 아스널의 득점은 앙리에게 다소 편중된 측면이 있었지만 피레가 보조 득점원으로서 14골을 터뜨렸다.

시즌 막판 영국르포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한 베스트 팀에 콜, 로렌, 캠벨, 비에이라, 피레, 앙리까지 6명이 선정됐다. 그해 최고 선수는 물론 앙리, 최고 감독은 벵거였다. 아스널은 페어플레이, 최고 팬 부문까지 수상하며 EPL의 완벽한 주인공이 됐다.

 

#당시 주전 멤버

옌스 레만 - 애슐리 콜, 콜로 투레, 솔 캠벨, 로렌 - 로베르 피레, 파트리크 비에이라, 지우베르투 시우바, 프레데릭 륭베리 - 데니스 베르캄프, 티에리 앙리

(기타 : 에두, 레이 팔러,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실뱅 윌토르)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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