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벤투스는 고민 끝에 과거 포메이션으로 회귀했고, 결과적으로 이 수는 토트넘홋스퍼에 더 크게 밀리게 하는 악수로 작용했다.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을 치른 토트넘이 유벤투스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원정팀 토트넘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2차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전반 2분 곤살로 이과인의 골로 앞서간 유벤투스는 전반 9분 이과인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일찍 승기를 잡았다. 이후 토트넘이 경기를 장악했고, 전반 35분 해리 케인의 추격골이 나왔다. 유벤투스는 전반 막판 또 페널티킥을 얻었으나 이번엔 이과인의 킥이 중앙으로 쏠리며 막혔다. 후반 26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프리킥으로 결국 동점이 됐다. 손흥민은 후반 38분 교체 투입됐다.

최근 성적을 중심으로 보면 유벤투스가 1골 넘게 실점할 거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 최근 세리에A와 코파이탈리아에서 11연승을 달리며 25득점 1실점으로 압도적인 기록을 낸 팀이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열린 바르셀로나 전부터 보면 16경기 1실점의 압도적인 수비력을 지니고 있었다.

토트넘을 상대로도 유벤투스 특유의 단단한 수비력은 발휘됐다. 경기 내용 면에서 많이 밀렸기 때문에 어쩌면 비긴 것만으로도 수비력을 칭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벤투스는 점유율 33.4%에 그쳤고 패스 성공률은 72% 대 88%, 패스 횟수는 무려 221회 대 544회로 밀렸다. 토트넘이 경기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가 무승부를 거둔 건 단단한 수비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미드필더였다. 유벤투스는 미랄렘 퍄니치와 자미 케디라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는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케디라의 경기력 저하가 심각했다. 케디라는 경기 점유율에서 겨우 1.3%에 그치며 토트넘 골키퍼 위고 요리스(3%)만도 못한 수치를 남겼다. 패스를 겨우 13번 시도했고, 그중 7차례만 동료에게 제대로 건네며 성공률 54%에 그쳤다.

반면 토트넘 미드필드는 패스 횟수와 성공률 모두 유벤투스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에릭 다잉와 무사 뎀벨레는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정평이 난 중원 장악을 해냈다. 매 경기 압도적인 드리블 성공 수치를 남기는 뎀벨레는 이번에도 6회로 경기 최고 기록을 남겼다. 측면 돌파가 아니라 중원 한가운데서 상대 미드필더들에게 둘러싸인 채 탈압박을 해 가며 기록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수치다.

유벤투스가 시즌 초부터 개선하려 했던 미드필드 문제가 토트넘을 상대로 크게 드러났다. 지난 시즌 중반 성공적으로 작동했던 4-2-3-1은 이번 시즌 들어 케디라의 급격한 경기력 저하로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시즌 내내 다양한 미드필더 조합을 시험하다 최근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를 중원에 추가하는 4-3-3 포메이션으로 안정을 찾은 상태였다.

토트넘을 상대로 마르키시오를 다시 버리고 과거의 전술로 회귀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4-2-3-1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하는 파울로 디발라는 부상으로 빠진 상태였다. 알레그리 감독은 전문 윙어 더글라스 코스타를 중앙에 배치하는 수를 택했다. 코스타는 여러 차례 돌파로 기회를 만들고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등 득점 기회 창출 측면에서는 영향력이 있었고 수비 가담도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공격을 전개할 때는 영향력이 떨어졌다. 케디라만큼은 아니지만 성공한 패스 횟수가 15회에 불과했다.

유벤투스는 초반 서로 심리전을 벌이는 흐름에서 일찌감치 두 골을 터뜨리며 대승을 거둘 수 도 있는 상황을 맞았다. 퍄니치의 절묘한 킥에 이은 곤살로 이과인의 마무리, 이과인의 페널티킥 추가골까지 나왔다.

유벤투스의 두 골은 우발적인 상황이었고, 이후 경기 흐름이 두 팀의 전력대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토트넘이 시종일관 우세를 잡았다. 유벤투스는 이과인을 중심으로 한 역습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전반 막판 코스타의 돌파로 얻은 페널티킥을 이과인이 성공시키지 못하며 이마저 무위로 돌아갔다. 이과인의 성공률이 원래 낮다는 것을 감안하면 페널티킥 실패 역시 전략적인 패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알레그리 감독은 후반전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중앙 미드필더만 세 명 투입했다. 마르키시오가 벤치에 있는 상황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 스테파노 스투라로, 콰드워 아사모아가 들어갔다. 심지어 아사모아는 최근 측면 수비수로 더 많이 뛰고 있지만 이날은 미드필더로 나섰다. 유소년팀 출신 ‘충신’ 마르키시오에게는 비극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르키시오에게 굴욕을 안길 만큼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한 유벤투스는 찝찝한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야 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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