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아픔을 겪었던 이가 아픔을 겪은 이를 위로한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선수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인이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자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했었던 마리오 발로텔리(28, 니스)가 최근 칼리아리 팬에게 모욕 당한 블래즈 마튀디(31, 유벤투스)에 메시지를 보냈다. 마튀디는 지난 6일 칼리아리아 한 ‘2017/2018 이탈리아 세리에A’ 20라운드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발로텔리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마튀디 사진을 포스팅했다. 그는 “블래즈, 나도 그런 일을 겪어봤다. 몇몇의 무지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이탈리아인이 그렇지는 않다. 형제여 계속 좋은 경기하길 바라”라고 썼다. 발로텔리는 마튀디가 받은 상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탈리아 축구는 인종차별과 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다. 인종차별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2016년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54개국 선수 1만4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7.2%가 외국에서 차별을 경험했으며, 이탈리아에서 뛴 선수 중 32%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익명성 뒤에 숨은 팬이 경기장에서만 이런 일을 벌어지는 게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탈락 이후 사퇴한 카를로 타베키오 전 이탈리아축구협회 회장도 인종차별 발언을 했을 정도다. 그는 “ “잉글랜드에서는 프로페셔널한 외국인 선수가 뛰는데 반해, 이탈리아에서는 옵티 포바(가상의 이름)라는 외국인 선수가 와서 바나나를 먹으며 라치오에서 주전으로 뛴다”고 말했었다.

 

마튀디를 차별했던 칼리아리는 지난해에도 문제를 일으켰었다. 2017년 5월 칼리아리를 상대로 뛰던 페스카라 미드필더 설리 문타리는 경기 도중 스스로 걸어 나갔다. 인종차별 구호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경기를 거부하고 그라운드를 떠난 문타리를 징계하려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문타리는 세리에A에서 인종차별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인종차별을 하면 출입이 금지되거나 기소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었다. 잉글랜드를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리에A에서는 구단에 책임을 묻지만 개인을 기소하는 일을 드문 게 현실이다.

 

“지옥을 통과하는 것 같았다.” (문타리)

인종차별은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모두가 나쁜 일이라고 하지만 피해자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산전수전 다 겪은 문타리가 경기장에서 스스로 걸어 나온 뒤 벌어진 일들을 언급하며 “지옥을 통과하는 것 같았다”라고 한 이유다. 가해자는 성찰 없는 사과 정도에 그치고,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위로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발로텔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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