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필리페 쿠티뉴가 고대하던 바르셀로나 이적에 성공했다. 쿠티뉴는 7일(한국시간) 리버풀을 떠나 바르셀로나에 합류했다. 리버풀이 스타 선수를 내보내며 받은 이적료는 1억 6,000만 유로(약 2,046억 원)로 알려졌다. 축구 역사상 2위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화제는 리버풀의 다음 행보로 옮겨갔다. 거액을 손에 쥔 리버풀은 쿠티뉴의 대체자로 누굴 영입하든 웃돈을 줄 수밖에 없다. 1월 이적시장은 다른 구단들이 선수를 지키려 하는 시기다. 리버풀은 영입을 미룰 수 없고, 수중에 거액이 있다. 모든 면에서 불리한 협상이다. 지난 2011년 1월 페르난도 토레스를 첼시로 보낸 뒤 대체자로 미흡한 앤디 캐롤을 거액에 영입했던 실패 사례가 있다.

그러나 쿠티뉴의 대체자가 꼭 필요한지 따져보는 것이 먼저다. 물론 쿠티뉴는 뛰어난 선수다. 이번 시즌 EPL에서 7골 6도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5골 2도움을 올리며 특히 막강한 득점 생산력을 발휘했다. 주전급 선수가 이적하면 선수층만 봐도 타격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쿠티뉴가 포함된 베스트 라인업과 빠진 베스트 라인업 중 어느 쪽이 더 강한지를 본다면 쿠티뉴의 공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참고할만한 수치는 쿠티뉴가 뛰었을 때의 승률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쿠티뉴는 이번 시즌 EPL 22라운드까지 13경기를 소화했다. 쿠티뉴가 뛸 때 성적은 6승 6무 1패, 경기당 평균 승점은 약 1.85점이었다. 쿠티뉴가 선발에서 빠진 경기 성적은 6승 2무 1패로 오히려 더 좋았다. 이때 평균 승점은 경기당 2.22점이었다.

쿠티뉴가 빠지면 오히려 승률이 올라갔다. 쿠티뉴가 강팀 상대로만 뛰었기 때문에 더 불리한 기록이 난 것도 아니었다. 쿠티뉴가 그라운드에 있었음에도 무승부에 그친 상대 중에는 하위권인 웨스트브로미치, 뉴캐슬이 포함돼 있었다. 쿠티뉴가 뛸 때는 리버풀보다 현재 순위가 낮은 토트넘홋스퍼에 1-4로 대패했고, 쿠티뉴가 없을 때 선두 맨체스터시티에 0-5로 대패했다. 대진운 때문에 생긴 착시현상은 아니었다.

쿠티뉴의 유무에 따른 득실 마진은 그나마 쿠티뉴의 공백을 의미하고 있다. 쿠티뉴는 EPL에서 1,116분을 소화했다. 쿠티뉴가 그라운드에 있는 동안 리버풀은 38.5분당 1골을 넣고 79.7분당 1골을 내줬다. 반면 쿠티뉴가 없을 때는 41.1분당 1골을 넣고 78.5분당 1골을 내줬다. 쿠티뉴가 있을 때의 득점력이 조금 높고, 실점은 조금 하강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큰 의미가 있는 차이는 아니다. 13개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지만 쿠티뉴가 있든 없든 리버풀의 득점력은 비슷하게 유지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UCL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발견된다. 쿠티뉴가 선발로 뛴 4경기에서 리버풀은 2승 2무에 그쳤다. 반면 쿠티뉴가 없을 때는 3승 1무(플레이오프 호펜하임전 포함)로 오히려 성적이 더 나았다. UCL 역시 대진운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보기 힘들다. 리버풀이 속한 E조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세비야였는데, 리버풀은 쿠티뉴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세비야와 무승부에 그쳤기 때문이다.

결국 쿠티뉴가 나오지 않아도 다른 선수가 거의 비슷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쿠티뉴는 이번 시즌 왼쪽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뛰었다. 어느 포지션에서도 애초에 확고한 주전이 아니었다. 주전 왼쪽 윙어는 해오던 대로 사디오 마네가 맡으면 된다. 중앙 미드필더는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 엠레 찬, 제임스 밀너,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등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쿠티뉴의 공백이 당장 성적 하락을 야기하지 않는다면 비싼 돈을 들여 선수를 살 필요가 없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로 이뤄진 주전 스리톱을 유지하면 된다.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고 이적료가 비싸지 않은 선수를 수급해 이번 시즌을 잘 보낸 뒤, 내년 여름 본격적으로 스타급 선수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리버풀은 윙어 수소(AC밀란), 로렌초 인시녜(나폴리)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드필더 마르코 베라티(파리생제르맹), 골키퍼 얀 오블락(아틀레티코마드리드)과 알리손(AS로마)도 소문의 주인공이다. 어느 선수를 영입하든 쿠티뉴의 이적료 대부분을 쏟아 부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전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급하게 찾는다고 영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마네, 살라처럼 큰 기대를 받지 않고 합류한 선수들이 주전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리버풀은 급하게 선수를 사들일 필요가 없다. 센터백 피르힐 판다이크 영입에 이미 거액을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쿠티뉴가 빠지고 판다이크가 합류한 지금만으로도 전반기보다 강한 팀을 꿈꿀 수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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