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도 동계훈련을 통해 준비한다. 동계훈련 무용론이 제기되고 실제로 월드컵 본선에 갈 선수는 몇 명 안 된다지만, 훈련은 매 대회마다 계속되고 있다. 지난 세 차례 동계훈련 사례를 통해 이번 훈련은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을지 짐작해볼 기회를 마련했다.

 

2006년 1, 2월 동계훈련 참가 명단(23명)

골키퍼 : 김영광, 이운재, 조준호

수비수 : 김영철, 김진규, 유경렬, 최진철

미드필더 : 김남일, 김동진, 김두현, 김상식, 김정우, 백지훈, 이호, 장학영, 조원희

공격수 : 박주영, 이동국, 이천수, 정경호, 정조국, 조재진, 최태욱

 

신태용과 비슷한 ‘벼락치기’ 감독, 아드보카트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5년 9월 선임됐다. 당시에는 조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과 아드보카트 감독 선임을 납득하는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먹구구식 인사를 반복하면 안 된다는 반성이 일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거의 같은 시기에 감독을 교체했다. 월드컵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신태용 호가 참고할 수 있는 사례다.

한국 축구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점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신 감독보다 유리하다. 당시 한국은 중동, 홍콩, 미국, 시리아를 거치며 무려 5개국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독일에 미리 적응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치르며 새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데 중점을 뒀다.

 

두 개 대회에 참가한 강행군, 지금보다 밀도 높은 동계훈련

친선경기 4회, 사우디 4개국 친선대회 2경기, 칼스버그컵 2경기, 아시안컵 예선 1경기에서 총 5승 1무 3패

당시 한국은 1월뿐 아니라 2월까지 소집훈련을 하며 ‘월드컵 총동원 체제’에 돌입했다. K리그를 마비시키다시피 하며 준비했던 ‘2002 한일월드컵’의 바로 다음 대회니 그럴 만한 시절이었다. 프로팀인 LA갤럭시까지 섭외해 무려 9경기를 치렀다. 한국의 경쟁력은 널을 뛰었다. 동계훈련 첫 상대였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를 상대로 패배해 우려를 낳는가 하면, 칼스버그컵에서 만난 동유럽 강호 크로아티아를 김동진, 이천수의 골로 꺾기도 했다.

이천수는 이 기간 동안 세 골을 넣으며 가장 눈에 띄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임을 얻은 이천수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대회 첫 골을 넣으며 기대에 부응했다.

 

본선행 비율 73.9%, 이호가 ‘황태자’로 등극

당시에도 대표팀 공격의 중심인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과 풀백 이영표 등 유럽파들은 있었다. 그러나 국내파 비중이 큰 시절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1월과 2월 동안 장기간 관찰한 23명 중 17명을 월드컵 본선으로 데려갔다. 이동국이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당하지 않았다면 18명이 될 수도 있었다.

대부분 원래 국가대표 멤버로 구성된 가운데, 이호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전격 발탁한 선수였다. 당시 22세 유망주였던 이호는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과 함께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동계훈련 9경기 중 7경기에 출장하며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 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조원희 역시 아드보카트 감독에 의해 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이 끝나고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로 김동진과 이호를 영입하며 자신이 발탁한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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