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문선민이 스웨덴에서 온 돌풍의 팀 외스터순드와 아스널의 경기를 예상했다. 외스터순드 출신인 문선민은 ‘친정팀’의 승리 요인을 내놓는 동시에 정든 동료들에 대한 응원을 보냈다.

외스터순드는 16일(한국시간) 스웨덴 외스터순드에 위치한 얌트크라프트 아레나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을 갖는다. 외스터순드 사상 첫 유럽대항전, 첫 토너먼트 진출이다.

외스터순드는 이미 돌풍을 일으키며 토너먼트까지 왔다. 유로파리그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2차 예선에서 갈라타사라이(터키), 3차 예선에서 폴라에슈(룩셈부르크), 플레이오프에서 PAOK(그리스)를 넘어 본선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에서 아틀레틱빌바오(스페인), 헤르타BSC(독일), 조리아루한스크(우크라이나)와 한 조에 편성돼 최약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6차전을 치르기도 전에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하며 순항했다.

문선민은 2012년 외스터순드가 3부에 있을 때 프로 신인으로서 합류했다. 이후 2부 승격, 1부 승격권 획득 과정까지 함께 겪었다. 현재 국내로 복귀해 인천유나이티드에서 K리그 2년차를 맞이했다.

문선민은 외스터순드가 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으면서 첫 요인으로 추위를 꼽았다. 외스터순드는 스웨덴에서도 유독 북쪽에 위치한 소도시다. 겨울엔 영하 10도를 오가는 날이 흔하고, 영하 38도까지 기온이 내려간 기록도 있다. 축구보다 바이애슬론 등 동계스포츠로 더 유명한 도시다. 원래 2월에는 추위 때문에 야외에서 공식 경기를 하지 못한다. 경기가 열릴 현지시간 오후 5시 기온은 영하 2도에서 영하 3도 정도다. 런던에 비하면 8~10도 정도 낮은 기온이다. 리그 경기가 열리는 5월에도 눈이 내릴 정도로 춥다.

“제가 볼 때 잘 하면 이변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까지 외스터순드가 치른 경기들의 하이라이트를 봤는데, 상대팀 실력이 안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외스터순드가 잘 해서 올라온 점도 있지만 홈에서는 확실히 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외스터순드는 현재까지 홈에서 5승 1무, 원정에서 2승 2무 2패(예선 포함)를 거뒀다. 홈에서 확실히 강했다.

어느 팀에 유리할지는 모르지만, 외스터순드가 ‘친(親) 잉글랜드’ 클럽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잉글랜드 출신 그레이엄 포터 감독은 2011년 외스터순드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초짜’였고, 구단 20년 역사상 최고 전성기를 이끌어냈다. 이후 잉글랜드 선수들이 여럿 영입됐다. 문선민도 잉글랜드에 있는 나이키 아카데미에서 외스터순드로 합류한 경우다.

문선민은 포터 감독의 역량이 외스터순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각 선수의 특성을 파악해 퍼즐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난 감독이다. 문선민의 경우 공격에 전념할 때 더 좋은 활약을 한다는 점을 꿰뚫어보고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문선민은 힘을 비축했다가 공격할 때 폭발시키며 득점과 어시스트를 많이 생산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패스 플레이의 비중이 높아서 스웨덴팀 중에서는 ‘아스널식’ 축구를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외스터순드 상승세의 원인을 묻자, 문선민은 단결력을 꼽았다. 스웨덴은 북유럽 나라답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반면 외스터순드는 워낙 시골 팀이라 딱히 할 일이 없어서 훈련이 끝난 뒤에도 선수들끼리 뭉쳐서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있다. 한국 구단처럼 끈끈한 정이 생겼다.

문선민은 하이라이트를 챙겨보며 전 동료들을 응원해 왔다. 특히 잉글랜드 태생 미드필더 제이미 홉커트와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 문선민은 “너네 큰일났다. 상대가 아스널이라니 어떻게 하냐”라고 놀리는 동시에 “잘 해봐라. 좋은 경험 하게 된 거 축하한다. 운 좋으면 아스널이 널 영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응원도 해 줬다.

모처럼 외스터순드 경기가 국내에 생방송된다. 문선민은 자신이 뛰던 시절에도 외스터순드 경기 중계를 구하지 못해 부모님께 생방송을 보여드린 적이 없다. 인천 동계 훈련 기간이지만 이 경기만큼은 응원하는 마음에서 새벽 1시부터 챙겨볼 생각이다.

사진= 외스터순드 공식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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