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기성용은 수비 부담을 덜었을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미드필더다. 정확한 패스와 날카로운 킥을 갖춘 기성용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스완지시티에 힘이 되고 있다.

기성용은 11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스완지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 번리와 경기에서 이번 시즌 첫 골을 넣었다.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기성용은 결승골로 승리를 이끌며 스완지의 강등권 탈출을 견인했다.

오랜만에 나온 득점이었다. 2016년 5월 7일 웨스트햄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골을 넣은 이후 1년 9개월 만에 나온 골이었다. 무려 645일 만이다. 지난 라운드 레스터시티전 도움에 이어 연속 경기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기성용이 연속해 출전한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린 건 2012/2013시즌 EPL 아스톤빌라전과 FA컵 아스널전에서 연속 도움을 올린 뒤로 처음이다. 2014/2015시즌에도 연속 포인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중간에 대표팀 차출로 3경기를 결장했다.

기성용은 최근 몇 시즌동안 소속팀에서 수비적인 역할을 많이 맡아왔지만 공격력도 뛰어난 선수다. 2012년 여름, 셀틱을 떠나 잉글랜드에 입성한 이후 공식 경기에서 15골 13도움을 기록 중이다. 2014/2015시즌에는 스완지 소속으로 EPL에서 8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인 역대 EPL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이었다.

그러나 기성용은 한동안 공격 본능을 지우고 수비적인 역할에 전념해야 했다. 공격적인 축구에서 수비적인 축구로 팀 전술이 변했기 때문이다. 프란체스코 귀돌린, 밥 브래들리, 폴 클레멘트 감독은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기성용에게도 공격 가담을 자제하고 포백 수비를 보호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전진패스의 비중도 줄어들었고 슈팅 시도도 점점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기성용이 EPL 23경기에서 시도한 슈팅이 9개 밖에 되지 않았다.

올 시즌 도중 클레멘트 감독이 경질되고 카를로스 카르바랄 감독이 부임하면서 스완지 전술에 변화가 생겼다. 카르바랄 감독 체제의 스완지는 최근 수비 숫자를 많이 두는 5-4-1 포메이션을 쓰고 있지만 마냥 내려서서 경기를 하지는 않는다. 중앙 미드필더들도 적극적으로 전방으로 침투한다.

중앙 미드필더에게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에 가담하게 하는 전술은 기성용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됐다. 기성용은 카르바랄 감독 체제에서 5경기에 출전했다. 종아리 부상을 털고 돌아온 이후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5경기에서 기성용이 시도한 슈팅은 6개다. 카르바랄 감독 부임 전 출전한 10경기에서 슈팅 5개를 시도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늘어난 수치다.

단순히 슈팅 횟수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기성용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도 상대 진영 쪽으로 옮겨갔다. 기성용이 번리전에서 기록한 패스 중 47%가 파이널 서드(축구장을 3등분 했을 때 상대 골문 근처 지역)에서 나왔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스토크시티전에서는 코너킥 3개를 포함해도 파이널 서드에서 시도한 패스 비율이 26%에 불과했다.

스완지는 현재 르로이 페르, 헤나투 산체스 등이 부상을 당하며 가용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용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며 경기장에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선수 본인은 물론 팀에도 득이 된다. 웨일스 지역 언론인 ‘웨일스온라인’은 “기성용은 카를로스 카르바랄이 만들어 낸 혁명의 중심”이라는 표현으로 기성용을 극찬하기도 했다.

기성용과 스완지의 계약은 올해 여름까지다. 카르바랄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한다면 기성용을 잔류시키기 위해 뭐든 할 것”이라고 말하며 재계약을 원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이 끝나면 기성용은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기성용은 수비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공격 재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몸에 맞는 옷을 입고 활약을 이어간다면 시즌이 끝난 뒤 기성용의 선택지는 더 많아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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