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월드컵의 해다. '풋볼리스트'는 러시아에서 한국과 경기할 3개국의 축구 문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해부한다. 행정, 전술, 관중문화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흥미로운 내용을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 <편집자 주>

 

멕시코는 명실상부한 북중미 최강 팀이다. 미국, 코스타리카 등 국제 무대에 자주 등장하는 팀들이 있지만 그 중 최고는 단연 멕시코다. 북중미 골드컵에서도 최다인 7회 우승을 기록했다. 월드컵 본선에도 16번이나 참가했다. 멕시코보다 본선 참가 횟수가 많은 팀은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뿐이다.

북중미에서 월드컵 진출권을 놓고 겨루는 팀들의 수준 차가 큰 것이 멕시코가 월드컵 본선에 자주 참가하는 데 영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멕시코가 북중미에서만 강한 팀은 아니다. ‘1994 미국 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6회 연속 16강에 진출했다. 쉽게 무시할 만한 팀이 결코 아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도 17위로 상위권이다.

멕시코의 힘은 자국리그에서 나온다. ‘리가MX’라고 불리는 멕시코 프로축구리그는 7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기반도 탄탄하다. 북중미의 프로축구리그라고 하면 국내 팬들은 미국의 ‘메이저리그사커(MLS)’를 먼저 떠올리지만, 북중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축구리그는 멕시코의 리가MX다. 멕시코 클럽들은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이름값 있는 외국인 선수들도 리가MX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표팀처럼 자국리그도 북중미 최강

멕시코는 북중미 국가지만 프로축구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르헨티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리그 방식도 남미와 비슷하다. 리가MX는 18팀이 한 시즌을 단일 리그로 치르지 않고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두 번의 리그를 치른다. 과거 K리그가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를 나눠 치른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스페인어로 개막을 뜻하는 아페르투라(Apertura)는 7월에 개막해 11월에 끝난다. 팀당 17경기씩을 치른 뒤 상위 8팀은 리기야(Liguilla)라고 불리는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리기야는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고, 리기야에서 우승하는 팀이 아페르투라 우승팀으로 인정받는다. 2017년의 경우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한 티그레스UANL이 리기야 결승에서 1위팀 CF몬테레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매년 1월 개막해 5월에 끝나는 클라우수라(Clausura)도 아페르투라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다. 아페르투라와 클라우수라 두 리그의 우승팀과 준우승팀 총 4팀은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 리가MX팀들의 클럽대항전 성적은 압도적이다. 2008년 북중미 클럽대항전이 챔피언스컵에서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된 이후 9시즌 모두 리가MX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2번을 제외하면 모두 리가MX팀끼리 결승에서 우승을 놓고 맞붙었다. FIFA 클럽월드컵에서 클럽아메리카, 몬테레이 등 리가MX팀들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멕시코 대표팀의 주축은 자국 리그에서 뛴다

멕시코 사람들은 자국리그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자부심도 강하다. 최근에 카를로스 벨라가 유럽생활을 정리하고 MLS LAFC에 입단했을 때도 리가MX보다 수준 낮은 리그로 팀을 옮겼다는 비판이 있었다.

멕시코 국가대표팀 선수 대부분도 리가MX에서 뛰고 있다. 이번 겨울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소집해 전지훈련을 치른 한국과 스웨덴은 대표팀 경험이 없는 선수들도 많이 선발했다. 그러나 멕시코가 2월 1일에 있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대비해 소집한 선수 명단은 대부분이 대표팀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대표팀 경력이 없는 선수는 단 3명에 불과하다.

리가MX에서 뛰는 선수들은 유럽파와 주전경쟁에서 뒤쳐져 있지 않다. 최근 유럽파들이 소속팀 주전경쟁에서 밀려 경기 감각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가MX 선수들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2월 친선전에 뽑힌 선수 대다수가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들이다.

멕시코는 예전부터 북중미나 남미 다른 국가들에 비해 대표팀 내 해외파 비중이 낮았다. 2010 월드컵에서는 23명 중 14명이 리가MX 소속 선수였고, 2014년에는 15명이었다. 리가MX 선수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2018 월드컵에서는 예년에 비해 해외파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혼다와 지냑, 리가MX에 도전한 외국인 선수

리가MX는 멕시코 선수들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도 매력 있는 무대다. 인접 국가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의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최근 멕시코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일본 국가대표 혼다 게이스케다. 혼다는 2017년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 AC밀란을 떠나 파추카로 이적했다. 밀란에서 기회를 못받던 혼다는 파추카 이적 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시즌 22경기에서 7골 4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12월에는 클럽 월드컵에 참가해 2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기도 했다. 대우도 나쁘지 않다. 혼다의 연봉은 400만 달러(약 42억 원)로 알려졌다.

혼다 이전에는 프랑스 대표 앙드레피에르 지냑이 있다. 지냑은 2015년 올림피크드마르세유를 떠나 티그레스로 이적했다. 프랑스리그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평가받던 지냑은 리가MX 진출 이후에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시즌 반 동안 127경기에서 68골 19도움을 기록했다. 지냑은 리가MX로 떠난 이후에도 프랑스 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 웨스트햄에서 뛰었던 에네르 발렌시아도 2017년 여름부터 티그레스에서 뛰고 있다.

혼다와 발렌시아는 유럽에서 경쟁에 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현역으로 한창 활동할 나이의 선수들이다. 지냑은 프랑스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중 멕시코에 진출했다. 이들 외에도 남미 국가대표 선수 상당수가 리가MX에서 뛰고 있다. 상위 팀의 경우 꾸준히 국제무대에 나갈 수 있는데다, 재정적으로도 여유로운 탓에 충분히 매력있는 무대다.

 

경쟁력의 배경은 경제력

멕시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다. 국민들이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리가MX의 이번 시즌 평균 관중은 2만 3천명이 넘는다. 상위권 팀인 몬테레이와 티그레스의 경우 매 경기 4만명 이상이 경기장을 채운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구단의 수입으로 이어진다. 리가MX 경기의 입장권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다. 입장권 수입 만으로는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 리가MX 팀들은 멕시코 밖에서 수입원을 찾는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미국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계 미국인의 수는 3,500만명이다. 2032년이면 그 수가 2배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리가MX는 중계권 계약을 각 구단마다 따로 하는 독특한 방식을 갖고 있다. 자국 방송사와 미국 방송사 계약을 따로 진행한다. 미국 방송사의 사정에 따라 홈경기가 열리는 요일과 시간도 제각각 다르다. 같은 시간에 리그 경기를 치르는 다른 리그와 차이가 있다.

리가MX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유는 미국 내에서 그만큼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치러진 몬테레이와 티그레스의 아페르투라 결승전은 미국 내에서 490만명이 시청했다. MLS 파이널(110만명)이나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더비(140만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미국 내 리가MX에 대한 관심은 구단의 수입으로 이어진다. 미국 경제 전문지의 연구에 따른 리가MX 클럽들이 미국에서 버는 수입은 연간 1억 1천만달러(약 1,175억 원)가 넘는다.

리가MX구단의 다수는 방송미디어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중계권료는 곧 모기업의 수입으로 이어진다. 리가MX가 미국에서 벌어드리는 수입은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리가MX는 일본 등 아시아지역은 물론, 유럽까지 중계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리가MX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

글=김완주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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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② 선구자를 포기하고 승자를 택한다, 독일 전술의 전통

독일 ③ '최고 수준의 양적, 질적 지원' 독일의 선전을 이끄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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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② 멕시코의 힘은 강한 자국리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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