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월드컵의 해다. '풋볼리스트'는 러시아에서 한국과 경기할 3개국의 축구 문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해부한다. 행정, 전술, 관중문화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흥미로운 내용을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 <편집자 주>
“미국이 월드컵 본선에 탈락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 ‘폭스스포츠’다.”
미국이 파나마에 밀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미국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다.
‘폭스스포츠’는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르는 중계 패키지를 4억 2500만 달러(약 4577억 원)을 주고 샀다. ‘폭스스포츠’는 미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갈 것이라 확신하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 350시간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하고 모스크바 붉은광자에 2층 규모의 중계센터까지 지었다.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지닌 영향력은 크다. ‘1994 미국월드컵’을 개최했을 때는 보잘것없었던 축구 열기는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르러 매우 커졌다. 미국 대표팀의 선전, 메이저리그사커리그(MLS) 출범과 흥행이 축구 열기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줬다.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2014년 6월 22일 미국과 포르투갈이 한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시청한 이는 2천 4백만 명이 넘었다는 집계가 나왔다. ‘ESPN’을 통해 본 이가 1800만 명에 달했을 정도다. 반응도 뜨거웠다. 이 경기 중에 미국인들이 트위터에 올린 트윗 숫자만 2360만 개였다.
미국이 없어도 멕시코가 잘하면 된다?
미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않아도 미국 월드컵 열기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멕시코 대표팀이 선전하면 된다. 멕시코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팀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과 멕시코는 나란히 미국에서 친선전 3경기를 했는데, 멕시코 경기를 보러 간 관중이 더 많았다. 미국 경기를 찾은 관중이 10만 3천명, 멕시코 경기를 본 관중이 19만 1천명이었다.
우연이 아니다. 미국 내 히스패닉(스페인어권 국가 출신 이주자 및 그 후손)과 라티노(라틴아메리카 국가 출신 이주자 및 그 후손)은 인구 중 17.8% 5747만 명 정도(이하 2016년 기준)다. 이 중 멕시코계 미국인이 3625만 명 정도다. 멕시코계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11.2%를 차지한다. 멕시코 대표팀이 미국에서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과거 멕시코 땅이었던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는 멕시코 대표팀이 즐기는 친선전 장소다. 워낙 멕시코계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도 2014년 같은 장소에서 멕시코와 대결을 펼쳤었다. 당시 중립지역 경기에 든 관중은 5만명이 넘었다. 이 중 한국교민은 1천여명 정도였다. 멕시코가 미국 내에서 갖는 영향력을 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스페인어 방송국=축구 중계
미국 내 히스패닉과 라티노들은 스페인어 방송인 ‘유니비전 네트워크(Univision network)’을 통해 멕시코 경기를 시청한다. 2017년 6월 미국과 멕시코가 멕시코 아스테카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을 할 때 이 경기를 ‘유니비전 네트워크’로 본 시청자가 450만 명에 달했을 정도다.
미국 내 축구 인기를 주도하는 층은 히스패닉과 라티노다. 미국 내 다른 문화권에 비해 축구를 좋아하는 비율이 높다. 다른 아이들이 농구나 미식축구를 배울 때 축구를 배울 확률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이야기다. MLS나 미국 대표팀에서 뛰는 히스패닉과 라티노도 많다. 미국 대표팀 선수인 에드가 카스티요도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멕시코는 미국인이 가장 관심 있는 외국팀이다. 문화적, 민족적으로 멕시코 대표팀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 스페인어 방송이 있는 것도 좋은 요소다. 멕시코가 러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미국 대표팀이 없어도 미국이 들썩일 수도 있다.
글=류청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