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뒤로 물러나 수비하는 건 때로 적절한 전방 압박보다 오히려 수비력을 떨어뜨린다. 유벤투스와 파리생제르맹(PSG)이 확인시켜 준 축구의 상식이다.
15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을 치른 PSG는 레알마드리드에 1-3으로 패배했다. 전반전에 선제골을 넣고 앞서갔으나 후반전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마르셀루에게 연속골을 맞고 역전당했다.
레알이 후반에 공격을 강화한 것과 달리, PSG가 소극적인 접근법을 취했다가 자초한 화였다. PSG 미드필더는 마르코 베라티, 지오바니 로셀소, 아드리앙 라비오로 구성됐다. 베라티를 제외하면 레알 중원과 정면대결을 벌일 만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볼 수 없다. 대신 젊은 패기는 PSG가 앞섰다. PSG는 기술 대결이 아니라 과감한 압박으로 전반전에 많은 이득을 봤다. 네이마르와 킬리앙 음밥페, 최전방의 에딘손 카바니까지 압박에 동참하며 레알읠 괴롭혔다.
그러나 우나이 에메리 PSG 감독은 잘 작동하던 경기 전략을 스스로 포기하고 후반 21분 수비적인 접근으로 돌아섰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4-3-3을 쓰던 팀이 뒤로 물러나 지키려면 측면 미드필더들까지 모두 후퇴해 4-1-4-1에 가까운 수비 라인을 형성해야 한다. 태생이 공격수에 가까운 네이마르, PSG에서 공격에 힘을 쏟고 있는 음밥페를 좌우에 둔 채 수비라인만 아래로 내리면 오히려 공수 균형이 깨지기 쉽다.
에메리 감독도 이 점을 의식하고 음밥페를 최전방으로 이동시킨 뒤 오른쪽 측면에 토마 뫼니에를 교체 투입하며 라인업 자체를 수비적으로 바꿔보려 했다. 그러나 소극적인 접근법은 화를 불렀다. 레알은 측면 공격을 강화하려는 교체를 했고, PSG는 오히려 뫼니에 쪽이 뚫리며 두 골을 내줬다.
에메리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압박 축구를 버리고 ‘굳히기’를 시도했다가 스스로 일을 그르친 기억이 있다. 당시 16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4-0 승리를 거뒀던 PSG는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처음부터 수비적인 경기를 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생각보다 더 강했고, PSG는 역사적인 1-6 패배를 통해 8강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 경기 역시 무턱대고 자기 진영에 틀어박히는 것보다 적절한 압박 축구가 수비적으로 더 낫다는 근거였다.
이 흐름은 하루 전 14일 열린 유벤투스와 토트넘홋스퍼의 경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때 유벤투스는 초반 20분 만에 두 골을 넣고 앞서갔으나, 이후 토트넘에 주도권을 내주고 나머지 70분 동안 끌려다녔다. 유벤투스의 탁월한 수비력으로 잘 버티는 듯 했으나 결국 2골을 내주고 2-2 무승부에 그쳤다.
유벤투스는 PSG와 조금 경우가 다르지만,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이 소극적으로 경기했다는 점은 같았다. 최근 유벤투스의 ‘플랜 A’였던 4-3-3을 버리고 지난 시즌 한계를 드러낸 4-2-3-1 포메이션으로 돌아갔다. 수비진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과 수비가담이 좋은 윙어까지 배치해 네 명씩 두 줄로 수비를 세우고, 역습 위주로 공격하겠다는 계획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토트넘에 주도권을 내주고 수비진이 뒤로 물러났고, 결국 자기 진영에 갖혀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됐다. 네 명씩 두 줄로 수비하는 팀일수록 최종 수비라인을 높여 경기가 벌어지는 영역을 골문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운영을 병행해야 하지만 유벤투스는 그러지 못했다. 결국 골문 근처에서 내준 프리킥으로 실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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